집요한 고백이 낭만적? 성차별 방송 심각하다

양성평등교육진흥원 예능·오락 모니터, 주도적 역할 진행자 성비 여성 26.8% 남성 73.2%

2018-08-30 16:26       금준경 기자 teenkjk@mediatoday.co.kr

상대의 거절에도 집요하게 고백하는 게 낭만적이다?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이하 진흥원)의 예능·오락 프로그램 모니터링 결과 성불평등 문제가 심각했다. 이번 조사는 7월1~7일까지 지상파 3사·종합편성채널 4사·케이블 2사의 예능, 오락 프로그램 가운데 시청률 상위프로그램 33편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우선, 출연자 성비 불균형이 심각했다. 전체 출연자 가운데 여성 비율은 36.8%인 반면 남성은 63.2%에 달했다. 방송을 이끄는 주 진행자 성비는 여성 26.8%, 남성 73.2%로 격차가 더 벌어졌다. 지난 3월 예능·오락 프로그램 출연자 성비 분석결과(여성 35.4%, 남성 64.6%)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 '비디오스타' 화면 갈무리.

성역할 고정관념을 부각하거나 잘못된 여성성, 남성성을 강조하는 등 성차별적 내용은 32건에 달했다. 이는 성평등적 내용(7건)의 4배 이상이다.

7월3일 TV조선 ‘아내의맛’은 출연자 여에스더가 자녀들 끼니를 챙기지 못하는 상황을 언급하며 며느리가 똑같이 해도 이해할 거 같다고 말하자 남편 출연자인 홍혜걸씨가 “자랑이다, 아휴”라고 말하는 장면을 자막과 함께 내보냈다. 두 진행자 모두 경제활동을 하지만 여성에게만 가사노동의 책임을 전가하는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대목이다.

같은 날 방영된 MBC every1 ‘비디오스타’는 래퍼 스윙스가 수차례 고백 끝에 연애를 시작한 일화를 언급하며 ‘거절은 하나의 결과를 위한 계단’이라고 말한 대목을 내보내고 ‘사랑을 향한 인간 불도저, 진짜 남성적’이라는 자막을 방송했다. 진흥원은 “상대의 거듭된 거절의사를 무시하고 일방으로 행동하는 것은 폭력행위”라고 지적했다.

7월4일 KBS2 ‘살림남2’는 평생 가사노동을 전담한 아내가 미인대회에 출전 후 탈락하자 다시 밥해 달라는 남편의 모습을 내보냈다. 또한 “새로운 인생을 살아보려 했는데 결국은 이렇게 살아야 하나보다”라는 아내의 자조 섞인 인터뷰가 나왔다. 

▲ KBS2 ‘살림남2’ 화면 갈무리.

진흥원은 “가족문화에 관한 예능이 다수 등장하면서 강요된 성역할에 대한 ‘가부장적 인식’을 자극적으로 다뤄 젠더 갈등을 유발시킨다”며 “기존의 성역할 고정관념을 갈등 구도로 보여주기보다는 성별 고정관념과 편견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며 사회 구조적 인식을 바꾸기 위한 제작진들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BBC ‘프로듀서를 위한 지침서’는 차별 표현을 금지할 뿐만 아니라 프로그램 진행자의 인종, 성비를 맞춰야 한다고 명시한다. 호주의 ‘여성 묘사 가이드 라인’, 캐나다의 ‘텔레비전, 라디오 프로그램을 위한 성역할 묘사 코드’도 유사하다.

진흥원은 이번 모니터링에서 발견된 성차별적 사례 일부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심의 요청할 계획이다. 올해 실시한 예능, 오락 프로그램 대상 성평등 모니터는 지난 3월에 이어 두 번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