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회선 터는 패킷감청 헌법불합치, 어떻게 바꾸나

[해설] 인터넷 회선 가로채 감청하는 패킷감청, 요건 강화와 ‘실질적 견제’가능한 입법 논의가 관건

2018-08-30 19:28       금준경 기자 teenkjk@mediatoday.co.kr

국정원이 인터넷 회선을 통해 오가는 정보를 중간에서 가로채는 ‘패킷감청’에 제동이 걸린다. 국회가 어떤 방식의 법 개정을 추진할지가 관건이다.

헌법재판소는 30일 오후 패킷 감청의 법적 근거인 통신비밀보호법 5조2항에 6대 3의견으로 헌법 불합치 결정했다. 헌법불합치는 당장 위헌 결정하면 부작용이 생길 우려가 높아 개선방안이 나올 때까지 효력을 인정하는 것으로 통신비밀보호법은 2020년 3월까지 개정해야 한다.

패킷감청은 인터넷 회선을 통해 전송되는 잘게 쪼개진 데이터 조각인 ‘패킷’을 중간에서 가로채 재구성하는 방식이다. 통신비밀보호법은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수사를 위해 용의자가 보내거나 받은 우편물 및 전기통신에 대해 통신제한조치를 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 국가정보원. ⓒ 연합뉴스

그러나 패킷감청은 오남용 소지가 크다. 인터넷 회선 자체를 감청하다보니 통신망을 오가는 인터넷 검색 기록, 메신저 대화내용, 로그인 이력 등 광범위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공유기를 쓰는 등 인터넷 망을 함께 이용하는 불특정 다수의 정보가 수집되는 점도 문제다. 이번 헌법소원을 제기한 문 아무개 목사도 피의자와 같은 사무실에서 회선을 공유했다는 이유로 감청 대상이 됐다.

헌법재판소는 패킷감청의 오남용을 우려하며 ‘견제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헌재는 “수사기관이 취득하는 자료가 매우 방대하다”며 “권한 남용을 통제하고 기본권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제도가 마련돼 있지 않는 것은 개인의 통신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한다”고 밝혔다.

헌법재판소는 대책으로 △경과보고서 법원 제출 △감청 허가 판사에게 감청자료 봉인 제출 △감청자료 보관 내지 파기 여부를 판사가 결정하는 등 통제 장치를 마련하는 방안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헌법재판소는 “구체적 개선안을 어떤 기준과 요건에 따라 마련할 것인지는 입법자의 재량에 속한다”며 국회에 판단을 맡겼다.

헌재 결정에 따라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의 수명은 2년도 남지 않았다. 국회의 통신비밀보호법 개정 논의가 시급하다. 

앞서 국회는 사후 견제를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 개정을 논했다. 2012년 서영교 민주통합당 의원은 감청 집행 시 법원이 선임한 입회인을 두고, 감청 원본을 법원에 제출하고 열람권을 보장하는 방식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2009년 이정현 한나라당 의원은 패킷 감청 허가서의 범위 대상을 구체적으로 기재하고, 감청허가서에 기재되지 않는 자료를 폐기하지 않으면 처벌하는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 패킷감청은 전화가 아닌 인터넷 회선을 통해 전송되는 잘게 쪼개진 데이터 조각인 ‘패킷’을 중간에서 가로채 재구성하는 감청 방식이다. ⓒ iStock
다만, 영장 집행 때 패킷감청을 특정 부문으로 ‘제한’하는 방식은 기술적으로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패킷감청은 전송망 자체를 통째로 들여다 보는 것이기 때문에 전자우편 등 범위를 정해 특정 정보만 가져올 수 없다.

청구인 측 변론을 맡은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김선휴 변호사는 “패킷 감청을 할 수 있게 하는 허가의 사전 요건을 강화하는 방식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요건을 엄격하게 해 패킷감청 자체가 일어날 가능성을 줄이는 것이다. 그는 “헌재가 법률의 위헌성을 판단하면서 패킷 감청 집행 자체의 위헌성도 판단할 거라 기대했는데 그러지 않아 아쉽다”고도 했다. 

패킷감청은 이례적으로 헌법소원이 두번  청구된 사안이다. 2011년 국정원 패킷감청 대상자였던 전직 교사 김아무개씨가 헌법소원을 냈지만 헌재가 5년 간 판단을 미뤘고 그 사이 김아무개씨가 숨져 심판이 종료됐다. 이후 김씨와 같은 사무실에서 인터넷 회선을 함께 썼다는 이유로 패킷 감청을 당한 문 목사가 2016년 3월 다시 헌법소원을 청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