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새 청사 부실시공 폭로한 노동자는 왜 경찰에 끌려갔나

“경기도 새 청사 건설현장 위험·불법성 폭로하자 부당해고… 언론에 ‘문제점 고치겠다’더니 지금도 바뀐 게 없다”

2018-09-01 09:37       김예리 기자 ykim@mediatoday.co.kr

“건설노동자들은 하루 일해야 일당을 받아가는 사람들인데. 태영건설이 하청을 업무지시로 압박해 부당하게 해고한 겁니다. (하청과 노동자 간) 갈등이 있어도 원청이 관리하고 조정해야 하는데, 오히려 업무방해라며 끌고 나간 겁니다.”

부실·위험 시공현장을 폭로한 노동자들을 부당해고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태영건설이 출근을 시도한 노동자를 직접 신고해 노동자가 경찰에 강제연행됐다. 태영건설 측은 ‘계약기간 종료이지 해고가 아니’라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임금 단체협약에 어긋난 해지이며 불법 연행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지난달 16일 기자회견을 열어 태영건설이 짓는 경기도 새 청사 시공현장의 부실·불법시공을 고발했다. 이날 건설노조는 경기도에 부실시공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외국인 불법고용 등에 처벌과 특별감독을 촉구했다. 이에 경기도는 감사에 들어갔다. 고용노동부에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태영건설을 고발했다. 태영건설은 언론에 “잘못한 부분이 있으면 지적사항에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지난달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경기도청 광교 새 청사 공사현장의 부실‧불법 시공 문제를 고발하며 사진으로 사례를 제시했다.사진=민주노총 건설노조

▲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지난달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경기도청 광교 새 청사 공사현장의 부실‧불법 시공 문제를 고발하며 사진으로 사례를 제시했다.사진=민주노총 건설노조

이후 19명의 현장노동자가 ‘계약만료’를 통보받았다. 모두 부실시공 폭로에 참여한 건설노조 조합원들이다. 이들은 “우리와 삼지건설(하청업체)는 임금단체협약을 체결한 관계임에도 갑인 태영건설의 압박으로 부당해고했다”며 반발했다.

건설업계에선 현장노동자 근로계약을 공사 끝무렵까지 자동 연장하는 게 관행이다. 민주노총 조합원인 한 현장노동자는 “원래 일용노동자들은 근로계약서를 한 번 쓰고 만다. 그럼 기간이 정해진 계약서가 공사 끝까지 연장된다”고 설명했다. 건설노조 측은 임금단체협약도 이런 내용을 담고 있다고 했다. 김철희 건설노조 경기도지부 3지대장은 “임금단체협약에 ‘현장 상황 때문에 인사를 하게 되면 한 달 전 미리 고지하고 노사협의를 진행하기로 돼있다”며 “문제 발생 시 노사 합의 하에 계약(결정)하기로 명시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기도 새 청사는 공사가 끝이 났으면 모를까, 현장은 공정이 10%도 안 됐다”고 했다.

해고를 인정하지 않고 31일 오전아침 출근을 시도한 노동자 정용길씨를 경찰이 강제 연행했다. 태영건설이 직접 신고한 결과였다. 태영건설은 “몸싸움이 나 소요사태가 있어서 신고했다”고 밝혔다. 노조는 “노사관계에 경찰이 개입해 사측 이야기만 듣고, 미란다 원칙도 고지하지 않은 채 한쪽만 연행해 갔다”고 했다. 경찰에 이의를 제기한 김기중 건설노조 경기도지부 용인권력장은 공무집행 방해로 연행했다. 건설노조는 출근을 시도한 조합원 3명 가운데 정씨만 연행된 건 ‘정씨가 OBS 방송 인터뷰에 응한 데 대한 보복 차원 아니냐’며 의구심을 제기했다.

▲ 태영건설이 맡은 경기도 새 청사 부실공사와 위법사실을 폭로한 뒤 해고 통보 받은 노동자가 지난 30일 출근을 시도하다 태영건설 측 신고로 경찰에 연행됐다. 사진=민주노총 건설노조 경기도지부

현장노동자들과 건설노조는 폭로 이후 안전실태도 개선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노조 관계자는 “태영건설은 언론에 시정하겠다고 했지만 하나도 바뀐 것이 없다”며 “노동자들이 채증 사진을 찍은 데 대해 ‘국가중요시설이므로 무단촬영 시 퇴출조치한다’는 현수막만 걸었다”고 말했다. 태영건설은 “안전 조치는 계속적으로 진행된다”고 밝혔다.

태영건설 관계자는 “일을 안 하고 태업 하는데, 계약을 자동으로 연장시킬 사용자가 어딨냐”면서도 “임금단체협상에 대해선 (원청 태영건설은 법적 사용자가 아니므로) 우리는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고에 대해선) 원청과 하청 양측이 공감한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태업한 사실이 없다”고 했다. “안전 문제를 몇 번이나 (태영건설 측에) 호소했지만 바뀌지 않았다. 올 여름은 기록적으로 덥기까지 해 일의 능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 경기도 광교 새 청사 조감도. 사진=경기도청

한편 정용길씨를 인터뷰한 OBS 보도를 두고 태영건설이 대주주인 SBS와 OBS 사이 기존 긴장관계에 주목하는 시선도 있지만 당사자들은 무관하다고 밝혔다. 해당 기자회견을 보도한 OBS 기자는 ‘제보를 받거나 개인연락을 받아 취재한 게 아니라 기자회견 소식을 듣고 이를 보도했고, 태영건설 관계자의 반론도 실었다. 다른 기자들도 기자회견을 찾아 보도했다’고 밝혔다. 이 사안은 KBS·아시아경제TV·경인일보 등 매체들이 보도했다. 태영건설 관계자도 “그런 건 전혀 상관 없다”고 답변했다.

30일 오후 민주노총 경기본부·민중당 등은 수원 장안구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명백한 부당함에 맞서는 노동자들을 겁박하고 폭력적으로 연행하는 일이 과연 국가권력인 경찰이 하는 일이 맞느냐”며 조합원 강제연행에 항의했다. 민주노총은 “부당해고에 맞서 출근투쟁을 비롯, 항의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