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블랜드 클리닉, 27명 에디터가 매일 콘텐츠 회의연다

[브랜드 저널리즘 현장을 가다 ③]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의 콘텐츠마케팅 팀장 아만다 토도로비치(Amanda Todorovich)를 만나다

2018-09-02 21:17       정민경 기자 mink@mediatoday.co.kr

클리블랜드 클리닉(Cleveland Clinic)은 미국에서 존스홉킨스병원(Johns Hopkins Hospital), 매사추세츠 종합병원(Massachusetts General Hospital), 메이오 클리닉(MAYO Clinic)과 함께 ‘미국 4대 병원’ 중 하나다. 1921년 설립돼 미국 오하이오주를 중심으로 8개의 지역병원과 16개의 가정건강센터를 두고 2015년 기준 하루 환자수가 100만 명에 달했다. 특히 심장 질환 분야에서는 미국 병원평가 결과 20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최근 미국의 주요병원의 공통점은 ‘디지털 혁신’이다. 병원들은 환자의 전자건강기록을 스마트폰으로 연동해 볼 수 있게 하거나 나아가 온라인 헬스케어 서비스 제공을 확대하려고 한다. 온라인으로 환자들이 의료나 건강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기본이다.

클리블랜드 클리닉은 2013년부터 건강과 의료정보를 전달하는 블로그를 운영해왔다. 현재는 27명으로 구성된 콘텐츠 마케팅팀을 활용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정보를 제공한다. 소속 의사들과 인터뷰 영상을 올리고, 수술과정도 공개한다. 미디어오늘은 미국 오하이오주에 위치한 클리블랜드 클리닉 행정동에서 콘텐츠 마케팅팀장 아만다 토도로비치(Amanda Todorovich)를 만났다. 인터뷰는 8월13일 오전 11시부터 2시간 동안 진행됐다.

※ 이 기획 취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진행했습니다.
※ 통역=최은강 (Eungang Peter Choi, OHIO Cleveland)

아만다를 만나기 위해 클리블랜드 클리닉 행정동 지하 1층 테이블에서 기다리는 중에도, 옆 테이블에서는 콘텐츠마케팅팀 일부가 회의중이었다. 클리블랜드 클리닉의 콘텐츠마케팅팀은 아만다를 포함해 4명의 리더가 27명의 인원을 이끌고 4개의 작은 팀(소셜 미디어팀, 프로젝트 미디어팀, 에디터팀, 디자이너팀)으로 나뉘어 있다. 이들은 매일 아이템회의를 하고 전체회의는 일주일에 한 번 목요일에 열린다. 언론사 편집국과 비슷하다. 팀 전체가 하루에 3~5개의 콘텐츠를 만드는 게 목표다. 에디터들은 매일 회의에서 직접 아이디어를 내고 아이템을 결정한다.

“콘텐츠 아이디어는 에디터가 직접 낸다. 팀에서 매니저와 에디터, 디자이너가 이야기하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교환한다. 콘텐츠 아이디어뿐 아니라, 병원 홍보활동이나 행사 초청장, 발간물 등을 관리할 때도 서로 아이디어를 주고 받는다.”

▲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 위치한 클리블랜드 클리닉 행정동의 전경. 해당 건문은 4개로 나뉘어있고 병원의 행정처리와 콘텐츠마케팅팀이 사용하고 있다. 병원 본관은 행정동에서 2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있다. 사진=정민경 기자.
콘텐츠 마케팅팀이 처음부터 이렇게 스스로 아이템을 내고, 협업한 건 아니다. 아만다는 “2013년 블로그만 운영했을 때는 병원은 하루 3개 정도의 아이템을 주문했다”고 말했다. 이후 점점 블로그, 페이스북 등으로 채널이 확장되니 고객이 어떤 정보를 원하는지 직접 말해주는 경우가 늘었다. 정보에 대한 인풋(input)이 오면서 인포그래픽이나 영상 등 다양한 콘텐츠 아이디어가 나왔고 협업체제가 굳혀지며 2015년에 18명의 팀으로 만들어졌다.

블로그로 시작한 클리블랜드 클리닉 콘텐츠마케팅팀의 주요 플랫폼은 지금도 블로그(https://health.clevelandclinic.org/)다. 소셜 미디어 플랫폼은 페이스북, 트위터, 스냇챕, 유튜브, 인스타그램, 핀터레스트, 링크드인 등을 사용한다. 블로그에 올릴 콘텐츠를 만들고, 각 플랫폼에 맞게 변형한다. 현재 클리블랜드 클리닉 페이스북의 팔로워는 207만6000여 명이다. 매일매일 뉴스레터도 발간하는데 구독자는 4만5000명 정도다. 각종 플랫폼 운영은 알고리즘 변경이나, 트렌드에 따라 운영 비중을 늘렸다 줄였다 한다. 

▲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의 콘텐츠마케팅 팀잠(Content & Digital Marketing Leader) 아만다 토도로비치(Amanda Todorovich)가 8월13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정민경 기자.
‘계속해서 최적화한다’(continuous optimization). 아만다가 말하는 클리블랜드 클리닉 콘텐츠마케팅팀의 신조다. 아만다는 이 신조를 실행하는 한 예로, “인스타그램은 2년 전엔 큰 비중이 없었는데 최근엔 인기가 많아져 비중을 높였다”며 “최근 페이스북은 언론매체처럼 도달률에서 큰 하락을 경험했다. 그러나 우리 콘텐츠의 특성상 65세 이상의 독자가 많아 생각보다 타격이 크지 않았다”고도 말했다. 소셜미디어팀원 5명이 각각 플랫폼 알고리즘 변화를 정기점검하고 브리핑하며, 이에 따라 운영비중을 늘렸다 줄였다 한다.

운영하는 플랫폼 중 수익을 내는 플랫폼은 무엇이냐고 물었다. 아만다는 “홈페이지 광고로 얻는 수익이 가장 크다. 트래픽 유입은 검색창을 통해서 가장 많이 들어온다”며 “그다음 트래픽 유입이 많은 것은 각종 SNS 플랫폼이다. SNS 팔로워 수보다 뉴스레터 구독자는 적은 편이어서 트래픽(조회수)에 기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국 언론처럼 클리블랜드 클리닉 콘텐츠마케팅팀도 홈페이지 광고가 주 수익원인 만큼 트래픽의 압박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실제로 이들의 사무실에 걸려있는 달력에는 하루하루의 트래픽이 적혀있었다. 한 달 트래픽 목표량 5백 만을 채운 달에는 성과를 냈다는 스티커가 붙어있었다. 혹시나 이들도 트래픽을 위해 자극적 콘텐츠를 만들고픈 유혹은 없었을까.

▲ 클리블랜드 클리닉 콘텐츠마케팅팀의 사무실에 붙어있던 ‘트래픽 달력’. 매일 발생한 트래픽을 기록하고, 목표량에 달성하려고 노력한다. 사진=정민경 기자.
“제목에 ‘슈퍼 섹시’(super sexy)같은 걸 쓰지 않으려 한다. 클릭수가 늘어나면 수익도 늘어나겠지만 수익 때문에 내부에서 논쟁이 생기면 보수적인 쪽을 택한다. 우리에게 가장 우선된 일은 조회수를 늘리는 게 아니다. 클리블랜드 클리닉이라는 브랜드 가치와 신뢰성 있는 정보 제공이 최우선이다.
물론 트래픽이 많이 나오는 게시물의 특성이 있고, 거기에 맞춰 콘텐츠를 만드는 건 당연하다. 예를 들면 ‘오줌 색깔에 따른 건강상태’라든가 성생활 의학정보는 트래픽이 많이 나온다. 오줌 색깔에 따른 건강상태가 큰 인기를 얻어 ‘코딱지 색깔에 따른 건강상태’같은 콘텐츠를 만들었다. 트래픽을 의식하긴 하지만 의학정보 제공에 중심을 둔다.”

이들이 ‘수익’보다 ‘신뢰받을 만한 정보 제공’에 우선점을 두는 이유는 병원의 지원 때문이기도 하다. 아만다는 “우리는 독립적인 언론이 아니고, 클리블랜드 클리닉의 마케팅팀의 일환”이라며 “언론으로 자생능력은 없다. 병원 지원 없이는 운영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콘텐츠의 특성상 의사들과 협업도 필수적이다. 보통 소속 의사들과 인터뷰를 진행하는 절차는 어떻게 될까 물었다.
“의사와 콘텐츠팀을 연결하는 매니저는 따로 있다. 이들에게 어떤 의사를 인터뷰할지 요청해놓는다. 사실 오래 걸린다. 의사는 환자 돌보는 게 우선이기에 미리미리 요청해 놓아야 한다. 그러나 의학 정보는 보통 에버그린 콘텐츠(evergreen contents, 유통기한이 짧지 않고 오래 볼 수 있는 양질의 콘텐츠)라, 시기에 쫓기지는 않는 편이다. 물론 의사들은 너무 바빠, 참여가 어려운 경우도 많다. 하지만 콘텐츠 제작 역시 환자를 도와주는 일이고, 의사도 환자에게 많이 받는 질문들을 콘텐츠로 만드는 경우가 많아서 적극 참여한다. 의사들도 우리 블로그에 자신의 연구나 케이스스터디가 소개되는 것을 자랑스러워한다.” 아만다는 콘텐츠 제작에 참여한 의사에게 주어지는 혜택은 따로 없다고 덧붙였다.

▲ 클리블랜드 클리닉 행정동 내부에 마련된 콘텐츠마케팅팀 사무실 내부를 둘러봤다. 각 에디터, 디자이너마다 분리된 공간을 사용하게 돼있다. 자신의 공간 앞에선 아만다의 모습. 사진=정민경 기자.
최근에는 ‘페이스북 라이브’ 기능을 활용해 심장 이식 수술을 직접 보여주는 콘텐츠도 제작했다고 한다. 영상 콘텐츠 제작이 늘면서 계약직 직원 2명을 늘렸다.
“수술 장면 라이브도 한다. 그러나 수술 장면을 공개하는 것은 승인 절차도 매우 복잡하고, 시청자가 보기에 징그러운 장면도 있어서 자주 하지는 못한다. 힘든 장면은 일러스트나 애니메이션으로 대체한다.”

아만다는 “당장 우리의 콘텐츠가 독자들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다른 산업이 독자들에게 끼치는 영향보다 직접적 영향을 주기에 보람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 관련기사: 브랜드 저널리즘 현장에 가다 ①: “주류 언론의 배신, 소셜 미디어가 혁명의 무기가 됐다”
브랜드 저널리즘 현장에 가다 ②: NASA SNS매니저 “난 조직에서 가장 멍청한 질문하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