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더 “폭염·혹한·미세먼지 수당줘야”… 현실은 ‘10%’

24개 배달업체 대상 설문… 산재 사각지대 심각, ‘업체-라이더-정부’ 3자 테이블 주장

2018-09-03 14:20       손가영 기자 ya@mediatoday.co.kr

폭염, 혹한, 미세먼지 등 악천후에 무방비로 노출된 배달라이더들이 배달제한권과 안전수당을 필요로 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배달대행업체가 우후죽순 생겨나는 상황에서 통일된 안전 가이드라인 도입이 필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라이더유니온 준비모임’(라이더유니온)이 18개 배달대행업체와 6개 요식업체 소속 배달라이더 55명에게 설문조사한 결과 폭염 때 별도수당을 받는 라이더는 7.2%(4명), 우천·우설 시 추가수당을 받는 라이더는 62%(35명)에 그쳤다.

▲ ‘라이더유니온 준비모임’(라이더유니온)이 18개 배달대행업체 및 6개 요식업체 소속 배달라이더 55명에게 설문조사를 한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손가영 기자

반면 위험수당 요구는 높았다. 라이더 90.9%가 폭염, 혹한, 미세먼지 등의 수당이 지급돼야 한다고 답했다. 라이더들은 현재 눈·비 올때만 건당 100원의 추가수당을 더 받는다. 이마저도 맥도날드·롯데리아 등 일부 업체에 국한된다.

‘배달제한권’ 요구도 높았다. 24개 업체 중 14개 업체 라이더가 폭우, 폭설에도 배달을 제한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특히 눈 내린 다음 날 사고위험이 높다. 골목길, 갓길 등 오토바이가 지나는 길은 제설작업이 제대로 돼있지 않은 곳이 많다.

배달제한권이 정해져 있어도 현장에서 자유롭게 쓸 수 없다. 관리자 성향에 따라 요구가 묵살되기도 하고 라이더 대부분은 불이익을 우려해 권리를 주장하지 않는다. 5년차 맥도날드 라이더 김아무개씨는 “눈·비가 올 때 배달구역을 제한할 수 있지만 대부분 말을 잘 안 한다. 우리 매장에선 나만 중지를 시킨다”고 했다.

악화된 기상 속에서 이들의 안전보호장비는 헬맷, 팔꿈치·무릎보호대가 전부다. 폭우 때 장화, 비옷 등이 추가된다. 보호장비는 사고 발생 가능성을 크게 줄여주진 않는다. 라이더유니온의 박정훈씨는 “주문은 항상 밀려있는데 배치인력은 부족하니 배달지연이 일어나고 고객은 욕하고 마음이 다급해진다. 위험 운행을 할 수밖에 없다”며 배달제한권을 주장했다.

▲ ‘라이더유니온 준비모임’(라이더유니온)이 18개 배달대행업체 및 6개 요식업체 소속 배달라이더 55명에게 설문조사를 한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손가영 기자

라이더들은 보호장치 구비실태도 미비하다고 지적했다. 올해 폭염에 대비해 ‘햇빛 차단 토시’, ‘아이스 스카프’ 등을 지급한 업체는 24개 중 3개 업체에 불과했다. 17개 업체 30명 라이더 중 8개 업체 소속 15명 라이더만 계절별 유니폼을 지급받았다고 답했다.

황사·미세먼지 경보 발령 때 황사마스크를 지급받는 업체도 3개 업체의 라이더 5명(9%)이 전부였다. 겨울에 장갑 등 방한용품을 지급하느냐는 질문엔 전체 32.7%만 그렇다고 답했다.

이에 라이더유니온은 10대 요구안을 작성해 △폭염·혹한·미세먼지·폭우·폭설 등에 대한 날씨 수당 △실질적인 작업거부권 △황사마스크·방한용품·계절별 배달복 등 보호장비 지급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산재보험 사각지대 해결 등을 골자로 한 구조적 개선도 촉구했다. 배달대행업체 라이더 중엔 보험비 부담 때문에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않거나 사고 보상을 못 받는 운전자 보험에 가입한 경우가 많다. 라이더유니온은 “플랫폼을 기반으로 배달대행업체가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사각지대 또한 넓다. 배달노동자-배달업체-정부 및 지자체의 3자 협의체를 구성해 의견을 수렴하고 정부와 지자체는 강제성있는 배달노동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