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보도 방해 혐의 TV조선 간부 피소

민언련 등 정석영 TV조선 부국장 등 검찰 고발… “TV조선 간부와 청와대 불법 거래 의혹 수사하라”

2018-09-03 15:54       김도연 기자 riverskim@mediatoday.co.kr

박근혜 탄핵 집회를 이끈 시민단체가 3일 정석영 TV조선 보도본부 부국장과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을 국정농단 취재·보도 방해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전직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 실무진들과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이날 오전 “정 부국장을 포함한 TV조선 관계자들과 안 전 수석 등 박근혜 청와대 관계자들은 국정농단 사태 보도를 무마하기 위해 부적절하게 내통하고 불법적으로 거래한 의혹이 있다”며 “당시 TV조선 취재팀의 국정농단 사태 취재·보도를 불법으로 방해했다”며 검찰에 고발했다.

아울러 이들은 정 부국장과 안 전 수석 간 불법적 거래 혐의가 의심되는 상황에서 이를 인지하거나 보고 받고도 은폐·묵인한 의혹이 있는 당시 검찰 관계자들에 대한 수사도 촉구했다.

▲ 뉴스타파는 지난7월 “2016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초 TV조선 보도국의 한 간부가 미르재단 사무총장인 이성한과 안종범 당시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사이에서 메신저 역할을 하며 사실상 자사 기자들의 취재를 방해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사진=뉴스타파 화면
이들이 지목한 검찰 관계자는 당시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장으로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 사건 수사팀장이던 한웅재 현 대구지검 경주지청장, 결재권자였던 노승권 서울중앙지검 1차장 검사(현 사법연수원 부원장),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 등이다.

시민단체들은 “정 부국장 등은 2016년 7~8월 TV조선 보도본부 국정농단 사건 취재팀의 취재 및 보도 업무를 조직적으로 계속 방해한 것으로 드러났는데 이는 진상규명을 바라는 온 국민 열망을 짓밟는 반사회적 행위였을 뿐 아니라 언론의 기본 소명인 권력 감시와 진실 보도 의무를 저버린 중대한 잘못”이라며 “형사적으로도 업무방해죄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행위를 저질렀다는 의혹이 크다”고 밝혔다.

이어 “동시에 박근혜 청와대와 안 전 수석 등의 행위는 TV조선 내 취재팀 취재와 보도를 방해하고 나아가 TV조선 국정농단 사건 취재 기자들의 핵심 취재원이면서 공익적으로 내부 제보를 하던 이들의 입을 막으려 했던 과정에서, 직권을 남용한 범죄(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의 공범 행위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 이를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2016년 7월26일 TV조선이 미르재단 첫 기사를 보도한 직후 안 전 수석과 주용중 TV조선 보도본부장의 통화 내용도 수사 받아야 한다”며 “정 부국장 외 또 다른 TV조선 고위 관계자가 사건에 연루됐는지 수사 필요성이 있다. 정 부국장이 안 전 수석에게 넘긴 녹음파일 내용도 공개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7월 뉴스타파는 검찰 수사 기록을 바탕으로 2016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초 당시 정석영 TV조선 경제부장이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과 안 전 수석 사이에서 메신저 역할을 하며 자사 기자들 취재를 방해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TV조선은 지난 2016년 7월28일 보도에서 안 전 수석이 이 전 총장 사퇴를 종용했다고 보도했다. 이 전 총장은 TV조선에 “(안종범 수석이 전화로) 재단을 떠나줬으면 좋겠다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때만 해도 이 전 총장은 재단 정상화와 사무총장 자리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TV조선 취재에 소극적으로 응했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이날 보도가 나간 지 30분 뒤 이 전 총장은 정석영 부국장과 26분여 통화하며 “언론(TV조선) 보도는 인터뷰를 짜깁기한 것”, “안종범 수석님은 개입 사실을 부인하고 단지 도와준 것에 불과하다는 입장만 유지하면 아무 문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총장 자신이 TV조선 취재에 응하긴 했으나 재단을 정상화하고 사무총장 자리를 지켜주면 안종범 개인을 공격할 의사가 없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정 부국장은 이 전 총장과의 통화를 녹음한 뒤 녹음 파일을 안 전 수석에게 보냈다.

▲ 정석영 TV조선 보도본부 부국장(왼쪽)과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 사진=뉴스타파 화면
TV조선이 청와대와 미르재단 의혹을 계속 보도하던 2016년 8월16일에도 두 사람은 통화했고 정 부국장은 이 통화 내용도 안 전 수석에게 전달했다. 이 전 총장은 정 부국장에게 “녹음파일이 공개되면 최순실·차은택이 재단 설립 운영에 관여한 사실이 부인할 수 없을 정도로 명확히 밝혀질 것”, “안종범 수석이 신뢰를 주면 목에 칼이 들어와도 녹음파일이 유출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고 정 부국장은 이 내용도 안 전 수석에게 전달했다.

이 전 총장이 말하는 ‘녹음파일’은 미르재단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최순실과의 회의 내용을 이 전 총장이 녹음한 것으로 최순실 게이트 초 미르재단과 최순실 관계를 입증할 ‘스모킹 건’으로 간주됐다. 당시 미르재단을 취재하던 TV조선 기자들은 이 녹음파일을 확보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정 부국장이 이 전 총장과 통화에서 이 녹음파일 존재를 인지했는데도 통화 내용을 기자들이 아닌 안 전 수석에게 전한 사실이 드러나 ‘취재 방해’ 의혹이 제기됐다. 

TV조선에서 후배 기자들을 이끌고 최순실 게이트를 취재한 이진동 전 사회부장 책 ‘이렇게 시작되었다’에는 정 부국장에 관한 서술이 있다. TV조선이 미르재단 모금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최초 보도했던 2016년 7월26일, 보도가 나가기 한 시간 전 주용중 TV조선 보도본부장실에서 정 부국장이 협찬을 이유로 보도를 막으려 한 정황이었다. 

정 부국장은 지난 7월 뉴스타파 보도에서 “기자로서 어긋나게 살아온 바가 없다”는 말 외 구체적 답변은 하지 않았다. 미디어오늘은 뉴스타파 보도 직후에 이어 고발이 있은 3일에도 정 부국장 입장을 듣고자 했으나 그는 연락을 받지 않았다. 정 부국장은 2018년 조선미디어가족 부수 확장대회에서 기업 확장 부문 4위를 차지하는 등 조선미디어그룹 내에서 영업 실적을 인정받고 있다.

지난 2016년 4월부터 TV조선 보도본부장을 맡고 있는 주용중 본부장은 지난 7월 미디어오늘 통화에서 “(뉴스타파 보도) 내용은 안다”면서도 “이진동 부장 책에 다 나와 있고 그 이상 드릴 말씀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