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신뢰도 하락은 “친정부 여당지 느낌” 때문?

2018 한국기자협회 신뢰도 조사 두고 내부 위기감… 타 매체 기자들 “권력 비판·견제 기능 무뎌졌다”

2018-09-03 17:47       김도연 기자 riverskim@mediatoday.co.kr

기자가 선정한 언론사 신뢰도 조사에서 한겨레가 3위에 그치자 내부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기자협회보가 지난 8월 기자협회 소속 기자 305명을 대상으로 매체 신뢰도를 조사한 결과, 한겨레는 작년 2위(12.1%)에서 올해 3위(6.9%)로 한 계단 추락했다. 지난 2006~2016년까지 9번에 걸친 조사에서 신뢰도 1위 매체였던 한겨레는 작년과 올해 연이어 ‘신뢰도 1위’ 아성이 무너졌다. 

반면 JTBC는 지난해(30.3%)에 이어 올해도 1위(22.3%)를 차지했다. 한겨레와 비교하면 격차가 무려 3배 이상 벌어졌다.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겨레지부(한겨레지부·지부장 정남구)는 지난달 23일 발행한 노보 ‘한소리·진보언론’에서 매체 신뢰도 추락 소식을 2면에 걸쳐 다루며 위기의식을 드러냈다. 편집국의 한 조합원은  노보를 통해 “한겨레는 신뢰도를 통한 영향력 모델”이라고 전한 뒤 “우리는 그동안 업계에서 인정받는 최고 언론사 기자라는 점을 자랑스러워 했다. 이번 결과는 국민 상대 조사가 아니라 이른바 ‘선수’끼리 답한 신뢰도 조사인 데다 2년 새 두 계단이나 내려앉았다는 점에서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조합원은 “그 사이 회사가 재벌에 팔린 것도 아니고 기자들이 바뀐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된 건지 걱정”이라며 “회사 내부적으로 신뢰도를 제고할 고민은 하는 건지 궁금하다”고 꼬집었다.

▲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 사옥 사진=이치열 기자
한겨레지부는 노보에 한겨레를 바라보는 타 매체 기자들의 비판을 담으며 신뢰도 추락 원인을 진단했다. 입사 16년차인 정치부 소속 방송기자 ㄱ씨는 “한겨레가 정치, 경제, 사회 분야에서 진보적이라기보다 정파적으로 변질돼 간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진보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아니라 진보를 표방하는 정파 목소리를 대변한다는 이야기”라고 비판했다.

ㄱ씨는 “다수 독자들이 우리사회 상징적 존재인 한겨레에 바라는 것은 집권 여당에 쓴소리를 내는 것인데 지금 한겨레엔 그런 기사들이 별로 없다”며 “이쪽저쪽 눈치 보며 스탠스가 어정쩡하다간 아무것도 안 될 수 있다”고 충고했다. “한겨레가 나서서 비판적 저널 역할을 해야 하는데 현재 그런 니즈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ㄱ씨는 “지난해 술자리 시비 끝에 기자가 사망하고, 한 기자가 필로폰 투약 혐의로 입건된 사건들도 신뢰도 하락에 영향이 없다고 할 수 없다. 일부의 튀는 행동이긴 하지만 ‘하다하다 별 일이 다 벌어지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도 전했다.

입사 12년차 사회부 소속 방송기자 ㄴ씨도 신뢰도 하락을 두고 “문재인 정부 들어 권력 지형이 바뀌면서 한겨레가 권력을 비판하는 야당지 입장보다 여당지 느낌을 풍기기 때문”이라며 “집권 세력을 비판하는 것은 언론 본연의 기능이다. 그런데 한겨레가 집권 세력이 아니라 야권 세력에 날을 세우는 것은 이런 기능성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를 테면 한겨레의 드루킹 특검 보도가 김경수 경남지사 입장에 서는 논조를 보이며 한 쪽으로 기울었다는 지적이다. “한겨레가 현 정부 비판에 노이로제가 걸리면서 더욱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하는 점도 입지를 좁게 만들고 있다”는 것.

입사 11년차 경제부 소속 신문기자 ㄷ씨는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한겨레가 당시 문재인 후보 쪽과 불편한 관계에 놓이는 모양새가 연출되고 그 와중에 크고 작은 사건, 사고에 휘말리면서 포지셔닝을 어떻게 할 줄 몰라한다는 느낌이 지면에서 읽힌다”며 “조금 다른 이야기일 수 있지만 단적으로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씨 표기를 여사로 바꾼 사례가 대표적 아닐까 싶다. 제3자 입장에서 한겨레를 바라보고 있지만 진보 정권일 때 한겨레의 매체 포지셔닝이 정말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ㄷ씨는 박근혜 정부 때 침묵하던 KBS와 MBC가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치열한 매체 경쟁 환경이 만들어진 것도 영향을 줬다고 봤다. 한겨레에 쏠렸던 신뢰도가 분산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입사 15년차 사회부 소속 방송기자 ㄹ씨도 “지금 지면은 친정부적 인상을 준다. 정부와 결이 닿아있는 느낌의 기사가 많다”고 분석한 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불미스러운 일들이 생기며 무언가 크게 잘못되고 있는 조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입사 14년차 국제부 소속 신문기자 ㅁ씨는 “최근 들어 한겨레를 비하하는 용어나 내용들이 인터넷 기사 댓글에 많다. 한겨레와 경향 반대편에 이른바 조중동을 놓고 똑같은 놈들이라는 프레임도 늘고 있다. 실제 한겨레가 이런 프레임에 빠질수록 신뢰도 하락 원인이 될 수 있다”며 “진보 매체들이 전 정부에서는 활약했다. 반면 문재인 정부에서는 권력을 비판하고 견제하는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지면에 보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