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방송의 날 축사서 ‘방송갑질’ 언급했다는데

문재인 대통령 ‘방송 공공성 강화’ ‘갑질 개선’ 당부, 창조경제만 강조하던 이전 정부와 대조적인 메시지 발표

2018-09-03 20:30       금준경 기자 teenkjk@mediatoday.co.kr

지상파 방송사의 생일을 맞아 문재인 대통령이 내놓은 메시지는 ‘방송 공공성 강화’와 ‘갑질 개선’이다.

한국방송협회(회장 박정훈)는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지상파 방송 개국 기념행사인 방송의날 축하연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참석해 축사했다. 방송의날 축하연 때마다 대통령이 축사를 발표했으며 임기 중 한번씩은 직접 행사에 참석해왔다. 방송의날 대통령 메시지에는 정부의 방송정책 기조를 엿볼 수 있어 업계가 주목한다.

▲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방송의날 축하연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한국방송협회 제공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방송산업 경쟁력 강화 뿐 아니라 ‘방송 공공성 강화’ ‘통일 시대 방송 역할론’ ‘방송 갑질 개선’을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년, 우리 방송은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국민들은 우리 방송의 공공성이 무너져내리는 것을 참담하게 바라봐야 했다”며 “세계언론자유지수에서 한국의 순위가 크게 올랐다.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려는 방송인들의 눈물겨운 투쟁과 노력의 결과”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방송 본연의 사회적 역할과 공적 책임에 대한 끊임없는 성찰이 필요하다”며 “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을 흔들림 없이 바로 세워달라. 정부도 방송의 독립성과 공영성을 철저히 보장하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당부드린다”며 방송계 갑질 문제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방송 콘텐츠의 결과물만큼 제작 과정도 중요하다. 제작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현장의 모든 분들을 함께 일하는 동료로서 존중해주시면 좋겠다. 노동이 존중되고, 사람이 먼저인 일터가 되어야 창의력이 넘치는 젊고 우수한 청년들이 마음껏 역량을 펼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 집권 직후였던 2017년 7월 EBS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던 박환성·김광일 독립PD 사망사고를 계기로 정부는 방송계 갑질 근절을 골자로 한 범정부 종합대책을 발표하는 등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지상파방송사도 상생방안을 잇따라 발표하지만 여전히 비정규직과 독립제작 인력을 상대로 한 과도한 업무지시, 열악한 처우, 갑질이 끊이지 않는다. 

▲ 지상파 방송을 회원사로 둔 한국방송협회(회장 박정훈)는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방송의날 축하연을 개최했다. 사진=한국방송협회 제공

또한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 화해협력 과정에서 방송의 역할론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를 위한 방송의 역할이 크다”며 “국민들은 방송을 통해 정상회담에 함께하며 평화의 소중함과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음을 공감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의 축사는 지상파 방송을 산업의 한 영역으로만 봤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축사와 대조적이다. 2015년 방송의날 축하연 때 박 전 대통령은 영상 축사를 통해 “우수한 콘텐츠로 세계와 거래하면서 문화융성과 창조경제를 이끄는 선도자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6년 박 전 대통령은 “우리 방송은 명품 콘텐츠의 생산기지이자 한류의 전초기지”라고 말했다.

비대칭 규제 환경에서 지상파 광고매출 감소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올해도 규제 개선 요구가 나왔다. 이날 행사 때 박정훈 한국방송협회장(SBS 사장)은 “매체 간 차별규제 대신 공정경쟁이 보장되는 미디어 환경이 조성되기를 지상파 방송종사자들은 간절히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축사를 통해 “불필요한 규제는 제거하고, 간섭하지 않겠다”고 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오는 12월까지 지상파 중간광고 도입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