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 주 68시간 꼼수?

주 단위 노동시간은 줄었지만 1일 무제한 노동에 급여삭감 주장…한빛센터 “스태프 인권 보장 대책 마련해야”

2018-09-04 17:52       장슬기 기자 wit@mediatoday.co.kr

JTBC 드라마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연출 최성범, 이하 강남미인)’ 촬영 현장에서 스태프들이 여전히 하루 20시간 넘는 노동에 시달리고 ‘주 68시간 체제’ 도입 이후 근무일수가 줄어 급여도 줄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고(故) 이한빛 PD를 기리며 방송제작환경 개선을 위해 일하는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소장 탁종열)가 최근 7주간 드라마 ‘강남미인’ 스태프 출퇴근시간을 공개했다. 이를 보면 출근시간부터 퇴근시간까지 주당 각각 39시간30분, 98시간, 62시간, 57시간30분, 56시간40분, 84시간, 60시간이었다. 과거 주당 100시간 넘게 일하던 때보단 총량으론 노동시간이 줄었다.

▲ JTBC 금토드라마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 포스터. 사진=JTBC 홈페이지

하지만 여기엔 ‘꼼수’가 숨어있다. 주당 노동시간은 줄었지만 이는 노동일수가 줄어서 그렇지 1회 노동시간은 여전히 약 20시간에 이르렀다. 스태프들은 한번 출근하면 최소 17시간에서 최대 약 22시간 뒤에 퇴근했다. 해당 자료에 휴식시간이나 식사시간도 포함돼 있지만 살인적 노동강도다.

스태프들은 새벽까지 이어진 노동 탓에 다음날 쉬더라도 자고 일어나면 늦은 오후나 밤이라 개인생활을 제대로 할 수 없다. 언제 쉴지 모르고, 쉬는 날이더라도 사실상 다른 일을 할 수 없는 시간표다.

한빛센터는 지난달 28일 JTBC와 드라마제작사에 “제작현장에서 일급제 등 근로계약의 허점을 교묘히 이용해 1일 무제한 노동을 강제하고 그에 따른 정당한 급여를 지급하지 않는 등 스태프의 노동조건을 악화하고 있다”며 촬영일지와 개선대책을 8월30일까지 요청했다.

이에 JTBC 측은 4일 미디어오늘에 “‘강남미인’ 제작진은 새로 권고된 근로기준법에 의거해 촬영 스케줄을 재조정했고, B팀 조기투입 등 방안으로 당초 예정된 제작예산 초과를 감수하며 기존 드라마 제작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해왔다”며 “다만 몇 가지 시행착오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한 뒤 “이와 같은 내용을 인지한 후 촬영 스케줄 및 제작 상황을 더 꼼꼼히 확인해 법에 위배되지 않으려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답했다.

JTBC 측은 “시행착오 부분 역시 새 근로기준법을 따르려 시스템을 바꾸는 과정에서 문제가 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고쳐나가고 있다”며 “촬영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혹 추가 피해를 입는 스태프들이 나오지 않도록 스케줄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덧붙였다.

▲ JTBC 금토드라마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 홈페이지 갈무리

전문가들은 해당 촬영시간표를 보고 스태프들의 건강을 위해 제작환경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명희 예방의학 전문의(노동건강연대 회원)는 한빛센터에 보낸 의견서에서 “방송 제작이 병원·발전소·소방서처럼 24시간·365일 작동해야 하는 필수 서비스가 아닌데도 장시간 연장노동을 해야 하는 마땅한 이유를 찾기 어렵다”며 “야간근무와 유방암, 교대근무와 심혈관질환·대사증후군·당뇨병 사이에 원인적 연관성을 시사하는 증거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철주 노동건강연대 정책위원(직업환경전문의)도 “하루20시간 연속노동은 극단적 형태의 교대근무로 산재 사고와 각종 질환 발생의 원인이 될 가능성이 매우 커 금지해야 할 근무형태”라며 “최소 하루 6시간 수면을 확보할 수 있는 근무형태로 조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캠핑카 등을 활용해 수면장소를 설치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또한 김 정책위원은 “고용노동부 고시에 발병 전 12주 동안 업무시간이 평균 60시간을 초과하면 업무와 뇌혈관 질병 및 심장질환과 관련성이 강하다고 규정돼있다”며 “현재 야간근무 특수 건강진단을 수행하고 있으니 건강진단을 통해 최소한의 건강관리라도 받아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