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기흥공장 사고, 보도태도 천차만별

[아침신문 솎아보기] 경향 1면과 11면에 보도, 한겨레 13면 머리기사
중앙·한국일보 3단 보도, 조선·동아·경제지 단신처리에 삼성 해명 상세히

2018-09-05 08:32       이정호 기자 leejh67@mediatoday.co.kr

4일 낮 1시55분께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에서 소화용 이산화탄소가 누출돼 협력업체 20대 직원 1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다친 2명도 4일 밤까지 의식을 찾지 못했다. 이번에도 삼성은 사고가 난지 거의 2시간 동안 소방당국에 알리지 않고 자체 소방대에서 사고를 처리하려 했다. 앞서 삼성은 2013년과 2014년에도 유해물질 누출로 인한 사고를 늑장 신고해 비난 받았다.

삼성 기흥공장 이산화탄소 누출 비정규직 3명 사상

▲ 지난 9월4일 방송된 KBS 뉴스9 갈무리

숨지거나 다친 3명은 모두 소화설비 관련 협력업체 직원으로 소화설비용 이산화탄소 저장창고를 점검하다가 사고를 당했다. 밀폐된 공간에서 이산화탄소가 누출될 경우 산소가 부족해져 질식할 수 있다. 삼성은 부상자를 병원으로 옮긴 뒤 1명이 숨지자 신고했다. 사고가 난지 거의 2시간이 다 된 시간에 신고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는 화학물질안전원의 사고상황 문의를 받고 삼성전자에 수차례 전화했지만 연락이 안 됐고, 거의 2시간 뒤 삼성쪽 신고를 받았다. 늑장신고는 소방기본법 위반이다. 삼성은 앞서 2013년과 2014년 사고때도 늑장신고 지적을 받고 앞으로는 신속히 신고하겠다고 밝혔다.

▲ 한겨레신문 13면

그런데 이런 상세한 얘기는 전국 일간지 가운데 한겨레와 경향신문을 봐야만 알 수 있다. 두 신문만 삼성이 늑장 대응하고, 그 사이 경기도 소방당국은 전화기를 붙잡고 발을 동동 구르는 사고 상황을 모두 그렸다.   

한겨레·경향 심층보도로 삼성의 또 늑장 질타

한겨레신문은 이런 내용을 5일자 13면에 ‘치명적 가스 유출됐는데… 사람 숨진뒤에야 신고한 삼성전자’라는 제목을 달아 머리기사로 보도했다. 이 기사엔 삼성전자 기흥공장으로 진입하는 소방차를 찍은 연합뉴스 사진까지 실었다.

경향신문은 이 소식을 1면에 ‘삼성반도체 기흥사업장서 이산화탄소 누출 1명 숨져’라는 제목으로 전한데 이어 11면에도 ‘삼성전자 또 늑장 대처… 경기도 긴급조사’라는 제목으로 상세히 소개했다.

▲ 경향신문 1면(위)과 11면(아래)

조선·동아·경제지 단신 처리하면서 삼성 해명 장황하게 나열

운 좋게 경향신문과 한겨레신문을 본 독자는 사고 내막과 뒤처리 과정에서 삼성이란 기업이 어떤 식으로 대처하는지 알 수 있지만, 나머지 신문들을 보면 뭐가 뭔지 제대로 알 수 없다.

이 사고소식을 조선일보는 10면에 1단 기사로 실었고, 세계일보도 역시 10면에 1단 기사로 실었다. 동아일보도 16면에 1단 기사로 실었다. 매일경제신문은 27면에 2단 기사를 실었지만 기사 분량은 1단 기사로 실었던 조선일보보다 적었다. 매경은 작은 제목에 ‘삼성측, 희생가족에 깊은 위로’라고 달아 놓고 “사고를 당한 협력사 직원분들과 가족들에게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 관련 부처의 사고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삼성의 입장을 그대로 옮겼다. 매경의 이 짧은 기사는 그나마 삼성쪽 해명이 1/3 가량 차지했다.

이 소식을 16면에 1단으로 보도한 동아일보는 딱 5문장짜리 짧은 기사에 그쳤다. 그나마 맨 마지막 문장은 삼성의 해명을 소개했다. 기사 쓰기 참 싫었나 보다.

▲ 왼쪽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조선일보 10면, 세계일보 10면, 매일경제 27면, 동아일보 16면.

중앙·한국일보 3단 기사로 담담하게 처리

중앙일보와 한국일보는 14면과 10면에 각각 ‘삼성반도체 이산화탄소 유출, 협력업체 직원 1명 사망 2명 중태’와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이산화탄소 유출 1명 사망’이란 제목으로 3단 기사를 실었다.

경향과 한겨레는 이 사고의 문제점을 파고들어 기사를 키우려 노력했고, 중앙과 한국일보는 담담하게 3단 기사로 보도했다. 반면 조선, 동아, 세계일보와 경제지들은 1~2단으로 사고를 되도록 적게 보도하려고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문제는 삼성반도체 기흥공장에 수많은 노동자가 일하는데 매번 화학물질 사고 때마다 간접고용 비정규직들만 죽거나 다치고 있다. 기업은 외주화된 간접고용 비정규직을 듣기 좋으라고 ‘협력업체 직원’이라고 부르지만, 한국의 이중 노동시장 구조는 위험마저 외주화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 중앙일보 14면(위)과 한국일보 10면(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