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사이 지상파 광고 ‘반 토막’… ‘큰 그림’ 필요

[광고시장 분석] 지상파 몰락과 모바일 동영상 부상, 규제완화 논의 넘어 광고정책 중장기 변화 고민할 때

2018-09-05 15:45       금준경 기자 teenkjk@mediatoday.co.kr

“예전에는 지상파 광고가 완판 되는 게 당연했는데, 지금은 완판 되면 기사가 나오더라.” 한 지상파 관계자의 말이다. 다른 지상파 관계자는 사석에서 지상파에 더 깐깐한 방송 규제의 문제를 지적하며 “지상파 면허를 반납하고 싶다”고 했다. 한국의 미디어 광고시장은 급변하는 동시에 ‘제로섬 게임’이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광고를 비롯한 미디어 정책이 사업자 유불리에 따라 눈치를 보며 아무 것도 하지 않거나 땜질식으로 이뤄진다는 데 있다. ‘큰 그림’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난 16년 동안 광고시장은 급변했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지상파 광고의 몰락이다. 미디어오늘이 매년 발간되는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사업자 재산상황 공표집’을 종합해 방송광고시장 추이를 분석한 결과 KBS와 MBC 광고는 ‘반토막’ 났다. 2002년 KBS 광고매출이 7352억 원이었으나 지난해는 3666억 원에 그쳤다. 같은 기간 MBC의 경우 6584억 원에서 2926억 원으로 떨어졌다. 매체별 광고시장 점유율 추이를 보면 2006년 지상파는 전체 방송광고시장의 75.8%를 차지했으나 지난해 44.6%까지 떨어졌다.

문제는 지금의 지상파 광고매출 하락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미국발 금융위기 여파로 2009년 신문과 방송 광고매출이 당시 기준으로 역대 최저치를 찍었지만 이듬해부터 호전됐다. 그러나 2012년 이후로는 일관된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더구나 2015년 광고총량제 규제완화가 단행됐고 2017년 지상파3사가 ‘꼼수 중간광고’(PCM)를 도입했음에도 광고 실적 개선은커녕 추락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 방송 광고매출 추이. CJ는 계열채널 종합 (클릭하면 확대된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원인이 무엇일까. 방송 시장 내부적으로는 독점 붕괴의 여파가 컸다. 2011년 종합편성채널이 4개사나 출범하면서 ‘제로섬 게임’이 시작됐다. 지난해의 경우 지상파 파업이 이어지고 종편이 ‘반사이익’을 누린 가운데 양질의 콘텐츠를 선보인 JTBC의 광고매출이 2185억 원을 기록해 MBC 광고매출(2926억 원)을 턱 밑까지 추격했다.

CJENM의 성장도 주목해야 한다. 한때 ‘B급 콘텐츠’ 이미지가 강했던 CJENM은 지상파 출신 PD들을 영입하고 투자규모를 늘리며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했고 많은 채널을 통해 재방송을 쏟아내는 방식으로 광고경쟁력을 끌어올렸다. 지난해 CJENM계열 채널의 광고매출은 3367억 원에 달했다.

지상파, 특히 수신료를 받지 않으면서도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 체제에 묶인 MBC는 더욱 답답한 상황이다. KBS와 MBC 광고는 자회사가 아닌 코바코가 광고판매를 대행하고 군소방송사 광고와 결합해 판매하는 시스템에 묶여 있다. SBS는 SBS계열사인 미디어크리에이트가 광고영업을 전담하되 일부 군소방송과 결합해 영업한다. 종편은 각 사별로 미디어렙을 허용해 사실상 직접 광고영업을 하고 있다.

방송시장 외부에서는 온라인, 특히 모바일 광고 급성장이 이어지고 있다. 제일기획이 매년 발표하는 총광고비 조사를 종합하면 PC와 모바일 광고시장의 도약이 돋보인다. PC시장은 2002년만 해도 1850억 원에 불과해 2조 원 대 규모를 갖춘 지상파, 신문·잡지 시장과 비교하기 힘들 정도였으나 2013년 2조 원을 넘겼다. 2010년부터 따로 분류되기 시작한 모바일시장은 첫해 매출이 5억 원에 불과했으나 2017년 광고매출 2조2157억 원으로 1조 원 대로 추락한 지상파와 신문·잡지 광고시장을 추월했다. 제일기획은 올해 모바일 광고시장을 2조4710억 원 규모로 예상했다.

▲ 광고매출 추이. (클릭하면 확대된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인터넷 광고 가운데서도 ‘온라인 동영상’ 광고시장을 주목해야 한다. 포털 중심의 ‘검색광고’ ‘디스플레이 광고’ 외에 동영상 소비가 급증하면서 ‘온라인 동영상’ 시장이 급성장했고 이 가운데서도 유튜브의 존재감이 막강해졌다. 메조미디어에 따르면 올 상반기 유튜브의 동영상 광고 매출은 1169억원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온라인 동영상 광고시장의 40.7%에 달하는 규모다.

이제 더 이상 대기업 광고는 TV, 중소기업 광고는 온라인이라는 공식은 통하지 않는다. KT가 리뷰를 전문으로 하는 스타트업 ‘디에디트’를 통해 광고하고 LG생활건강이 ‘반도의 흔한 애견샵 알바생’에게 광고를 의뢰한다. 한 홍보대행사 관계자는 “물론, 여전히 TV, 라디오, 신문, 잡지를 4대 매체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고 단가 차이도 크다. 하지만 유명 크리에이터나 뉴미디어 업체에 맡기면 콘텐츠 노출량과 타깃 시청 데이터를 즉각적으로 받을 수 있어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시장이 급변하는 가운데 지상파의 대응은 ‘중간광고’ 도입에 사활을 거는 것이다. 박정훈 한국방송협회장(SBS 사장)은 지난 3일 ‘방송의날 축하연’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앞에 두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매체 간 차별규제 대신 공정경쟁이 보장되는 미디어 환경이 조성되기를 지상파 방송종사자들은 간절히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상파 관계자들이 국회의원들을 만나며 중간광고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국회의원이 방통위원장에게 질의하면 지상파 메인뉴스는 그 모습을 보도하며 중간광고의 필요성을 부각한다.

▲ 지상파 3사 사옥.

한 지상파 관계자는 “특혜를 달라는 게 아니다. 원래 지상파에는 중간광고가 있었는데 석유파동을 계기로 중단됐던 걸 다시 재개해달라는 주장이다. 지상파의 플랫폼 이점이 사라지고 유료방송과 경쟁을 하게 됐으니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상파는 중간광고를 도입해 재원이 확충되면 이를 바탕으로 양질의 콘텐츠를 제작하는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추세를 감안하면 상황을 반전시키기 어려워 보인다. 지상파 UHD에 천문학적인 비용이 필요하고 비정상적으로 인건비를 쥐어짜 운영되던 방송사의 운영방식이 ‘독립제작 환경 개선’과 ‘52시간 근무’ 등 정상화와 맞물리면 지금보다 더 많은 비용이 필요하다.

한국신문협회는 지상파방송에 중간광고가 도입될 경우 지상파는 해마다 1114억~1177억원의 추가 광고수익을 올린다고 전망한다. 2017년 지상파 광고매출이 1조4121억 원(방통위 자료 기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흐름을 바꿀만한 숫자는 아니다. 더구나 지상파와 경쟁 관계인 신문업계 추산이기 때문에 다소 과장될 수 있는 데다 이미 ‘꼼수 중간광고’가 도입된 상황을 감안하면 1000억도 무리라는 주장이 있다. 다른 지상파 관계자는 “1000억 원 이상 번다는 건 옛 이야기”라며 “중간광고로 효과를 볼 타이밍이 이미 지났다. 4~5년 전에 도입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정된 광고시장 내에서 ‘무한경쟁’이 이뤄지는 광고 시장의 문제는 온갖 폐단을 낳기도 했다. 방송광고시장 침체와 더불어 2008년 코바코 독점 체제가 무너지고 민영 미디어렙이 허용된 결과 ‘음성화된 협찬영업’이 활발해졌다. 방송사에 협찬으로 납품한 물건이 같은 시간 홈쇼핑에서 판매되는 ‘연계판매’가 종편에 이어 SBS에서도 드러난 대목은 상징적이다. 지상파가 유료방송과 ‘재송신 수수료’를 두고 갈등을 벌이는 과정에서 유료방송업계는 지상파의 욕심이 과도하다며 반발하지만 지상파는 줄어든 광고매출을 채우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김동원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은 “지상파 매출을 종합적으로 보면 광고에서 줄어든 몫을 재송신수수료나 VOD 판매로 메우는 상황”이라며 “2009년 사례에서 보 듯 대기업 중심의 광고는 경기의 영향을 많이 받는 한계도 있다. 콘텐츠 판매, 온라인 유통 등 수익을 다각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동원 정책위원은 “지금 상황에서 광고시장을 중간광고를 허용하느냐의 문제로만 볼 게 아니라 광고정책을 중장기적으로 어떻게 바꿀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큰 그림’을 그려야 할 방송통신위원회의 ‘존재감’이 크지 않다. 박근혜 정부 3기 최성준 방통위가 사업자들 눈치를 보며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규제완화를 이어갔다면 문재인 정부 4기 이효성 방통위는 특혜 환수 차원의 제도개선을 검토하고 있을 뿐 ‘새로운 시스템’에 대한 논의는 찾기 힘들다. 광고와 관련한 4기 방통위의 정책은 미디어렙에 온라인 광고 허용을 검토하는 수준이다.

정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방통위의 책임도 없진 않지만 정부가 보이지 않는 점이 문제일 수 있다”며 “언론 이슈에는 관여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정작 종합적인 대책을 세워야 하는 상황에서 대응을 못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변화한 환경에 맞는 미디어 정책을 김대중 정부 때 ‘방송개혁위원회’같은 기구를 만들어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박근혜 정부 때 미래창조과학부로 쪼개지며 ‘반쪽’이 된 미디어 기구조차 정상화하지 못하고 있다.

강정수 메디아티 대표는 슬로우뉴스 기고글을 통해 방송의 공적 기능을 KBS에 집중하는 대신 민간사업자는 통신사나 인터넷기업과 결합이 가능한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코바코의 소멸도 적극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지금이라도 변화에 맞는 정책적 대응을 고민해야 한다는 시사점을 준다. ‘큰 그림’을 그려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