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뛰자 문 정부 ‘공급확대’, 어디서 많이 봤는데

경실련, 이해찬·장하성·국토부 ‘공급확대’에 “분양원가 등 외면, 현 정부 집값안정 의지 없어” 조선·동아는 환영

2018-09-05 20:49       조현호 기자 chh@mediatoday.co.kr

투기수요 억제를 통해 집값을 잡겠다던 문재인 정부가 최근 서울 집값이 급등하자 16개월 만에 서울 부동산 공급을 확대하겠다며 정책방향을 되돌리고 있다.

노무현 정부 말기 때 부동산 공급확대 정책을 빼닮았다는 평가다. 당시 공급확대를 했지만 집값이 잡히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무현 정부때 부동산정책 책임자들이 당시 썼던 정책을 다시 부활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경실련은 무책임한 정책이라며 이런 신도시 개발방식으로는 결코 집값 안정에 성공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급확대 정책에 가장 적극 나섰다. 이 대표는 지난 3일 “공급 확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도 같은 날 JTBC 뉴스룸과 인터뷰에서 “투기와 실수요를 구분해 실수요자가 필요한 서울 포함 수도권 지역에 주택 공급 확대고 고려한다”고 밝혔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27일 “안정세를 보이던 주택시장이 최근 서울과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국지적 과열 양상을 보인다”며 “오는 2022년까지 서울 등 수도권의 원활한 주택수급 기반 위에, 향후에도 계속 양질의 저렴한 주택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수도권 내에 공공택지를 추가로 개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국토부는 신혼희망타운, 일반주택 공급을 위한 14개 신규주택지구 입지를 발표했고, 이 기반 위에 30만 호 이상의 주택 공급이 가능토록 30여개 공공택지를 추가로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심지어 정부는 서울 일부지역의 그린벨트 해제도 검토하고 있다.

시종일관 공급확대로 집값을 해결하라던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환영했다. 조선일보는 5일자 3면 머리기사 ‘그린벨트 해제 후보지는 강남·서초·은평… 역세권·대로변엔 아파트 짓기 쉬워진다’에서 ”전문가들은 ‘시장에서 '지금 아니면 영영 서울 집을 못 살지 모른다’는 공포가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는데, 정부가 ‘더 지을 수 있게 해주겠다’고 적극적으로 신호를 주는 것 자체는 어느 정도 긍정적인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심교언 건국대 교수가 “즉각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더라도 긴 안목에서 공급 대책을 들고나온 것은 환영할 만할 일”이라고 말했다고도 전했다.

동아일보 신치영 경제부장도 같은 날짜 칼럼 ‘빈대 못 잡고 초가삼간 태우는 부동산정책’에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정부가 조만간 공급확대책을 발표하겠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동조했다.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4일 국회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그러나 이같이 섣부는 공급확대 정책은 무책임하다는 비판도 나왔다. 경실련은 5일 성명에서 “2000년 중반 부동산 폭등을 불러왔던 2005년 8.31대책처럼 오히려 투기를 조장하고 집값을 자극할 확률이 매우 높다”며 “특히 이해찬 대표와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참여정부 부동산 폭등의 책임에서도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음에도 또다시 공급 확대론을 설파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실련은 “과거와 같은 신도시 개발방식으로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당시 공급확대로 신도시는 투기로 쑥대밭이 됐으며, 결과는 모두가 알고 있듯 막대한 부동산 거품과 되돌릴 수 없을 정도의 자산격차 생성”이라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근본적인 해결책 없이 무책임한 공급확대론을 들고 나오는 것은 집권여당의 대표로 해서는 안되는 발언”이라며 “이해찬 대표는 과거 국무총리 시절 분양원가 공개에 대해서도 반대했다. 폭등하는 집값의 더욱 불쏘시개가 되는 공급확대론을 주장하는 이해찬 대표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실련은 공급확대로 부동산 폭등 불러온 참여정부 시절로 되돌리려 하느냐고 반문했다. 노무현 정부는 2005년 당시 송파, 양주옥정, 김포신도시 개발확대를 위해 연간 300만 평의 공공택지 공급 방침을 밝혔다. 경실련은 “이후 벌어진 일은 정권의 몰락을 가져올 정도의 부동산 폭등이었다”며 “이로 인해 막대한 불로소득이 유발됐으며 자산격차는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고 지적했다.

김성달 경실련 부동산팀장은 5일 “(부동산 급등이) 매우 심각하다. 계속 모니터링을 하는데, 참여정부 시절 폭등처럼 뛰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기본적으로 집값을 잡겠다는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분석했다. 

공급확대를 통해 수요를 맞추고자 하더라도 값싼 아파트를 내놓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는 지적이다. 김성달 팀장은 이번에 분양원가를 실시한 경기도시공사의 경우 소비자가 낸 분양가 가운데 평당 건축비가 700만 원이었는데, 실제로 경기도시공사가 건설사에 준 건축비는 500만 원이었다는 사례를 들었다. 그는 “정부가 내놓는 공급확대 방식은 과거식이다. 현장에서는 건축비가 평당 350~400만 원인데, 정부가 정한 분양가상한제에 따른 기본형 건축비는 630만원에 가산비를 더 받게 돼 있다. 이렇게 되면 공공아파트 건축비가 700~800만 원까지 나온다. 값싼 아파트가 나올 리가 없는 구조다. 다른 아파트 매매가에 영향을 줄 수 없다”고 반박했다.

▲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집값을 잡기 위해 추석 전에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 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4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 아파트 단지 일대.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