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기, 용산참사 책임없다는건 곤란”

박진 위원, 김석기 중앙일보 인터뷰에 반박 “당시 경찰력 행사가 위법…경찰 거듭남을 부인”

2018-09-06 14:22       조현호 기자 chh@mediatoday.co.kr

용산참사가 안전대책없이 무리한 진압을 강행했다는 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의 결론을 두고 지휘책임자로 지목된 김석기 전 서울경찰청장이 책임이 없다고 부인했다. 다시 똑같은 상황이 와도 같은 진압 지시를 내리겠다고도 했다.

이를 두고 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위원장 유남영·경찰 인권조사위)는 받아들이기 곤란한 발언이고 인권을 위한 경찰로 거듭나려는 것을 부인하려는 태도가 아니냐고 비판했다.

경찰 인권조사위는 5일 용산참사 경찰력행사의 적정성 등을 조사한 결과 “경찰청이 당시 경찰지휘부가 안전대책이 미비함에도 진압을 강행하고, 사건 이후에도 진상규명 보다 경찰공권력 행사의 정당성을 홍보하기 위해 경찰을 조직적으로 움직이려 했다”고 했다.

용산참사는 철거민 32명이 2009년 1월19일 서울 용산구 한강로 2가 남일당 빌딩에서 이주대책을 요구하며 망루를 세우고 농성을 벌이자 서울지방경찰청 소속 경찰특공대가 그 이튿날(1월20일) 새벽 강제진압하면서 철거민 5명과 경찰특공대원 1명이 사망하고, 철거민 9명과 경찰특공대원 21명이 부상당한 사건이다.

경찰 인권조사위는 경찰특공대의 작전연기 제안에도 서울청 경비계장이 “겁먹어서 못 올라가는거야? 밑에서 물포로 쏘면 될 거 아냐”고 거절해 진압작전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진압을 지시한 김석기 자유한국당 의원(당시 서울지방경찰청장)은 6일자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이미 대법원에서 대법관 만장일치로 경찰의 합법적 권한행사였다고 판결이 난 사안이다. 불법 시위에 대한 경찰의 정당한 공권력 행사”라고 주장했다.

▲ 경찰청 인권침해 진상조사위원회의 용산참사 조사 결과가 발표된 5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열린 용산참사 유가족들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한 유가족이 흐르는 눈물을 닦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다시 그런 상황이 와도 똑같은 결정을 할 것인가’라는 질의에 김 의원은 “그렇다. 왜 경찰인가. 불법 행위에 대해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상황을 없애는 게 본연의 임무다. 그러라고 경찰관으로 뽑아준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에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박진 경찰 인권조사위 위원은 6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김석기 의원은 마치 우리가 발화원인에 대해 조사한 것처럼 표현하는데, 우리가 조사한 것은 당시 경찰의 경찰력 행사가 적정했는가에 맞춘 조사였다”며 “경찰은 안전조치가 미흡하고 위험한 상황에서 진압을 강행해 많은 피해 낳았다는 것이 결론”이라고 지적했다.

박 위원은 “경찰 내부문서와 용산참사 검찰 진술 조서, 투입된 현직 경찰특공대 진술을 종합해서 낸 결론”이라며 “대응문건을 보면, 900명을 동원해 댓글 달고, 온 오프 대응까지 했다. 이 같은 경찰 대응은 (시효가 지났지만) 업무방해와 권리남용 등의 위법행위에 해당한다. 그런데 정작 지휘책임의 당사자인 김 의원이 책임을 부인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김 의원은 당시 공식자료만 봐도 대면보고와 전화보고 등만 6건 이상이다. 어떻게 지휘책임이 없다고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반문했다.

박 위원은 “경찰청이 과거 인권침해 사건에 대해 진상을 규명할 진상조사위를 설치한 것은 인권경찰로 거듭나려는 것인데, 김 의원은 자신이 몸담았던 경찰의 거듭남을 부인하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박 위원은 “진압작전에 들어가기로 한 판단이 적정했느냐를 볼 때는 위험물질이 가득했고, 위험하다는 경찰특공대 제대원들의 언급이 있었는데도 특공대장이 ‘그럼 내가 올라갈까’라며 재촉하는 상황이었다. 안정장비도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채 들어갔다 화재로 사망자가 발생한 것은 경찰력이 제대로 집행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도 같은 상황이 벌어졌을 때 국민 생명 뿐 아니라 특공대 생명도 보호하지 못하는 위험한 진압을 통해 또다시 희생시키겠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경찰 인권조사위 조사결과 경찰은 전국 사이버수사요원 900명을 대상으로 이 사건 관련 여론조사 투표에 참여하도록 독려하고 사이버홍보현황을 작성해 관리하도록 지시하는 등 경찰조직을 이용해 여론을 조성하고자 했다. 경찰은 또 검찰인사와 6개 언론사 간부등을 접촉해 경찰 입장을 전달하기도 했다.

조사위는 청와대 행정관이 2009년 2월11일 경찰청 홍보담당관에게 사건의 파장을 막기 위해 강호순 연쇄살인사건을 적극 활용하라고 이메일을 보낸 사실이 확인됐다고도 전했다.

▲ 김석기 자유한국당 의원. 사진=김석기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