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1일 이후 드라마 현장스태프 더 힘들어져”

[영상] 드라마 제작 현장 주당 최대 68시간노동 중간 점검…방송스태프지부 ‘1일 총량제’ 강조

2018-09-07 15:58       김현정 PD le4girl@mediatoday.co.kr

방송가에 주당 최대 노동시간 68시간 체제가 도입된 지 두 달이 지났다. 살인적인 스케줄로 유명한 드라마 제작 현장에는 변화가 찾아 왔을까. 

‘방송국 것들(방송국 사람들이 말하는 방송국 뒷담화)’에서는 드라마 제작 현장 주 68시간 중간 점검을 위해서 스태프들의 권리를 찾기 위해 가장 앞장선 세 사람을 만났다.

1000명의 방송 스태프들이 있는 오픈 익명 채팅창 ‘방송계갑질119’ 스태프 김유경 노무사, 고 이한빛 PD를 기리며 방송제작환경 개선을 위해 만들어진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이한솔 이사(고 이한빛 PD 동생), 출범한 지 2달이 넘어간 희망연대노동조합 방송스태프지부의 김두영 지부장이 함께했다.

▲ 미디어오늘 시리즈 기획 ‘방송국 것들’ 4화 출연진

주 68시간 적용 두 달 넘어가지만 여전한 장시간 노동

“주 68시간 도입 후 68시간을 3, 4일에 맞추는 바람에 하루 20시간에 가까운 밤샘 촬영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7월 1일 이후 오히려 현장 스태프들의 아우성이 높아졌다.”
- 김두영 희망연대 방송스태프지부 지부장

“드라마 제작 현장의 장시간 노동 문제가 반복되는 이유는 지난 6월 당·정·청 협의에서 주 68시간 근로 시간 법 위반에 대한 처벌을 6개월 유예해 방송사업자들이 법적 책임을 피해갈 수 있도록 뒷문을 열어줬기 때문이다.”
- 김유경 노무사·방송계갑질119 스태프

“tvN은 모든 드라마에 스튜디오드래곤이 껴서 나오는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 방송국이 더 이상 드라마 제작환경에 대한 책임을 아예 안 지는 구조로 바꾸려는 움직임이 있다.”
- 이한솔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이사·고 이한빛 PD 동생


▲ 미디어오늘 시리즈 기획 ‘방송국 것들’ 4화 갈무리

24시간 연속근무 강제하는 턴키방식 아닌 개별계약 이뤄져야

세 사람이 이야기하는 방송 제작 현장의 고질적인 문제는 방송사·제작사, 스태프 간의 턴키(turnkey) 계약 방식이었다. 턴키 계약은 일괄수주계약방식으로 스태프 한 명당 인건비, 장비 등 세부 조항을 다루는 개별 계약이 아닌 팀 단위로 묵어서 일일 단가로 측정하는 계약을 뜻한다. 

문제는 일일 단가에는 초과 근무 시간이 적용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20시간 가까이 촬영을 해도 똑같은 임금을 받아 시급으로 최저임금 미달이 될 수도 있다. 김두영 지부장은 턴키 계약에 문제점이 많지만, 문제를 지적하면 계약을 못할 수도 있어서 관행적으로 이어져 왔다고 설명했다. 김유경 노무사는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오기 위해서 턴키 계약이 아닌 개별 계약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두영 지부장은 요즘 대안으로 언급되는 탄력(유연) 근로제에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탄력근로제를 도입하면 정규직 직원은 3개월 동안 하루 20시간 가까이 촬영하고, 4개월의 유급휴가를 가지면 얼핏 주 68시간에 맞출 수 있어 대안이 될 수 있지만 비정규직 스태프들은 상황이 다르다. 

비정규직 스태프들은 작품별로 계약하기에 현재 구조에선 촬영이 종료되면 장시간 촬영에 대한 대책이 전혀 없다. 문제는 이런 걸 제대로 살펴보지 않고 정부가 대안으로 탄력근로제를 제안하고 있다며 숨어있는 내용을 더 정확히 들여다봐 달라고 당부했다. 현재 희망연대 방송스태프지부는 주 68시간이 아닌 1일 총 근로시간이 12시간을 초과하지 않도록 ‘1일 총량제’를 주장한다.

비정규직 스태프들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지난 9월 3일은 전국언론노동조합과 KBS·MBC·SBS·EBS 등 지상파4사가 18년 만에 산별협약을 맺은 날이었다. 협약에서는 공정방송과 제작환경 개선 등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다. 동시에 9월 3일은 제55회 방송의 날이었다. 

이날 축하연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축사에서 마지막 당부 메시지로 비정규직 스태프들의 처우개선을 강조했지만, 당일 지상파 메인뉴스에서 이 소식을 전한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주52시간제 도입으로 최근 방송 제작 현장에 변화의 흐름이 생기고 있다. 그 흐름에서 비정규직 스태프들이 소외되지 않고, 모든 ‘방송국 것들’의 현장에 변화가 찾아올 수 있길 기대한다.

※ 미디어오늘 시리즈 기획 ‘방송국 것들’이란?

- 방송국 사람들이 말하는 방송계 뒷담화,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말 못 했던 방송계의 속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해보자! 힘든 제작환경에서 일하는 방송계 종사자들이 자조 섞인 말투로 자신을 부를 때 쓰이는 말 ‘방송국 것들’ 과연 방송국 것들이 겪는 현장은 어떨까요? 방송계 각 분야의 전·현직 종사자가 모여서 일하면서 느꼈던 고충과 개선할 점은 무엇이 있을지 솔직한 이야기를 풀어봤습니다.

- ‘방송국 것들’은 ‘드라마 제작 현장 주 68시간 긴급 점검’ 편을 끝으로 시즌 1을 마무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