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행정처 대필 의혹에 법률신문 “사실과 달라”

박한철 전 헌재소장 비판기사 대필?… 법률신문 “보도 대가로 법원 특혜 받은 적 없어”

2018-09-11 13:56       김도연 기자 riverskim@mediatoday.co.kr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박한철 당시 헌법재판소장을 비판한 기사를 직접 작성해 한 언론에 제공했다는 대필 의혹이 제기됐다.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기사는 이 언론에 거의 그대로 보도됐다.

검찰은 기사가 나간 뒤 법원행정처가 해당 언론사에 구독료를 지급한 사실을 확인하고 경위를 파악 중이다. 뉴시스·한국일보 등에 따르면 법원행정처는 2016년 이 언론에 구독료 명목으로 예산 7000만원 가량을 집행했고 2017년에도 1억3000만원대 예산을 투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대필 의혹을 받는 언론사는 법률신문이다. 법률신문은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법률신문 관계자는 10일 오후 통화에서 “일부 언론의 기사 대필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 본보는 기사 보도를 대가로 법원으로부터 어떠한 특혜를 받은 바 없다”는 입장을 미디어오늘에 전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은 이를 뒷받침하는 2016년 3월22일자 법원행정처 문건을 확보하고 기사 게재를 대가로 법원행정처와 부적절한 거래가 있었는지 수사 중이다. 논란이 된 기사는 법률신문 ㄱ기자가 작성한 2016년 3월25일자 ‘박한철 헌재소장, 거침없는 발언에 법조계 ‘술렁’’이라는 제목의 보도다. ㄱ기자는 현재 법률신문을 퇴사했다.

▲ 대필 의혹을 사고 있는 기사는 법률신문 2016년 3월25일자 “박한철 헌재소장, 거침없는 발언에 법조계 ‘술렁’”이라는 제목의 보도다.
이 보도는 박한철 전 소장이 2016년 3월18일 한 토론회에서 대법원을 겨냥해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받지 못한 대법원장이 헌법재판관 3명을 지명하는 것은 헌법재판관의 민주적 정당성을 희석시키는 일”이라고 비판한 것에 대한 법조계 평가를 담고 있다. 박 전 소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대법원장이 헌법재판관 3명을 지명하는 현행 헌법에 작심하고 발언했다.

법률신문 기사에는 “양승태 대법원장이 헌재의 결정을 존중하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과 달리 박 소장은 헌재의 우월성을 강조하며 대법원을 무차별 공격했다”, “사석에서나 할 법한 이야기인데 공식석상에서 공개적으로 한 것은 너무 경솔해 보인다”며 박 전 소장을 비판하는 익명의 부장판사 발언이 들어있다. 또 “남북관계가 경색되고 민생경제가 어려운 시점인데도 헌재는 개헌을 통한 권한 확대에만 관심이 있는 것으로 보였다. 발언의 옳고 그름을 떠나 헌법기관간의 최소한의 예의는 갖췄어야 했다”는 익명의 변호사 멘트도 담겨있다.

주로 박 전 소장을 비판하는 내용이지만 기사 말미에는 “이미 세간에 있는 일반적인 인식과 그동안 논의되던 이야기를 가능하면 대법원의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박 소장이 조심스럽게 꺼내놓은 것일 뿐”이라는 익명의 헌재 관계자 발언도 덧붙여졌다. 하지만 검찰은 기사에 등장하는 법조인 모두 법원행정처가 꾸며낸 가상의 인물로 파악하고 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당시 법원행정처 심의관은 검찰 조사에서 “고영한 당시 법원행정처장(전 대법관)과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지시를 받아 기사를 작성했다”고 진술했다.

▲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진=김현정 미디어오늘 PD
법률신문은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작성한 언론 홍보 전략 문건에도 등장한다. 2015년 7월17일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상고법원 입법 추진을 위한 홍보 방안’을 보면 법원행정처는 “조선, 동아, 중앙, 매경, 한경, 법률신문이 상고법원 필요성에 대해 우호적인 기사와 기고문을 주로 게재”한다고 평가했다. 

이 문건 소제목 ‘홍보 계획안’을 보면 법원행정처는 법률신문 특집 기획기사를 기획하는데 “사실심 충실화 특집 기획기사 2회 연재”를 목표로 법률신문 기자에게 기사 자료를 제공하고 기사 시기를 2015년 7월 하순에서 8월 초순으로 꼽고 있다.

이 문건에서 법원행정처가 2014년 12월부터 2015년 7월2일까지 상고법원에 관한 일간신문 기사 170여건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2015년 3월16일자 법률신문 사설(“상고법원 논의에 돌파구는 없나”), 2015년 4월6일자 법무법인 화우 이선애 변호사 법률신문 기고(“상고법원 도입에 관한 법리적 쟁점 검토”), 2015년 5월28일자 법률신문 사설(“상고심 제도 개선 위한 골든타임 얼마 안 남았다”), 2015년 6월1일자 윤성근 당시 서울남부지법원장 법률신문 기고(“미국 연방대법원 개혁이 우리 상고법원 신설 논의에 시사하는 점”), 2015년 6월18일과 22일자 ㄱ기자의 상고법원 관련 기사 2편(“‘상고법관 추천위’ 구성…대법원장 인사권 제한 필요”, “‘순회재판 도입…상고법원 판사 경력도 상향조정을’”), 2015년 6월25일자 법률신문 기사(“‘상고법원 도입 시 최대 69조원 경제성장 효과’”) 등 보도가 ‘긍정적 기사’로 분류됐다. 법원행정처가 ‘부정적 기사’로 분류한 기사 가운데 법률신문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