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용 출산 기피 발언 언론 왜곡 주장에 “그게 그거다”

유감 표명에도 역풍 계속… 구조적 원인 못 보고 세대 탓 하는 건 마찬가지, 자유한국당 과거 지원책 반대 사례도

2018-09-11 15:55       이재진 기자 jinpress@mediatoday.co.kr

김학용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자유한국당)이 자신이 하지 않았던 발언을 보도했다며 언론에 유감을 표했지만 비난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김학용 위원장은 지난 7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주최 포럼에서 “요즘 젊은이들은 내가 행복하고 내가 잘사는 것이 중요해서 애를 낳는 것을 꺼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는 언론보도가 나왔다.

김 위원장은 “아이를 여러 명 낳는 것이 중요하다는 기존의 가치관이 바뀌었기 때문”이라며 “최근에 아이 셋 손 잡고 다니는 걸 오히려 창피해한다더라. 우리 부모 세대들은 아이를 키우는 게 쉬워서 아이를 낳이 낳았겠는가. 중요한 일이라는 가치관이 있었기 때문이다. 청년들이 가치관부터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고 언론은 전했다.

이 같은 보도는 최초 이데일리가 보도하고 중앙일보가 인용하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이후 다수 언론이 김 위원장의 발언을 놓고 비판적인 여론을 전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사실 확인도 없이 하지도 않은 발언을 짜깁기해 악의적 보도를 쏟아내는 일부 언론에 심히 유감을 뜻을 전한다”고 밝혔다. 언론이 자신이 전혀 하지도 않은 내용을 가지고 자신의 입장을 왜곡했다는 건데 김 위원장은 자신의 발언이라며 회의록을 공개하기까지했다. 그만큼 여론이 악화돼 두고 볼 수 없어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이지만 역풍은 사그라 들지 않고 있다. 공개한 회의록 내용이 언론이 보도와 별 차이가 없어서다.

김 위원장이 공개한 회의록에 따르면 “여러 가지로 애 키우는 것도 어려운 게 사실이지만 옛날에 우리 부모님들이, 지금도 애 키우기 좋아서 많이 낳나. 저는 가치관의 변화라고 생각된다. 지금 젊은이들은 자식보다는 내가 사실 당장 행복하게 살고, 내가 여행가야 되고, 그러다 보니까 사실 이게 덜 낳는 것”이라고 돼 있다.

김 위원장은 청년들이 편하려고 출산을 기피했다는 취지가 아니라 가치관이 변했기 때문에 출산율이 낮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주장했지만 여전히 저출산의 근본원인을 짚지 못하고 청년들 가치관 탓으로 돌리는 건 마찬가지라는 반론이 돌아온다. 누리꾼들은 “대화록을 봐도 그 말이 그 말이네”, “망언 했다가 여론이 악화되니 언론 탓”이라고 비난했다.

저출산 원인으로 지목되는 불평등한 사회구조를 못 보고 청년세대의 가치관 문제로 모든 원인을 환원시키는 탓에 김 위원장의 저출산에 대한 생각만 재확인한 꼴이다.

정혜연 정의당 청년본부장은 11일 “MBC 이범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순화된 발언이긴 했지만 사실 여전히 문제적이라고 본다. 지금 당장 자신이 행복하기 바라는 청년들 가치관을 지적하고 있다. 여전히 이전 세대보다 이기적인 것 마냥 취급하는 뉘앙스”라고 꼬집었다.

정 본부장은 “청년들의 가치관을 운운하면서 다둥이드라마를 만들어서 가치관을 바꾸면 아이를 낳을 것이라고 말하는데 이렇게 생각하는 자유한국당의 가치관부터 바뀌어야 한다”면서 “청년들이 결혼하지 않고 또 아이를 왜 낳지 않는가 하면 자유한국당이 만들어놓은 불투명한 미래 때문이다. 평생을 비정규직으로 살 수도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내일을 생각하고 아이를 낳을 수 있는가”라고 정면 비판했다.

▲ 김학용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자유한국당). 사진=노컷뉴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출산주도성장 정책과 김학용 위원장의 발언으로 여론이 악화되는 것은 그동안 자유한국당이 육아 복지에 소극적이거나 반대한 것과도 무관치 않다.

집값이 오르고, 비정규직이 늘어나는 등 삶은 팍팍해지는데 서민의 안전장치인 복지에 눈을 감아왔던 자유한국당이 갑자기 돈을 줘서 저출산을 해결하겠다거나 청년들 가치관이 문제라고 하는 주장에 동의하지 못하는 것이다.

자유한국당은 저출산 해소를 위한 지원대책에 오히려 선심성 정책이라고 반대해왔다. 지난 2014년 11월 민주당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은 ‘신혼부부에게 집 한 채’라는 포럼을 발족하고 저출산 해소를 위해 매년 10만 쌍의 신혼부부에게 5~10년간 전월세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당시 새누리당은 비현실적인 선심성 정책이라며 비난해 공방을 벌였다. 

당시 한국갤럽이 2014년 11월 18~20일까지 전국 성인 1000명에게 새정치민주연합의 정책에 찬반 결과를 물은 결과 54%가 반대했고 38%가 찬성했다. 한국갤럽은 해당 여론 조사의 세대별 분석을 통해 “미혼이 대부분인 20대는 59%가 찬성했지만, 다수가 기혼인 40대 이상에서는 약 60%가 반대했다. 미혼과 신혼부부가 상당수 포함돼 있는 30대에서는 찬성 46%, 반대 48%로 양분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