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선-이재명 불륜의혹, 7295건이나 보도할 일인가

‘기사’ 넘쳐나지만 ‘취재’ 없는 이재명 지사 불륜의혹
“언론, 수사기관과 발화자에게 입증 책임 떠넘겨”

2018-09-12 11:54       금준경 기자 teenkjk@mediatoday.co.kr

‘기사’는 넘쳐나는데 정작 ‘취재’는 없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불륜 의혹은 검증 없이 받아쓰는 따옴표 저널리즘의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 사건은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이 경기도지사에 출마하자 김영환 바른미래당 후보가 불륜설을 쟁점화하며 논란으로 불거졌고 김부선씨가 문제를 제기하며 확산됐다. 현재는 경찰수사가 진행되며 사건이 현재진행형이다.

언론은 이 문제에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2018년 1월부터 지난 9월11일까지 포털 네이버 검색 결과 ‘김부선’ ‘이재명’ 두 키워드가 모두 들어간 기사는 7295건에 달했다. 하루에 28건씩 기사가 쏟아진 셈이다.

특히 해당 논란은 ‘정책’과 무관한 사안임에도 지방선거 핵심 의제로 부상하기도 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지방선거 모니터 보고서에 따르면 논란이 불거진 이후인 6월1~2주차 때 종편·보도채널 시사토크 프로그램에서 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한 비중이 28.2%에서 37%로 오르기도 했다.

▲ 배우 김부선씨가이 8월22일 오후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여배우 스캔들’ 사건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경기 분당경찰서에 피고발인 신분으로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진위를 단정할 수는 없다. 문제는 대다수 보도가 주장을 검증하고 관련 의혹을 입증할만한 팩트나 정황을 드러내는 대신 페이스북 게시글이나 포토라인에서 한 발언을 그대로 받아쓰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보도는 이런 식이다. “김영환 ‘이재명, 여배우 인격살인하고 대국민 사기극 벌여’”(6월7일 조선일보) “공지영, 이재명·김부선 스캔들 폭로 가담 ‘주진우가 막았다고 말해’”(6월7일 서울신문) “김부선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의미심장 글”(6월26일 서울신문) “‘이재명 스캔들 의혹’ 김부선 경찰 출석 ‘연인관계 입증할 증거 많다’” (8월22일 중앙일보) “김부선, SNS에 ‘이재명과 사진 담긴 노트북 싱가폴에’ 주장”(8월26일 중앙일보) “김부선,‘이재명 거짓말 추악해…직접 고소해 세상 밖으로 끌어낼 것’”(8월29일 조선일보).

언론은 김부선씨의 페이스북을 쳐다보며 ‘시시콜콜’한 내용까지 기사화하고 있다. 한국일보는 “‘이재명 트윗’으로 페이스북 프사 바꾼 김부선”을 기사로 내보냈고 아시아투데이는 김부선씨가 자신의 3년 전 페이스북 게시글을 공유한 것도 “김부선, 3년 전 아파트 비리 게시물 공유”라며 기사화했다.

이밖에도 “윤서인, 이재명 겨냥? ‘거대권력 앞에서 사면초가에 빠져버린 아재’”(서울경제) “‘김부선 옹호’ 신동욱, 이재명-주진우 저격…‘인간이길 포기한 꼴’”(서울경제)처럼 제3자의 발언을 기사화하는 행태를 비롯해 “이재명 경기도지사, 주진우 시사인 기자를 향해 경고의 글을 남긴 배우 김부선이 이번에는 박주민 의원에 대한 푸념을 늘어놓았다”(세계일보)는 식으로 논란과는 아무 연관 없는 사안을 엮은 기사도 많았다.

▲ TV조선 ‘김광일의 신통방통’(위)과 채널A ‘정치데스크’ 화면 갈무리.

이 같은 상황은 ‘오보’로 이어지기도 했다. 8월13일 MBN은 “김부선 씨가 자신의 스캔들과 관련된 것으로 추측되는 사진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고 보도했으나 김주완 경남도민일보 기자의 사진이 도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언론은 취재하고 정정하는 대신 “다른 네티즌은 이 지사와 아예 관련이 없는 한 지역 언론사 기자라고 주장하며 설전을 벌였다”(서울신문), “‘이재명이다’ vs ‘기자다’”(매일경제)처럼 사실이 명확한데도 논쟁으로 왜곡해 다뤘다.

김부선·이재명 키워드 보도는 그 목적이 ‘진실추구’가 아니라 ‘주목 그 자체’라는 점을 드러낸다. 실시간 검색어에 오른 유명인의 발언을 다뤄 검색 결과 ‘트래픽’을 노리고, 다른 유명 인물과도 엮는 식으로 주목도를 높이는 방식이다. 미디어오늘이 공개한 조선닷컴 어뷰징 매뉴얼에는 “메인과 실검, 핫토픽을 동시에 체크해 상호 엮을 수 있는 검색어를 제목과 네티즌 반응에 모두 넣어주면 효과적”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번 논란은 지나친 선정주의라는 비판을 받아온 종편 시사토크 프로그램의 단골 소재로도 쓰였다. 채널A 8월14일자 ‘정치데스크’는 “반나절 만에 사진 바꾼 김부선”을 주제로 대담을 나눴다. TV조선 8월31일자 ‘김광일의 신통방통’은 “딸이 놓고 간 신용카드”란 주제로 김부선씨 딸 이미소씨가 김씨에게 주고 간 신용카드를 두고 대담을 나눴다.

이 같은 보도는 언론이 검증하지 못하는 내용을 확산시킬 뿐 아니라 정작 중요한 이슈에 대한 주목도 방해하게 만든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종편의 시사프로그램과 관련해 “김부선씨가 현직 도지사와 진실공방 중이라고는 하지만, 개인의 SNS가 매일같이 보도할 만큼 뉴스 가치가 있는지 의문이다. 시청자들이 김부선씨의 SNS 프로필 사진 변경 소식까지 시사 프로그램에서 접해야 할까”라고 지적했다. 한 언론사 편집국장은 이번 논란에 대한 보도를 언급하며 “기자는 없고 쿼트만 남았다. 기자는 팩트를 검증해야 하는데 지금은 발화자에게, 수사기관에게 입증책임을 넘기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