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송사´를 막으려면

2000-10-09 00:00       조현호 기자 chh@mediatoday.co.kr

지난 98년 여름, 통조림에 포르말린이 들어있다는 보도는 언론의 진가(?)를 한껏 과시했으나 진실성만큼은 충실하지 못했다. 법정에서 ´무죄´로 판결이 났기 때문이다.

언론사들은 ´법의 판결´이 나고서야 억울한 사업자들에 대한 해명을 하겠다고 부산을 떨어봤지만 이미 늦어버렸다. 이런 노력에도 현재 수십 억대의 손해배상소송이 기다리고 있다.

3개 일간지 기자와 인터뷰를 했던 양순자씨(한샘식품 대표의 부인)는 인터뷰의 조건으로 "향후 진행된 소송과는 무관하다는 전제를 달았다"고 밝혔다. 양씨는 "언론사들이 검찰수사결과 발표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보도했다고 해도 그 뒤 두 번이나 제출한 자료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며 소송의 대상이 된 뒤에야 인터뷰 제의를 하는 언론사들을 꼬집었다.

양씨는 "방송사에 전화했을 때 한 방송사 기자는 내 얘기를 접수한 반면 다른 방송사 기자는 ´자꾸 귀찮게 하면 검찰에 말해서 괘씸죄로 혼내주겠다´는 협박까지 했다"고 말했다.

언론의 보도로 인해 시민들이 피해를 보는 것은 비단 양씨의 경우만이 아니다. 왜 이런 일이 자주 발생하는가? 보도의 정확성을 생명으로 하는 언론사의 ´대형참화´가 이와 같이 발생하는 것은 사실관계를 성급히 판단하는 데다 보도한 뒤에도 전혀 검증하는 절차가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과거 검찰을 출입했던 한 기자는 "검찰 수사결과를 그대로 보도하는 관행이 쉽게 바뀌기는 어렵다는 현실을 인정하더라도 언론보도로 시민들이 피해를 입지 않고 언론사도 면죄부를 가지려면 보도한 뒤에도 꼼꼼히 재판 진행과정 및 증거자료에 대한 검토와 혐의자들의 반론권을 보장하는 절차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언론사를 상대로 하는 소송의 사례도 많아지고 언론사가 패소하는 경우도 많다. 단지 언론사가 송사에 휘말리는 게 두려워서가 아니라 보도 진실에 가까워지려는 노력에 좀더 주의를 기울였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