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 과정에서 중앙노동위원회 조정까지 받았던 MBC 사측이 5일 중노위의 조정안을 거부하면서 최종 임협 결렬 시 노동조합이 쟁의행위에 돌입할 위기에 놓였다. 

노사 양측은 노동위 조정 절차와 임금교섭에 성실히 임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5일 열린 중노위 2차 조정회의에 안광한 MBC 사장이 조정위의 출석 요구에 불응하는 등 조정안 도출이 순탄치 않았다. 

구체적인 조정 내용에서도 임금협상뿐 아니라 단체협약에서도 노사 간 이견이 커 타임오프(근로시간면제) 문제는 제쳐 두고라도 입협이라도 단협과 분리해 먼저 타결하는 쪽으로 조정이 진전됐다. 그러나 사측은 ‘지난해 임금을 기본급 대비 2.5% 이상을 인상한다’는 중노위 조정안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MBC 조합원 1700여 명이 가입된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지난달 초부터 시작한 임금협상과 지난 2012년 MBC 사측이 일방적으로 해지한 단체협약의 조속한 합의 도출이 어렵다고 판단하고 지난 22일 중노위에 ‘노동쟁의 조정신청’을 냈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지난달 22일 서울 상암동 MBC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탄압 중단과 임단협 쟁취를 위한 농성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언론노조가 노동위에 조정을 신청한 주요 쟁점은 크게 세 가지다. 먼저 언론노조 MBC본부(조능희 본부장)는 지난 2011년 7월에 이어 2012년 10월 회사가 단체협약을 일방 해지 통보한 후 3년째 무단협 상태이다. 고등법원에서도 언론 노동자의 중요한 근로조건이라고 인정한 공정방송 조항과 해고자 복직 문제, 부당해고와 징계 조치 등을 사측이 받아들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사측은 기존 단협 제20조(공정방송의 실현의무) “회사와 조합은 국민의 알권리의 충족과 문화수준의 질적 향상을 위한 공정방송 실현에 최선을 다한다”는 조항에서 주어에 ‘조합’을 빼고 ‘회사’만 넣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정방송협의회와 관련한 조항도 사측은 ‘정치적으로 편향된 언론노조와는 논의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두 번째로 임금협약 문제다. MBC본부는 1996년부터 본사 및 17개 지역사와 공통으로 적용되는 임금협약을 체결하고 지역사별 수당 등 항목은 보충협약을 통해 임협을 진행해 왔다.

하지만 사측은 임금협상을 시작한 지난달 4월 돌연 “대한민국 어떤 노조 중에 공통교섭을 해서 임금을 올리는 사례가 있느냐”면서 “지금까지의 공통·보충협약 개념은 과거의 관행이며, 각 지역사별 경영성과에 맞는 개별협약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노조는 “사측이 지난 6월 임단협 상견례 이후 임협이 시작된 12월4일 이전까지 공통협상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단 한 차례도 밝힌 적이 없었다”며 “공통 협상을 진행할 의사가 전혀 없음에도 사측은 6개월의 시간을 고의로 흘려보낸 뒤 12월 중순이 돼서야 거부 의사를 분명히 한 것으로, 이는 교섭 해태이자 분명한 교섭 방해 행위”라고 비판했다. 

실제 지난달 21일 임협 자리에서 사측은 “공통협상을 할 생각이 없었으면서 왜 지역 MBC로부터 임협 교섭권을 위임받았느냐”는 노조의 질문에 “단협만이 아니라 임협까지 포함해 교섭권을 위임받은 것은 ‘실무자의 실수’였다”고 해명했다.

   
5일 MBC 사측이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안을 거부하면서 노조는 남은 임금협상과는 별개로 합법적인 쟁의행위를 할 수 있게 됐다. 서울 상암동 MBC 사옥 앞에 설치된 언론노조 MBC본부 농성장. 사진=강성원 기자
 

노조는 기본급 인상률과 관련해 올해 경영 성과에 대한 구성원들의 기대감과 임·단협 설문조사 결과 등을 근거로 당초 8.5% 인상안을 요구했다가, 지역사별 사정을 고려해 기본급 인상분 3.9%를 공통협약에서 정하고 보충협약에서 소급분을 조정해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사측은 지난달 24일까지 공통협상을 할 수 없다는 입장만 고수하며 노조의 인상 요구안에 대한 답변이 없다가, 28일 서울 MBC에 한해서만 기본급 2% 인상과 특별상여 100% 안을 내놨다. 그러다 30일 MBC 내 복수노조인 ‘MBC노동조합’과 기본급 4% 인상, 일시금으로 상여 기준 150%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급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MBC 내에는 현재 언론노조 MBC본부 외 부장급 이상 선임자 20여 명으로 구성된 ‘공정방송노동조합’과 지난 2012년 MBC 파업 기간 이후 채용된 시용·경력기자 등 120여 명이 가입된 ‘MBC노동조합’이 있다. 과반수 노조로 교섭창구를 단일화하는 통상의 경우와 달리 MBC 사측은 복수노조의 개별교섭 신청을 받아들였다.

중노위 조정의 세 번째 쟁점인 노조 상근집행부 타임오프 배정 문제도 사측이 언론노조의 대표교섭권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생겼다. 사측이 타임오프 기간이 종료된 것으로 보고 본사 상근 집행부 5명 전원에 대해 업무 복구 명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노조는 지난 31일 열린 중노위 1차 조정회의에서 지난해 복수노조의 개별교섭이 이뤄지면서 임협이 교착됐고, 타임오프 문제까지 불거지게 된 상황에 대해 조정위원들에게 설명했고, 위원들 역시 타임오프의 시급한 해결이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사측은 임협 교섭방식이나 타임오프 문제, 단협 등과 관련한 기존의 주장을 반복하면서 조정이 아닌 ‘행정지도’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행정지도란 중노위가 노조의 조정신청 사건을 ‘조정 대상이 아니다’고 판단하는 것을 말한다.

사측은 지난 29일 보도자료를 통해서도 “회사에 근로를 제공하지 않고 노조 업무만 하면서 회사에서 급여를 지급받는 타임오프는 원칙적으로 법에 의해 허용되지 않되, 회사의 동의 아래 예외적으로 인정되는 제도이지 절대 회사가 당연히 부여해야 하는 제도가 아니”라며 “타임오프가 단협의 일부로서 단체교섭을 통해 논의돼야 한다는 회사의 방침은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법률상 중노위 조정 기간인 6일까지임에 따라 MBC 노사는 5일 마지막 2차 조정회의를 가졌지만, 안광한 사장은 조정위원들의 출석 요구에도 공무를 이유로 출석하지 않았다. 1차 조정회의에 안 사장을 대신에 나왔던 백종문 미래전략본부장도 미국에서 열리는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출장을 간다며 불참했다. 결국 5일 최종 조정이 결렬됨으로써 노조는 앞으로 사측과 남은 임협과는 별개로 합법적인 쟁의행위를 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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