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과잉시대입니다. 뉴스는 넘쳐나지만 이를 소화할 방법은 알려주지 않습니다. 미디어오늘이 넘쳐나는 뉴스에 체하지 않고 뉴스를 꼭꼭 씹어 소화시킬 수 있도록 뉴스 읽는 방법에 대한 연재를 시작합니다. 뉴스 파파라치는 전체 6부, 총 24회로 구성됩니다. 5부 `How to read 뉴스 고급편`에서 소개할 5개의 글에서는 언론산업을 통해 뉴스를 읽는 방법에 대해 소개합니다.

지난 1월 7일 ‘언론 살생부’가 공개됐다. 인터넷 매체의 포털 진입과 퇴출을 결정하는 뉴스제휴평가위원회가 뉴스제휴 심사기준 최종안을 발표한 것이다. 뉴스 소비의 대다수가 포털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기준안은 언론 입장에서 살생부라 할 만하다.

기준안 중 크게 논란이 된 부분 중 하나는 광고와 관련된 내용이다. “기사 본래의 정보 전달 목적이 아닌 기사로 포장된 광고‧홍보 목적이 분명한 기사를 전송하는 것”이다. 뉴스평가제휴위원회에서 이런 조치까지 하게 된 배경은 그만큼 기사를 가장한 광고가 판을 치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사의 유일한 수입이 사실상 광고가 되다보니 ‘기사형 광고’는 언론사 입장에서 새로운 수익사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따라서 독자를 속이는 광고와 기사를 구별하겠다는 뉴스평가제휴위원회의 조치는 타당해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광고, 홍보목적이 분명한 기사를 ‘어떻게’ 구별해낼 수 있는가이다. 아니, 구별이 ‘가능’한지부터가 문제다.

광고인 듯 광고 아닌 광고 같은 기사

2015년 10월 16일자 국민일보에 ‘곤충사업,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뜬다’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징그러운 벌레이거나 방학숙제용으로만 여겨지던 곤충이 영양 풍부한 미래 먹을거리, 의약품·화장품의 핵심 성분, 축제 분위기를 살리는 주역으로 등장하면서 농업분야 신성장 동력이 되고 있다”는 내용이다.

헤드라인, 부제, 소제목, 본문 등 기사에 필요한 구성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다. 아무리 봐도 기사다. 하지만 이는 ‘기사형 광고’다. 국민일보는 2015년 농촌진흥청의 홍보대행사인 인포마스터와 계약을 맺고 농진청의 곤충사업을 기획홍보해주기로 했다. 대가는 880만원이다.

미디어오늘이 배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요청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농진청이 언론홍보 명목으로 집행한 예산은 4억 550만원이고, 관련 기사는 66건이다. ‘농업+ICT 스마트팜 모델개발’ ‘중소농가 자립역량 기르고 소비지.산지 맞춤기술 보급’(경기일보), ‘농업의 개념을 바꾼 스마트팜’(이코노미조선) ‘한국형 스마트팜 개발.육성 박차’(전북일보) 등 단순 정책홍보 기사부터 ‘농업사 새로쓴 농진청의 발자취’(뉴시스), ‘똑똑한 농업 시리즈15편’(PBC 라디오) 등 기획기사까지 다양하다.

▲ 모두 광고형 기사들이다. ⓒ미디어오늘

2014년 12월 3일자 헬스조선 기사 ‘치매예방수칙 3권·3금·3행을 아세요?’도 겉으로 보기엔 멀쩡한 기사다. “치매 환자가 5년간 2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로 시작하는 이 기사는 ‘치매 예방수칙 3·3·3’에 대한 소개로 끝난다. 보건복지부의 홍보대행사 너츠커뮤니케이션은 이 기사에 대한 대가로 헬스조선에 광고비 660만원을 집행했다. 매일경제의 기산 ‘치매예방, 하루 15분만 투자하세요’도 비슷한 기사형 광고다.

헬스조선의 경우 미디어오늘 보도로 인해 협찬금을 받고 해당 병원을 홍보하는 광고형 기사를 써온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협찬금액은 지면에 따라 800만원에서 최대 2500만원이었다. 한 광고업계 관계자는 “헬스조선 뿐 아니라 다 그렇게 한다. 이런 소식에 사람들이 놀라는 게 더 놀라울 정도”라며 “병원이나 의료정보 관련된 기사는 죄다 광고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단순한 정책홍보가 아니라 입장이 판이하게 갈리는 사회적 쟁점에 관한 보도도 기사형 광고로 메워진다. 2015년 3월 매일경제는 ‘노동시장 개혁’ 시리즈 기사를 냈다. 3월10일자 ‘호봉에 기댄 기성세대‧양보 안하는 강성노조가 일자리 막아’, 3월11일자 ‘성과급‧임금피크 도입하면 취업자 수 17% 늘어난다’ 3월13일자 ‘연공급→직무급 임금체계 바꿨더니 정규직 전환․신규채용 함께 늘었다’ 등이다. 기사형 광고다. 홍보대행사 인포마스터가 고용노동부에 제출한 ‘3월 사업정산보고서’에 따르면 ‘매일경제 기획보도’ 명목으로 5500만원이 집행됐다.

관련 기사 : 돈 받고 정부 홍보기사 써준 언론사를 공개합니다

미디어오늘이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홍보대행사 메타커뮤니케이션즈는 2014년 고용노동부로부터 턴키형식(캠페인‧광고‧협찬 등 홍보를 통으로 맡긴다는 뜻)으로 5억 원의 예산을 받아 언론사 등에 홍보비용을 집행했다. 문화일보의 2014년 11월 20일자 기사 ‘현대 오일뱅크‧신원 등 노사문화대상’와 21일자 기사 ‘무분규로 노사협력…“기업경쟁력 커져”’는 1100만 원짜리 기사다. 머니투데이의 2014년 11월20일~11월24일 기획시리즈 ‘손 맞잡은 노사, 대중소 상생 이끈다’의 경우 총 4편의 기사에 1500만원이 들어갔다.

지면구성에 보도주제까지 결정하는 광고주

사람들이 가장 객관적인 매체라고 믿는 사진기사조차 만들어진 경우가 많다. 한 언론사 광고부장은 “몇몇 언론에는 포토뉴스 코너가 있다. 사진기자들이 기획하는 코너인데, 사진부에 매출 할당액이 있을 정도로 이것도 다 광고”라며 “한 면을 털어서 기업에 대한 사진을 넣는다. 예컨대 기업의 사회공헌 관련된 사진이나 상품 관련된 사진”이라고 전했다.

이 부장은 “한 면을 사진으로 털면 보통 가격대가 4~5천만원대다. 기업에도 니즈가 있다”며 “한 페이지 전체를 자기네 지면으로 쓸 수 있고, 일반 광고가 아니라 사진이니까 홍보에도 더 좋다고 판단한다. 경제부 기자만 광고영업을 하는 시대도 끝났고 이제 사진부 기자들까지 이런 영업을 한다”고 설명했다.

▲ 2012년 10월 25일자 동아일보 B05면

대표적인 사례가 동아일보의 캐논카메라 관련 포토뉴스다. 지난 2012년 10월 25일자 동아일보 경제5면에 사진기자가 카메라 뷰파인더에 눈을 대고 촬영하는 모습을 엑스레이로 찍은 사진, 캐논 카메라 바디 뒷부분이 찍힌 사진, 사진기자 2명이 카메라를 들고 뛰는 사진이 실렸다. 동아일보는 해당 지면을 포토뉴스로 소개했으나 이는 사실 캐논코리아에서 돈을 주고 산 광고 기사였다. 홍보업계는 이 광고 단가를 약 2500만원~3000만원 수준이라고 전했다.

과거에는 기자 바이라인이 없거나 광고임을 명시하는 방식으로 이런 ‘기사형 광고’와 ‘기사’를 구별 짓곤 했지만 여새 만들어지는 기사형 광고에는 이런 구별 기준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기사인지 광고인지 얼핏 봐서는 구별하기 어려운 기사들이 즐비하다는 뜻이다.

이런 기사형 광고는 광고주와 매체의 이해관계가 부합한 결과물로 봐야한다. 광고주 입장에서 더 이상 아무도 누르지 않는 배너광고나 그냥 넘겨버리는 지면광고는 지면대비 광고효과가 없다. 실제 기사형 광고가 일반 신문광고에 비해 독자들 사이에서 30% 정도 높은 관심을 끌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언론사 입장에서도 매체가 늘어나면서 언론사 1인당 돌아가는 광고 파이가 줄어든 상황에서 기사형 광고는 새로운 시장이다.

문제는 이런 기사형 광고가 사실상 언론사 편집국이 아닌 외부에서 뉴스에 개입할 수 있는 통로가 생긴다는 점이다. YTN은 △리포트4, 단신6 △농촌진흥사업 우수성과 △2015년 6월(1개월간)이란 농촌진흥청 지침에 따라 보도했다. 계약서에는 ‘계약금은 홍보기사 게재 후 을이 청구하면 갑이 5일내 지급 한다’고 명시돼있다. 광고주가 기사 횟수, 지면 구성, 보도 주제까지 결정하는 셈이다.  

이런 일이 반복될 경우 뉴스 소비자는 더 이상 뉴스를 신뢰할 수가 없다. 자신이 읽은 것이 돈 받고 쓴 광고인지 기자의 취재물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기사는 물론이고 매체 자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 농촌진흥청과 언론사 간 홍보계약서. ⓒ미디어오늘

광고형 기사 구별하는 법

뉴스 소비자에게 광고형 기사까지 구별하는 능력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다. 이는 언론계가 해결해야할 일이며, 뉴스 소비자가 그런 번거로운 일까지 해야할 의무도 없다. 다만 뉴스과잉시대, 이런 기사형 광고들은 과감히 제쳐버려도 된다는 점에서 몇 가지 팁을 소개한다.

첫 째, 특정 기업의 상품, 특정 정부부처의 프로그램이 좋은 점을 나열하고 제품의 기능과 프로그램의 특성에 특별한 의미부여를 하는 기사는 대부분 광고형 기사라고 봐도 무방하다. 정말 획기적인 상품이나 프로그램이 아닌 이상, 언론이 돈도 안 받고 굳이 상품이나 프로그램을 칭찬해줄 이유가 별로 없을뿐더러 언론은 그 상품이 획기적인지 아닌지 알 수가 없다. 아직 상품이나 프로그램의 효용성이 입증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 부처가 새로 도입한 제도가 너무 좋고 편리하다는 식의 기사라면 ‘빼박캔트’(빼도 박도 못하다) 광고형 기사다. 조선일보의 2015년 4월 10일자 기사 ‘밭 직불금, 서류 한장만 내면 바로 탄다’가 대표적이다. 새로 도입된 시스템인데 진짜 서류 한 장만 내면 바로 타는지 안 타는지 그 누구도 확신할 수가 없다. 이런 기사는 대부분 정부부처가 새로 도입한 제도나 프로그램을 홍보하고 싶을 때 언론사에 돈을 뿌리고 발행하는 기사다. 이 조선일보는 이 기사를 쓰고 농림수산식품부로부터 4600만원을 받았다.

둘 째, 직접 취재하지 않았으면서 취재가 없이는 알 수 없는 표현들이 들어가는 기사는 의심해야 한다. 이투데이는 2015년 4월 10일 ‘기능성 품종으로 FTA 방어해야’라는 기사를 썼다. 기사 안에 “밥맛이 좋으면서 매 끼니 챙겨 먹으면 건강을 증진시킬 수 있는 기능성 쌀 ‘메디라이스’가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는 대목이 나온다. 하지만 정작 누가 호응하고 있는지는 없다. 효능을 나열할 뿐이다. 이투데이는 관련 기사 3건을 쓰고 990만원을 받았다.

셋째, 정보의 출처가 한 방향 밖에 없다면 의심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기사에는 여러 전문가들이 등장한다. 객관적으로 보이고 싶은 욕망 때문이다. 따라서 기사 안에 정부 쪽 인사나 특정 기업 쪽 코멘트 밖에 없다면 의심할 만하다.

이코노미조선은 2015년 3월 125호에 ‘농업의 개념을 바꾼 스마트 팜’이라는 기사를 실었다. 정보통신기술(ICT)이 농업을 급격히 바꾸고 있다는 내용인데, 기사에 스마트폰으로 농작물을 재배할 수 있어 편리하다는 농업인의 말이 나온다. 얼핏 보면 취재기사인 것 같지만, 바로 밑에 “현장을 함께 찾은 한길수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박사”가 등장한다. 그리고 박스기사로는 심근섭 농촌진흥청 지식정보화담당관의 인터뷰가 실렸다.

▲ 국방부 홍보대행사와 중앙일보가 체결한 약정서. 진성준 의원실 제공.

중앙일보의 2015년 6월 24일자 기사 ‘번호로 남은 9826명, 이름 찾아주는 그들’도 비슷한 사례다. 국방부가 국군전사자 유해발굴 작업을 열심히 하고 있다는 내용인데, 취재원은 모두 이학기 유해발굴감식단장, 장유량 중앙감식소장 등 국방부 측 인사들뿐이다. 보통의 기사였다면 이 사업에 대한 전문가의 코멘트가 포함됐을 것이다.

이 기사는 중앙일보가 2015년 지난 6월 20일 국방부 홍보대행사인 인포마스터와 계약을 체결한 뒤 작성한 국방부 홍보기사 중 하나다. 중앙일보가 6월 20일부터 12월 31일까지 7차례에 걸쳐 국방부 홍보기사를 보도하고, 그 대가로 1억 원을 받는다는 것이 계약서의 내용이다.

관련 기사 : “중앙일보, 국방부에서 1억원 받고 기사 써줬나”

넷 째, 시덥지 않은 미담은 일단 의심하고 보자. 언론은 본디 갈등과 자극적인 소재를 좋아한다. 주인을 따라 죽은 개나 아들 대신 죽은 아버지 등 눈물을 쏙 빼놓을 수 있는 감동적인 소재가 아니라면 언론 입장에서 ‘미담’은 기사거리가 안 된다.

중앙일보는 2015년 11월 5일 ‘저비용 고효율 문경 군인체육대회 국제대회 본보기 됐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2015 경북문경 세계군인체육대회(이하 2015문경대회)가 지난달 11일 막을 내렸다는 내용이다. 체육대회를 잘 치렀다는 단순한 기사였는데 여기에 ‘민관군 협력’ ‘서포터즈의 주인의식’ 같은 미사여구가 붙었다. 그럼 전의 행사에는 민관군협력도 없었고 서포터즈가 엉망이었다는 뜻일까. 이 기사 역시 국방부의 홍보기사였다.

1. 기레기와 찌라시 전성시대

(1) 사람들은 왜 뉴스 대신 찌라시와 음모론을 믿나

(2) 진영언론과 객관성 : 조선일보와 한겨레, 둘 중 뭘 읽어야 할까

(3) 기레기를 위한 변명 : 낚시 기사는 어떻게 만들어지나

(4) 뉴스가 할 말, 드라마와 영화가 대신하다 : 미생과 송곳

2. 뉴스란 무엇인가

(5) 뉴스가치의 판단 기준 : 대중은 어떤 사건에 분노하나

(6) 실전예제, 안철수와 이석기의 우연한 인연은 뉴스가치가 있을까

(7) 뉴스가치도 조작된다 : 신참 여경들이 병아리가 된 이유

(8) 같은 뉴스 다른 판단 : SBS는 왜 문창극 친일발언을 보도하지 못했나

3. How to read 뉴스, 초급편 : 텍스트 읽기

(9) 뉴스를 읽는 두 가지 키워드 : 의제설정과 프레임

(10) 뉴스 읽기의 기본 : 원인과 결과 그리고 전제조건을 보라

(11) 언론의 권력, 보도하지 않는 힘 : 언론이 숨기는 것

4. How to read 뉴스, 중급편 : 컨텍스트 읽기

(12) 행간 속에 숨겨진 의도 : 대선개입은 왜 대선불복에 먹혔을까

(13) 뉴스의 흥행법칙 : 편견에 기대고 편견을 강화하라

(14) 실전! 종북 빨갱이 언제 먹히고 언제 안 먹히나

5. How to read 뉴스, 고급편 : 언론산업 읽기

(15) 언론도 기업이다 : 지배구조를 보면 언론이 보인다

(16) 삼성일가와 손석희 뉴스, 어디까지 신뢰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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