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방송 CBS가 ‘임금피크제’ 도입 논란으로 불거진 선후배 직원 간의 갈등을 잘 봉합하고 합리적인 결론에 도달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CBS 노사는 지난해 12월30일 만 55세 이상 직원의 임금을 최대 50%(유급 안식년 제외)까지 삭감하는 ‘다운사이징 임금피크제’에 합의했지만, 시니어 직원들의 반발로 시행이 유보된 상태다. 

CBS의 임금제도 개선 합의안의 핵심은 내년부터 기존의 만 60세였던 정년을 만 61세로 1년 늘리고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는 것이다. 임금 삭감률은 만 55세 10%, 만 56세 10%, 만 57세 20%, 만 58세 40%, 만 59세 50%, 만 60세 80%(유급 안식년)로 적용했다. 이외에 기본급 3% 정액 인상, 연봉제 사원 호봉제 전환 검토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하지만 CBS 내 시니어그룹 114명은 지난 1월19일 성명을 내고 합의 절차에서 당사자들과의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합의가 이뤄졌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들은 “이번 합의안이 2014년 안에서 대폭 수정돼 급격한 임금절벽을 도입했고 경영상의 효과 등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다”며 “고령자는 저성과자라는 낙인을 찍을 수 있어 평가제도 없는 합의안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지난 1월21일 CBS 노사협의회는 임금피크제 등 임금제도 시행을 유보하고 CBS 구성원들이 공감하고 동참할 수 있도록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 재점검·보완해 부속합의서를 체결하기로 합의했다. 

이후 시니어그룹은 지난달 12일 노사발전위원회에서 사측에 공식사과와 경영본부장에 대한 문책을 요구했지만 지금까지 이에 대해 어떠한 반응도 보이지 않은 것과 현 노조가 시니어그룹의 대표성을 인정하지 않고 사측과 직능단체별 의견수렴을 따로 진행한 점 등을 들어 새 노조 출범을 공식화했다.  

서울 목동 CBS 사옥
“노조가 전문성 없이 사측의 논리에 매몰, 가만 볼 수 없어” 

전국언론노조 CBS지부와 함께 CBS 내 제2노조가 된 ‘CBS노동조합’은 지난달 19일 노조 설립 총회를 열어 양승진 선임기자를 위원장으로 선출하고, 29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 남부지청으로부터 노조 설립신고증을 받았다. 

CBS노조는 지난 2일 출범선언문 형식의 성명을 통해 “새 노조 설립은 지난해 12월30일 노사 간에 전격적으로 체결된 ‘다운사이징 임금피크제’를 비롯한 ‘제도개선안 합의서’가 직접적인 촉발제가 됐다”며 “우리는 공식적 사과와 책임자 문책을 요구했지만 공허한 메아리만 울리고 있고 불신의 골만 깊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새로운 노조의 출범을 미룰 수 없다는 결단에 이르게 됐다”고 밝혔다. 

CBS 기획조정실 매체정책부장 출신의 양승진 위원장은 7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CBS 전임 사장 6년간 경영은 대체로 흑자가 났고 지금 당장 회사가 위기이거나 경영적자도 아닌데 노조가 사측의 위기설을 그대로 믿었다”며 “노조가 전문성 없이 사측의 논리에 매몰돼 버린 상황에서 회사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얘기해줄 사람이 노조에 없었다”고 새 노조 설립 이유를 설명했다. 

임금피크제 도입 등 임금제도개선안 관련 노사 합의 과정에서 실제 임금 삭감 당사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았음을 노조가 인정했으면서도, 사측의 주장을 제대로 검증해야 한다는 시니어그룹의 목소리가 수정안 마련 과정에서도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양승진 CBS노동조합(제2노조) 위원장
양 위원장은 “우리가 노조를 만들지 않으면 새로운 논의 구조 속에 들어가서 우리의 의견을 낼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회사의 경영상황에 대해 보다 잘 알고 있는 직원들이 협상의 당사자가 돼 제대로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선 노조를 만들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양 위원장은 회사가 현재 경영상황에 대한 객관적인 데이터를 공개하고 노조도 회사가 진짜 위기인지, 퇴직금 폭탄이 진짜인지에 대한 엄밀한 검증 절차를 거쳐 이성적으로 수긍할 수 있는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언론노조 “임금 감액률을 낮추고 회사 고통분담안 낼 것”

CBS는 현재도 정년이 만 60세여서 타사와 달리 정년이 1년 늘어난 것에 대한 부담은 상대적으로 적다. 또한 현재도 고령자들이 55세 또는 입사 25년차가 되면 호봉이 더 이상 오르지 않는 사실상의 임금피크제가 시행되고 있다. 가령 50세에 25년차가 되면 정년 60세까지 10년 동안 임금이 늘어나지 않는 구조다. 

이에 대해 양 위원장은 “물가상승률까지 고려해 10년간 임금동결로 이미 고령자들이 희생을 하고 있음을 인지한다면 이렇게 가파른 임금절벽을 만들 수 없는 것”이라며 “만약 임금피크제를 한다면 시니어 직원의 희생이 일방적이거나 과도해선 안 되고 사측도 고통분담의 원칙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 위원장은 이어 “적어도 나이만을 기준으로 하는 삭감은 받아들일 수 없고 나이가 많아도 열심히 일하면 보상받을 수 있는 평가제도를 병행하는 형태면 논의 테이블에 올려놓을 수 있다”며 “임금피크제나 평가제 같은 제도개선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3자 간 기간 제한 없이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들여다보면서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결론을 내리자고 사측에 제안도 했다”고 밝혔다. 

양 위원장은 CBS 내 복수노조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선 “복수노조가 서비스 경쟁도 할 필요가 있고 잘못하면 구성원으로부터 배척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가져야 건강성을 회복할 수 있다”면서도 “향후 신뢰를 회복해 규약 통합과 시니어 의견 수렴·논의 구조를 만든다면 적절한 시점에 통합하는 쪽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언론노조 CBS지부도 CBS노조의 문제의식을 전향적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CBS지부는 지난 4일 노보를 통해 “55세부터 감액에 들어가는 문제를 재고하고 56세 또는 57세부터 시행하는 방안도 고민해 다운사이징 감액률을 낮추겠다”며 “연말 합의에서 정년을 현행 60세에서 61세로 늘린 부분도 58세, 59세 구간에서의 감액률이 급격해 의미가 없다는 비판이 나온 만큼 없애는 쪽으로 협상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CBS지부는 “사실상의 평가 부재 상태인 CBS에 공정하고 합리적인 평가 틀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기틀을 마련하겠다”며 “회사가 설득력 있는 자료와 데이터를 내놓도록 하고 사장과 부사장, 상무 등 임원들도 고통을 분담토록 하는 등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손해 보지 않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CBS 기획조정실 관계자는 8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회사에서는 실무 부서장들 모여 임금피크제를 포함한 임금제도개선 문제 전반을 다루는 안을 만들고 있지만 기한은 정확히 가늠하기 어렵다”며 “회사 안이 어느 정도 만들어지면 이를 가지고 노조 측과 조율한 후 공청회를 거쳐 전 직원의 동의를 구하는 방식으로 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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