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희 3년, JTBC뉴스는 종합편성채널 출범 때와 분명 다른 위상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언론계에서는 ‘지나친 특종 욕심’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JTBC의 “한 걸음 더 들어가봤습니다”라는 앵커 멘트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JTBC뉴스가 시청자의 신뢰를 얻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세월호 참사다. 당시 손석희 보도부문 사장과 JTBC 기자들은 수일간 팽목항에서 뉴스를 진행하는 등의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당시 JTBC는 다른 매체에서 보도된 내용을 마치 단독처럼 보도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 뉴스타파 2014년 4월30일 보도.사진=방송화면 캡쳐
이미 보도된 내용 “저희가 한 걸음 더 들어가봤다?”

손 사장은 2014년 5월 7일 뉴스룸에서 “지금부터는 저희가 한 걸음 더 들어가서 살펴본 내용”이라며 “당시 해경이 정조 시간이라고 밝힌 시간이 오히려 조류의 흐름이 센, 최강조류 시간에 가까웠습니다”라고 말했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단독 보도인 것처럼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일주일 전인 2014년 4월30일 뉴스타파가 이미 보도한 내용이다. 당시 최승호 뉴스타파 앵커는 “사고 초기 해경과 해군이 조류 흐름이 멈추는 정조 때라고 파악해 수중 수색에 나선 시간대가 사실은 가장 거센 최강류 시간대였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사고 첫날 동원된 잠수사 중 실제 수중 수색 작업에 투입된 잠수사가 16명에 불과했다는 뉴스 역시 비슷하다. 뉴스타파는 4월21일 해양수산부 종합상황실과 해경 상황실이 작성한 복수의 보고서를 입수해 이같이 보도했다. 해당 내용은 몇몇 인터넷 매체를 통해 인용되기도 했다.

JTBC는 10여일 후인 5월1일 같은 소식을 전하면서 “JTBC가 당시 해경의 내부 보고서를 입수했는데요. 해경과 해군 잠수요원 160명을 모아놓고도 하루 종일 16명만 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복수의 기자들은 ‘입수’라는 단어 자체가 단독보도의 의미처럼 들린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당시 최기훈 뉴스타파 기자는 “뉴스타파에서 진작에 며칠 전에 보도했던 리포트들”이라며 “보도내용이 좋다면 받아야지요. 뉴스타파가 보도한 내용이라고 인용하기 그러면 그냥 드라이하게 받으면 됩니다. 굳이 단독이니 한발 더 들어갔다느니 생색내면 꼴이 우스워지지요”라고 비판했다. 

▲ 같은 날, 같은 내용의 기사를 내보낸 시사저널과 JTBC 보도.
시사저널 기사, 같은 날 밤에 JTBC ‘단독’으로 

앞서 같은 해 4월8일에는 정윤회씨의 딸 승마와 관련한 기사가 논란이 됐다. 시사저널은 4월8일 오전 9시45분 “정윤회가 승마협회 좌지우지한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해당 기사에는 경찰이 정씨의 딸이 출전한 2013년 상주에서 열린 승마대회와 관련해 수사에 착수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같은 날 저녁 JTBC는 같은 내용을 단독 보도했다. 시사저널과 인터뷰이가 다를 수는 있지만 핵심적인 내용은 같았다. 당시 손 사장은 “작년에는 정씨의 딸이 출전했던 한 승마대회에 대한 대대적인 경찰 수사가 있었던 것으로 JTBC 취재 결과 확인됐다”며 “기자의 단독보도”라고 소개했다. 

이에 대해 조해수 시사저널 기자는 “정윤회 관련 기사의 경우 기사가 실린 잡지는 이미 시판된 상태였고 인터넷에도 표출됐다. 시사저널은 단독 표기를 하지도 않았다”며 “이미 보도된 기사를 단독을 달고 다시 보도하는 것은 '단독보도'에만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CBS와는 기자상 두고 다투기도…기자상은 CBS에 

2015년 8월에는 한 화장품 제조공장에서 노동자가 지게차에 치여 숨진 사건 보도를 두고 CBS와 JTBC가 서로 단독이라고 주장하는 일이 벌어졌다. 당시 JTBC와 청주CBS는 동시에 ‘이달의 기자상’에 응모했는데 기자상은 CBS에게 돌아갔다. CBS의 보도시점은 8월10일이고 JTBC는 8월18일이다.

JTBC의 보도 내용은 CBS가 보도한 것과 큰 차이가 없었지만 공장 내 CCTV와 119 블랙박스 영상을 확보해 보도했다. 그러나 문제는 JTBC가 이 사건 취재를 시작하면서 CBS의 도움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CBS는 첫 보도 이후 기자들의 문의가 이어지자 유족 연락처 등을 다른 언론사에 건넸다. 

이에 대해 박현호 청주CBS 기자는 당시 미디어오늘에 “JTBC가 단독이라고 내보낼 줄 몰랐고, 사실 우리도 단독을 안 붙이다가 JTBC 보도 이후 정확히 사실관계를 알려야겠다고 생각해서 단독을 붙였다”며 “당시 언론사끼리 누가 먼저 썼는지 다투는 모습으로 비춰지는 것을 바라진 않았다”고 말했다. 

▲ 고 성완종 새누리당 의원의 녹음파일을 공개한 JTBC 뉴스룸. 사진=방송화면 캡쳐
“JTBC 잘한다 잘한다도 한 두 번이지…”

가장 논란이 된 것은 고 성완종 전 새누리당의 음성파일 공개다. 지난해 4월15일 JTBC는 경향신문의 성 전 의원 인터뷰 음성파일을 공개하면서 “단편적으로 보도된 통화내용 외에 전체적인 맥락을 그대로 전해드림으로써 그 뜻이 무엇인가, 어떤 내용을 함의하고 있는가 하는 것을 많은 분들이 판단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경향신문은 물론이고 성 전 의원의 유족도 반대했던 일이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성 전 회장의 장남은 이날 저녁 JTBC 보도국에 전화를 걸어 “고인의 육성 공개를 원하지 않는다. 방송을 중단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박래용 당시 경향신문 편집국장의 요구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기자들 사이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A기자는 “한 발 더 들어가 봤다고 말할 거면 추가 취재를 해서 더 의미있는 보도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B기자도 “JTBC가 다른 종편과는 다른 색깔을 내고 있고 지상파에서 다루지 않는 민감한 보도를 하니까 잘한다 하는데 그것도 한두 번이지 이런 일이 반복되면 그렇지 않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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