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보면 ‘무한도전’은 21세기 지상파방송, 그 자체였다. ‘무한도전’이 시작된 2005년(무모한도전)이후 케이블TV의 성장과 IPTV의 등장 속에 지상파의 독점적 플랫폼은 힘을 잃기 시작했다. 2010년 이후 보편화된 스마트폰과 2012년 종합편성채널 4사 개국은 지상파의 입지를 더욱 흔들기 시작했다. 이제는 MCN(멀티채널네트워크) 사업자들이 유튜브를 타고 거실의 IPTV에서, 스마트폰에서 등장하며 지상파 콘텐츠와 대결하고 있다.
‘무한도전’은 오는 10월1일 500회를 맞는다. 500회 동안, MBC ‘무한도전’에게는 아직까지 해보지 못한 도전이 하나 있다. 조금 황당하게 들릴 수 있는 이야기지만, ‘토요일 오후 6시30분 MBC’라는 편성을 벗어나는 ‘도전’이다.
오늘날 미디어환경은 특정 시간대 특정 방송사에 편성되는 것이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사람들은 다양한 플랫폼에서 콘텐츠를 쪼개보고, 빠르게 감아서 보고, 주요장면만 보고, 반복해서 본다. 시간과 공간은 콘텐츠소비에 있어 더 이상 변수가 아니다. 변수는 오직 콘텐츠의 수준이다. 시청자들 역시 ‘무한도전’을 MBC의 한 예능프로그램으로 분류하지 않는다. ‘무한도전’은 거칠게 말하면 김태호PD와 유재석의 플랫폼이자 콘텐츠다.
‘무한도전’은 지금 지상파 편성이란 틀 속에서 중장년층 중심의 고정형TV 시청률에 일희일비하며 새로운 도전보다는 여태껏 성공했던 포맷을 약간씩 비트는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는 구조에 놓였다. 스케일이 커진 만큼 제작비를 충당하느라 방송 곳곳에 PPL을 꽂으며 눈살이 찌푸려지는 일이 많아졌다. 캐릭터 중심의 프로그램이 11년째 쉬지 않고 달려온 데 따른 한계도 보인다. 김재철 사장 이후 제작 자율성이 위축되며 과거처럼 과감한 사회풍자도 보기 힘들어졌다.
‘유재석TV’란 이름으로 유튜브에 등장했던 무한도전 멤버들은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하고 자유로워보였다. 하하는 파업 때문에 새 음반이 망했다고 투덜댔고 멤버들은 각종 상표를 노출하며 웃음을 자아냈다. 검열 없는 이들의 방송은 자유로웠고, 직설적이었다. 김태호PD와 유재석이라면, MBC라는 ‘견고했던 둥지’를 벗어나 온라인에서 지금보다 더 자유롭게, 위대한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지 않을까. 어느덧 500회를 맞이한 ‘무한도전’의 ‘마지막 도전’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