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MBC 사측이 노동조합이 내 건 고 백남기씨 추모 현수막을 일방적으로 철거하거나 철거하라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제주지부는 지난 달 30일 고 백남기씨를 추모하는 현수막을 게시했다. 현수막에는 제주지부 명의로 “생명 평화의 일꾼, 백남기 농민을 애도합니다. 국가폭력 책임자 처벌, 반드시 이뤄내겠습니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당일 제주MBC는 김창옥 사장의 명의로 제주지부에 현수막을 철거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회사에서 불허를 통보하였음에도 이를 어기고 현수막을 게시한 것은 회사의 시설관리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며 “자진 철거하지 않을 시 강제철거하겠다”는 내용이다.

▲ 언론노조 MBC본부 제주지부에서 내 건 고 백남기씨 추모 현수막. 사진=언론노조 제공
이에 대해 제주지부는 사측에 보낸 공문에서 “현수막 게시는 제주민방 파업지지와 세월호 참사 2주기 등 노조 규약에 적시된 사회참여 활동의 범위 내에서 회사와 관례대로 협의를 진행했음에도 회사가 노조의 언론자유를 제한하고 침해하려는 것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결국 지난 4일 현수막은 철거됐다. 현재 제주지부는 제주MBC 사옥 외부에 현수막을 다시 내 건 상황이다. 제주지부 관계자는 “전국민적으로 애도하는 상황에서 추모 현수막 하나도 걸지 못하는 상황이 안타깝다”며 “정상적인 노사관계가 무너졌다”고 말했다. 

춘천MBC와 원주MBC, 전주MBC 등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춘천지부의 경우 회사 건물과 공유지의 경계 지역에 백씨를 추모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해당 현수막은 아무런 통보도 없이 지난 6일 철거됐다. 춘천지부는 같은 자리에 현수막을 다시 게시한 상황이다. 

이에 춘천MBC는 12일 송재우 사장 명의로 보낸 공문에서 “시민들 입장에서는 해당 구역을 춘천 MBC 관활구역으로 볼 것”이라며 “정치적인 내용의 현수막 게시는 공영방송 정신에 어긋나고 회사 이미지에 영향을 줄 소지가 있다”며 지부에 현수막 자진철거를 촉구했다. 

▲ 철거된 언론노조 MBC본부 춘천지부 현수막. 사진=언론노조 제공
원주MBC는 지난 달 29일께 사측 담당자가 원주지부를 찾아와서 현수막 자진 철거를 요구했다. 현수막이 MBC본부 원주지부 명의라 하더라도 MBC가 특정 정파를 대변하는 것처럼 시민들에게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원주지부 관계자는 “노조는 사회적인 사안에 대해 특정 입장을 충분히 밝힐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차이가 있을 때 조율을 하라고 단체협약이 있는데 단협이 없으니 이런 일이 발생한다. 단협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절감한다”고 말했다. 

MBC 사측은 2012년 일방적으로 언론노조 MBC본부와의 단체협약을 해지했고 제3노조와 최근 단체협약을 체결한 상태다. 이에 대해 제주지부 관계자는 “기존 단협에서는 언론의 사회활동 부분이 명시 돼 있었다”며 “이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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