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TV조선·한겨레 등 주요 언론이 비선 실세 최순실(60)씨의 국정 농단 사태를 실시간 특종으로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SBS에서는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와 주목된다.

사측이 최씨 관련 특별취재팀 구성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묵살하고 청와대 입장만 대변해 ‘타사를 손가락 빨며 바라보는 처지’로 전락했다는 자조와 절망감을 드러낸 것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본부장 윤창현, 이하 SBS본부)는 25일 성명을 내어 “노조는 그동안 여러 차례 도를 넘은 권력 편향과 국민의 알 권리와 언론 자유를 스스로 좀 먹는 보도 행태에 대해 경고하고 시정을 요구해 왔다”며 “하지만 사측은 내부 특별취재팀 구성 요구조차 묵살하며 소극적 태도로 일관했다”고 밝혔다. 

▲ SBS 8뉴스 23일자 보도.
최씨 보도를 위해 SBS 프랑스 파리 특파원이 독일 현지를 방문하거나 연수 중인 기자가 자처해 취재에 나서는 등 분발하고 있지만 조직적 차원의 지원과 관심이 전무했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희대의 국정농단 사건 취재와 보도에 있어 그토록 얕잡아 보던 종편을 손가락 빨며 바라보는 처지로 전락시키고 말았다”는 것이다. 

SBS본부는 자사 보도에 대해 “카운터 펀치를 맞고 그로기 상태에 빠졌다”고 평가한 뒤 “‘회사를 위한다’는 이유로 후배 기자들이 권력 눈치나 보게 하고, 자기 검열로 만들어진 ‘땡박뉴스’, ‘대한늬우스’를 박근혜 어전에 바치도록 한 결과에 만족하느냐”고 사측을 직격했다.

이어 “대주주와 경영진은 끊임없이 보도에 개입해 독립성과 자율성을 갉아먹고 온갖 출입처에서 기자들을 로비스트로 내몰았다”며 “스스로 언론이길 포기해 자초한 오늘의 현실은 치욕적”이라고 비판했다.

SBS본부는 “어제(24일) JTBC 보도(최씨의 대통령 연설문 등 국정 개입 의혹 보도)는 국정을 농단해 온 박근혜 정권에 대한 사망선고인 동시에 스스로 언론이길 포기했던 모든 언론에 대한 파산선고”라며 “보도를 국민의 알 권리와 언론의 사회적 책무가 아니라 사적 이익의 실현을 위한 방패막이로 남용해 온 사측의 방식은 이제 완전히 파산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SBS본부는 “역사책에 기록될 희대의 국정농단 사건을 앞에 두고 사태의 파장에 대한 잘못된 판단과 끝없는 청와대 눈치보기로 사회적 공기로서 SBS 위상에 먹칠을 한 책임자들은 전 구성원 앞에 머리 숙여 사과하라”며 “사측은 SBS 보도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바닥부터 파괴해 온 과거의 관행과 혁명적으로 단절할 방안을 진지하게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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