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 도입의 주된 목표는 어뷰징을 막겠다는 것이다. 실시간 검색어에 맞춰 대동소이한 기사를 반복적으로 전송하는 어뷰징 문제는 심각했다. 지난달 네이버는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 도입 이후 “어뷰징의 90%가 줄었다”며 성과를 강조했다. 그러나 온라인 업무를 하는 언론사 담당자들은 “믿기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3월 뉴스제휴평가위원회 퇴출 심사가 시작된 이후 어뷰징 제재가 이뤄진 건 사실이다. 주간지에서 일하는 A씨는 “일반 기자들도 매일 3~5건씩 할당량이 있었는데 평가위 도입 이후 완전히 사라졌다”고 말했다. 일간지 온라인 담당자인 B씨 역시 “도입 이전과 비교를 하면 당연히 눈치를 보게 됐다. 평소 방식대로 하면 다음날 바로 ‘경고’메일이 왔고, 벌점이 통보됐다. 어뷰징 해온 언론 중 벌점 받지 않은 언론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평가위의 심사가 시작된 이후 언론사 PV에도 영향을 미쳤는데, 언론사마다 격차가 큰 것으로 보인다. B씨가 속한 대형일간지는 평가위 도입 이후 한 주당 10분의 1 가량인 50만PV(페이지뷰)정도가 줄었다. 보통 한 주에 500만PV가 나오는데, 지금은 400만~450만대로 나온다는 것이다. 인터넷언론에서 일하는 C씨의 회사는 평가위 도입 직후에는 거의 반토막이 난 것으로 보인다. 

▲ 신변잡기식 어뷰징은 여전히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어뷰징 자체가 사라진 건 아니다. 평가위 도입 이전 언론이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키워드에 맞춰 ‘소품종 대량생산’을 했다면 이제는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시스템이 바뀐 것으로 보인다. 실제 네이버에서 실검 키워드로 기사를 검색하면 언론사당 대동소이한 내용의 기사가 3~4개씩 나온다. 과거 10~20개씩 쏟아내는 것보단 확연히 줄었지만 그만큼 트래픽을 만회하기 위해 대응하는 키워드를 더 늘렸다.

B씨는 “검색어로 기사를 쓰는 방식은 여전히 유효하다. 단, 좀 더 기사의 형식을 갖춘 어뷰징을 한다”고 말했다. 과거 같으면 계엄령으로 기사를 쓰면 “박근혜 대통령이 ‘계엄령을 내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고 한마디 쓰고 똑같은 기사를 쏟아냈다. 그런데 지금은 정보를 담아야 된다. 계엄령의 과거 사례를 써야 안전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어뷰징이 90% 줄었다는 건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 힘들다. B씨는 “아무래도 전처럼 ‘복붙’을 못 하니 기사 하나를 쓰는데 시간이 더 소요된다. 그래서 기사의 양도 줄어든 면이 있다”고 말했다. C씨는 “내용이 같은 기사는 90% 줄었을 수 있겠지만 키워드 남용기사는 이전과 그대로”라고 강조했다.

▲ 과거발언을 언급하는 방식의 어뷰징.
쫓고 쫓기는 관계처럼 평가위 도입 이후 언론은 꼼수를 찾고 있다. C씨에 따르면 실시간 검색어에 뜬 이유와 무관하게 ‘과거’이야기를 하면 제재 대상이 됐기 때문에 다른 방법을 쓰기 시작했다. “연예인 A씨가 최순실 게이트 의혹에 휩싸인 가운데 과거 TV 프로그램에서 한 말이 화제다”는 식으로 쓰지 않고, “연예인 A씨가 의혹에 휩싸였다. 그는 2014년 TV프로그램에서 다음과 같이 발언했다”는 식으로 쓴다는 것이다.

C씨는 “‘과거’라는 말을 넣지 않고 과거에 대한 이야기를 썼는데 벌점통보 메일이 오지 않았다”면서 “그러면 알고리즘이 이걸 못 잡는다는 것으로 받아들여 ‘과거’키워드를 안 쓰고 과거발언을 언급하는 식으로 대응한다. 룰을 어길 때마다 메일이 오는 걸 반대로 생각하면 메일이 안 오면 허용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결국 평가위 제재 규정이 지나치게 느슨하기 때문에 몇 번 벌점을 받더라도 ‘허용되는 범위’를 파악하는 게 남는 장사인 것이다. 평가위의 어뷰징 평가는 포털송고 기사 중 어뷰징 기사가 하루 1~10%미만일 경우 벌점 1점, 10%이상~20%미만일 경우 벌점 2점을 받는 식이며 1일 기준 어뷰징 비율 50%가 넘어가면 최대 10점까지 벌점을 받게 된다. 10점이나 받아도 퇴출이 아니라 ‘시정요청’을 받는다. 이후 1개월 내 10점 이상의 벌점 받거나 12개월 이내 누적벌점 30점에 이른 매체는 ‘경고처분’을 받는다. 경고처분 후 매체가 10점 이상의 벌점을 받으면 노출중단이 된다. 여기에 또 다시 10점을 받아야 퇴출된다.

현재 룰이 대형언론에 유리한 구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A씨는 “어뷰징이 전체 기사량의 5% 넘으면 벌점을 받는데 한 대형언론은 연합뉴스 기사를 계속 받아쓰면서 전체 기사량을 늘린다. 그러면 어뷰징을 더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0일 하루 동안 체조선수 손연재와 관련한 기사는 조선일보 12건, 동아일보 14건에 달한다.

대형언론이 네이버가 유사한 기사를 묶는 기능인 클러스터링을 악용한다는 의심도 나온다. 한 언론사가 실검 키워드로 기사를 써 클러스터링 맨 위에 배치되면 트래픽이 몰리게 되는데 다른 언론이 똑같은 기사를 써 이 자리를 뺏는다는 것이다. B씨는 “클러스터링 상단기사와 하단에 엮인 꼬리기사의 트래픽 차이는 크다. 대략 10배 정도 차이”라고 말했다. 

C씨는 “포털 알고리즘이 언론사의 규모, 전체기사량, 평판 등을 따지는 것으로 보이는데, 늦게 쓰더라도 대형언론이 쓰는 기사가 상단에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대형언론은 아예 이걸 노리는 것 같다”고 추정했다. 20일 송고된 손연재 과거발언 기사의 경우 브릿지경제가 먼저 작성했으나 이후 조선일보가 작성한 유사기사가 클러스터링 상단에 배치됐다. 업계에선 이걸 ‘먹고’ ‘먹혔다’고 표현한다. 

최근 들어 평가가 느슨해진 것 같다는 지적도 있다. C씨는 “최근들어 ‘과거’를 언급하고 실검이 된 이유와 무관한 내용의 기사를 써도 이전처럼 제재를 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네이버에서 ‘도도맘 김미나’로 검색하면 11월11일 하루에만 135건의 기사가 쏟아졌다. 그는 “그나마 초창기 때는 어뷰징 기사가 줄고, 좋은 기사들이 많이 노출됐는데, 최근엔 무슨 이유에서인지  기준이 느슨해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업계 관계자들은 △네이버와 다음의 어뷰징 제재 기준이 다른 점 △명확한 제재 기준 매뉴얼이 없는 점 등을 문제로 꼽았다.

네이버 관계자는 “평가기준은 지속적으로 바뀌지만, 오히려 강화되는 추세일 것”이라며 “클러스터링 알고리즘 역시 계속 변화한다. 다만, ‘언론사별 특성’은 클러스터링에 반영되지만 평판이나 규모, 기사량은 반영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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