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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혐오 없는 위키… 아무나 와서 쓰라, 분탕질도 좋다”

[인터뷰] 여성주의 백과사전 ‘페미위키’ 만드는 사람들 “참여와 토론, 중재, 선순환 구조 필요”

2016년 12월 04일(일)
정민경 기자 mink@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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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 (경고. 이것은 대한민국에서 불법입니다.) 형법 제27장 낙태의 죄. 제269조. 부녀가 약물 기타 방법으로 낙태한 때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나무위키, ‘낙태’ 검색 결과)

낙태: (낙태에서 넘어옴) 임신중절. 인공적인 수단에 의한 유산을 뜻한다. 같은 의미로 흔히 쓰이는 '낙태'는 산모가 아닌 태아중심적 단어로, 자극적인 의미를 이용해 인공임신중절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불러일으키고 원인을 여성에게 귀속시킬 우려가 있다. (페미위키, ‘낙태’ 검색 결과)

현저히 다른 검색 결과다. 페미위키는 현재 인터넷의 정보가 남성중심적이고 소수자 감수성이 부족하며, 여성혐오적이라는 문제의식에서 지난 7월21일 출발했다. 이곳에는 방송계의 여혐 논란도 정리돼있다.

페미위키 운영자 기술적인 부분을 담당하는 ‘탕수육’(필명, 프로그래머)씨는 “위키는 다수의 편집자가 참여해 객관적일 것이라는 인식이 견고하다”라며 “하지만 사회적이고 구조적인 편견, 혐오, 차별, 선입견이 존재하는 한 오히려 사회적 강자, 다수, 억압자의 논리를 반복할 뿐이다”라고 페미위키를 만든 이유를 설명했다.

최근 페미위키는 ‘#00계 성폭력 말하기’ 아카이빙 운동과 관련해 피해 호소자들의 법률자문 비용 마련을 위한 펀딩을 진행 중이다. 이미 목표액은 달성된 상태다. 미디어오늘은 페미위키의 운영진 십여 명 중 세 명을 만나 인터뷰했다. 인터뷰는 모두 필명으로 진행됐다. ‘탕수육’은 페미위키의 기술적인 부분을, ‘보쌈’과 ‘오로라샤워’(이하 ‘샤워’)는 콘텐츠를 만들고 사이트 운영을 담당하고 있다. 인터뷰는 25일 저녁 서울 사당역 한 카페에서 진행됐다.

-페미니즘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샤워: 너 정도면 결혼할 만하지”라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남자들이 나를 볼 때 자신의 신붓감이 될 것을 기준으로 판단하는구나 싶었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해보니 사회구조 자체가 여성에게 불합리했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보쌈: 엄마가 여성인권운동에 관한 일을 하신다. 그런데 엄마는 일을 하다가도 밥 먹을 시간이 되면 아빠 밥 차리러 집에 오더라. 중학교 때 선생님이 여성혐오적 발언을 한 것을 지적한 후 왕따가 된 적도 있다. 그 외에도 잦은 성희롱을 당하는 등 여러 경험들이 쌓였다.

탕수육: 과학에 관심이 많아 이런저런 공부를 하다보니 과학과 일부 페미니즘 이론 사이에 간극이 있음을 느꼈다. 그런 이유로 원래 반-페미니스트에 가까웠는데 대학에서 시간강사를 하며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생각이 서서히 바뀌었다. 페미위키에는 페미니즘과 과학 관련 문서들을 작성해보려고 한다.

-‘페미위키’에 참여하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

탕수육: ‘열심’이라는 필명을 쓰는 분이 최초로 페이스북에 제안했었다. 한국 인터넷 위키 가운데 나무위키가 가장 활발한데 여성혐오적 문서가 많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처음에는 나무위키에 가입해서 수정을 하려고 노력했는데 자꾸만 재수정을 당하고 답답한 일이 많아져서 아예 우리만의 위키를 만들자고 제안하셨고, 나도 동참하게 됐다.

샤워: 예를 들어 나무위키의 '야한 동영상' 소개글의 미주 1번은 "남자 쪽에 빗대자면 AV 배우가 얼굴도, 몸매도 죄다 떨어지는데다 늙은 추녀라고 생각해 보면"으로 시작한다. 페미위키의 ‘나무위키’의 항목(링크)에 들어가면 나무위키의 여성혐오적 문서를 모아놓은 항목이 있다.

보쌈: 페이스북에서 키배(키보드 배틀, 인터넷 말싸움)를 붙었는데 말도 안 되는 것을 가지고 ‘나무위키에서 이렇다고 했다’면서 가져오더라. 여성혐오적 시선이 들어가지 않은 레퍼런스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해서 참여하게 됐다.

▲ 페미위키에서 '나무위키'를 검색한 결과.
-‘페미위키’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

샤워: 아직은 초기라서 돈이 많이 들어가는 일은 없다. 그런데 최근 펀딩(링크)을 하고있다. 페미위키에서 ‘#OO계 성폭력 말하기’ 아카이빙 운동을 하고 있는데 여성들이 명예훼손과 같은 법적분쟁에 휘말리지 않고 문서를 기술할 수 있도록 법률 자문이 필요하다고 느껴졌다. 이미 목표액은 다 모았다. 추가금액은 서버비와 운영에 쓰려고 한다.

탕수육: 성폭력 공론화와 관련된 문서가 아니더라도 기여자(위키에서 문서를 만드는 사람을 일컫는 말)들이 법적분쟁에 휘말리지 않게 글을 쓰는 방법을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임신중절’ 항목에 처음에는 어떤 병원을 가면 수술을 할 수 있다, 어떤 약국에 가면 약을 구할 수 있다는 정보까지 써놨다. 그런데 이런 정보가 법적으로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법을 모르니까 자기검열을 하게 되더라. 적절한 편집지침을 갖추는 게 목소리를 내는데 힘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페미위키를 운영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샤워: 위키는 기여자들의 참여가 가장 중요하다. 기여자들이 적은 것이 가장 어렵다. 페미위키라고 해서 여성주의에 대한 문서만 작성할 필요는 없다. 위키는 방대한 정보집합체를 만드는 일이니까 아무나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기술해도 상관없다. 예를 들어 나는 요새 '중2병은 혐오표현인가, 아닌가?‘에 대한 문서를 만들고 있다. 어떤 것을 그냥 머리로 생각하는 것과 달리 문서로 만들게 되면 이것저것 찾아보게 되고 한 번 더 짚어보게 된다. 페미니즘이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함께 문서를 만들어도 좋으니, 많은 분들이 참여해줬으면 좋겠다.

-만약 페미니즘에 부정적인 사람들이 우르르 와서 이전에 있던 문서들을 삭제하거나 말을 바꿔도 상관이 없다는 건가? 그럼 페미위키를 만든 목적에 안 맞지 않나.

탕수육: 원래 위키는 아무나 아무 글이나 적을 수 있고 모든 이들이 다른 사람이 무엇을 어떻게 고쳤는지 투명하게 볼 수 있다. 보통은 이견이 있으면 토론을 하고 토론을 통해 해소되지 않으면 관리자가 중재하는 등 조치를 취하는데 아직 페미위키에서는 그런 사례가 없다.

-문서를 만드는 것 외에 위키를 사용해 좋은점은 무엇인가.

탕수육: 단순히 정보를 모을 뿐 아니라, 이를 도서관처럼 잘 분류하고, 언론처럼 널리 전파하고, 그 과정에서 사용자의 참여를 통해 정보가 변형/발전되며 그 결과가 다시 위키에 쌓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페미위키에는 매일매일의 주요 뉴스를 자동으로 수집하는 기능도 있어서 특정 이슈에 대한 문서를 만들 때 글감으로 참고하기에도 편리하다.

샤워: 기여자들이 많이 참여할수록 더욱 풍성해지는 것이 위키이니, 어떤 분탕질도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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