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이 6일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기관보고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이라크 무장단체의 김선일 납치사건 당시에도 본관이 아닌 관저에 머물렀다"고 말하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당일 지시선상에 나타나지 않고 관저에 머문 것은 사실상 직무유기를 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일자 노무현 전 대통령을 끄집어 낸 것이다. 

이완영 의원은 또한 "관저가 업무도 보는 곳임을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 관저 정치란 말이 있다"면서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당일 관저에 머물러 집무를 봤다는 것을 강조했다.

이에 한광옥 비서실장은 노 전 대통령이 김선일 피랍 사건 당시 관저에 머물렀다는 발언에 대해 "정확하게 듣지 않았지만 대충 내용은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의 발언은 사실에 부합되는 내용일까. 

알자지라TV는 지난 2004년 6월 20일 이라크 무장저항단체가 한국인 김선일씨를 납치해 24시간 이내에 한국군을 이라크에서 철군하지 않을 경우 피살하겠다고 협박하는 장면을 보도했다. 

노무현 정부는 파병 방침 불변이라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김씨 납치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조치를 취했다.

21일 오전 청와대는 권진호 국가안보보좌관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 회의를 열었고, 국외테러대책본부를 가동했다.

현지에 고위급 정부 인사를 파견해 이라크 성직자협회와 미군 임시행정처, 다국적군사령부, 이라크 외교부 등에 협조를 요청하고 석방 교섭에 나섰다. 또한 국방부 작전차장과 외교부 아·중동국 심의관 등 6명으로 구성된 현지 대책반을 요르단에 급파해 구출 협상을 지원하도록 했다.

당시 반기문 외교부장관은 중국 산둥성 칭다오를 방문 중에 관련 사건을 보고 받고 이라크 내 교민의 신변안전을 위한 조치를 현지 공관에 지시했다. 최영진 외교부 차관은 주한 중동국 대사 12명을 청사로 초청해 김씨 피랍경위를 설명하고 석방을 위한 협조를 요청했다. 

그럼, 노 전 대통령은 김선일 피랍사건 당시 관저에 머물러 지시를 했을까.

사실이 아니다. 시간대별 청와대 대응을 보면 21일 새벽 5시 외교부는 알자지라TV를 통해 피랍 장면을 보고, 외교통상부에서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 그리고 오전 6시 노 전 대통령은 국가안전보장회의 이종석 사무처장으로부터 피랍사실을 보고 받고 긴급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당시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노 대통령은 오전 6시 국가안전보장회의로부터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노 전 대통령은 권진호 국가안보보좌관과 이종석 사무처장으로부터 개별 보고를 받았고, 이 처장은 새벽 6시 노 전 대통령에게 유선으로 상황을 보고했다. 

청와대는 사건 당일 청와대 내부소식지인 '청와대 브리핑'을 통해 시간대별 노 전 대통령의 행적과 조치사항을 밝히기도 했다. 

시간대별 보고 일정에 따르면 오전 6시 노 전 대통령은 이종석 사무차장으로부터 김씨 피랍 소식을 보고 받고 긴급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고, 오전 7시 외교부 실무 긴급 대책회의가 열린데 이어 오전 8시 국가안전보장회의가 개최됐다. 그리고 오전 9시 노 전 대통령은 수석 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정부가 할 중요한 일은 김씨를 무사히 구출하는 일"이라며 "외교부를 중심으로 관계부처가 사실 관계를 정확히 파악해 구출을 위해 전력투구하면서 백방으로 노력을 다해달라"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이 최초 사건 보고를 유선을 통해 '관저'에서 받은 것은 맞지만 이완영 의원의 발언처럼 피랍사건 사건 당시 내내 관저에 머물렀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 

이완영 의원의 "노무현 대통령은 이라크 무장단체의 김선일 납치사건 당시에도 본관이 아닌 관저에 머물렀다"는 발언은 노 전 대통령이 최초 관저에서 보고 받은 내용만을 부각해 왜곡한 거짓에 가깝다는 얘기다. 비록 이라크 파병 방침 등 외교적 문제로 국민이 희생되는 사건으로 기록되면서 노 전 대통령의 외교력이 시험대에 올랐지만 세월호 참사와 비교해 관저에 머무르면서 지시를 하고 사건에 대응했다는 발언은 억지라는 것이다. 또한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당시 관저에 머문 것에 비판이 일고 있는 것은 해당 시간에 지시가 없었다는 건데, 노 전 대통령을 끌어들여 '물타기'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노 전 대통령에게 직접 유선을 통해 보고한 당시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처장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도 "이 의원의 발언은 엉터리"라고 비난했다.

이 전 장관은 7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예를 들어 김선일 피랍 사건이 늦은 밤이나 이른 새벽에 일어났다면 관저에 머물고 있는 대통령에 유선상 보고를 드리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 낮에 일어났으면 집무실에서 보고를 받았을 것이다. 세월호 참사 당일 관저에 머물렀다는 박근혜 대통령과 어떻게 비교를 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이 전 장관은 "평소에 관저에 계신 경우는 장기간 일정의 해외 순방을 마치고 오전에 있는 경우"라고 설명했다.

이 전 장관은 '관저 정치'라는 말로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의 행적을 옹호한 것에 대해서도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저녁 만찬 때 절대 혼자 한 적이 없고, 손님을 초청해서 9시 저녁 뉴스 직전까지 밥을 먹으면서 토론을 했다. 이게 바로 관저 정치"라고 말했다.

이 전 장관은 "오전 7시에도 항상 외부 손님과 오찬을 했다. 외부 손님과 참모들과 격의 없는 토론을 했다. 관저 정치라고 하면 이런 걸 관저 정치라고 해야 하는 것이다. 대통령이 할 일을 한 건데 박근혜 대통령은 이런 소통도 못한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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