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7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회 국정조사 2차 청문회에서 비서실장의 부당한 국정개입 논란을 전면 부인하고 있는 가운데,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 전 실장 주장을 반박하는 새로운 정황을 공개했다.

박 의원은 “2014년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시절, 협상 파트너는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조윤선 청와대 정무수석이었다”며 “‘김영한 비망록’에 나오는 김 전 실장의 지시 사항을 직접 들은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당시 조윤선 수석에 전화를 하면 ‘실장님 연락이 안 된다’는 얘기만 되풀이했다”며 “이 때문에 ‘정무수석이 전화 교환수 역할’만 한다고 농담까지 한 적이 있다. 이완구 원내대표도 비망록 내용과 관련된 사안으로 김 전 실장에게 전화를 많이 했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또 세월호와 관련한 유언비어가 SNS상에서 유포된 것, 세월호 희생자들을 구하는 데 비용이 든다는 정보가 돌았던 것 등이 김 전 실장의 지시에 따라 이뤄진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 7일 오후 국회 청문회가 잠시 정회하자 회의장 밖으로 나갔다가 들어온 김기춘 전 실장이 방청석에 앉았다가 새누리당 이종구 의원과 낮은 목소리로 얘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실제 ‘김영한 비망록’ 2014년 8월23일치를 보면, 당시 김기춘 비서실장을 뜻하는 ‘장(長)’자와 “자살방조죄. 단식 생명 위해 행위. 단식을 만류해야지 부추길 일 X. 국민적 비난이 가해지도록 언론 지도. 생각 포기”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또 2014년 10월27일치에도 ‘장’자와 “세월호 인양-시신인양X, 정부책임, 부담”이라는 구절이 있는데, 이는 세월호 인양과 시신 수색이 계속되는 것에 정부가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김 전 실장은 오전에 이어 오후에도 “시신 인양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지시한 적은 없다”며 “도리어 시신 인양을 하지 않으면 정부에 부담이 된다는 취지로 발언했다”고 말했다.

김 전 실장은 “비망록에 ‘장’이라고 쓰여 있다고 모두 제 지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도 했다. 오전 청문회에서 “노트를 작성할 때 작성하는 사람의 주관적인 생각이나 회의 참여자 의견 등이 혼재했을 것”이라며 비망록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던 태도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김 전 실장이 문고리 3인방(정호성 전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 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에게 각종 사안을 보고하고 일처리를 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문고리 3인방에게 물어보고 일을 처리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7일 박근혜 게이트 국회 청문회에 출석해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