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제19대 대통령 선거는 2012년 제18대 대선과 사뭇 다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이후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가결돼 현재로선 정확한 대선 날짜조차 알 수 없다.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인용될 경우 조기대선이 실시돼 각 캠프에서는 선거 준비기간이 촉박해지며 차기 정권은 대통령인수위원회가 꾸려지지 못해 급하게 정권이 출범하는 문제도 발생한다. 이런 기술적인 것 뿐 아니라 내용면에서도 많은 차이가 있다.

양자구도 vs 다자구도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문재인 두 후보의 득표율을 합하면 99.5%에 달했다. 유래 없는 초박빙 양자대결로 1·2위 후보를 제외한 후보들의 득표율이 가장 낮은 선거였다. 사실상 박정희-노무현의 대리전 양상이 만들어지면서 선거가 치열해졌다. 이는 직선제 개헌이후 하락하던 투표율(13대 89.2%-14대 81.9%-15대 80.7%-16대 70.8%-17대 63%)이 18대 대선에서 75.8%로 반등한 사실에서도 발견된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 이후 처음으로 과반을 득표한 대통령이 탄생했고, 야권 진영도 역대 최다로 득표(문재인 후보 약 1469만표, 48%)했다.

▲ 2012년 대선 당시 주요 여론조사. 포털 다음 화면 갈무리
▲ 2012년 대선 당시 주요 여론조사. 포털 다음 화면 갈무리

직선제 개헌 이후 양자대결구도로 치러진 대선은 2012년과 2002년 대선 두 번 뿐이었다. 노무현 후보가 당선됐던 2002년 16대 대선에서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와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는 각각 48.9%, 46.6%를 득표했다.

나머지 대선은 유의미한 득표를 얻은 후보가 3명 이상이었다. 유의미한 득표는 선거비용 전액 환급 대상자로 15% 이상을 획득한 후보자를 기준으로 했다.

1987년 13대 대선은 노태우 민정당 36.6%(당선), 김영삼 통일민주당 28%, 김대중 평화민주당 27%, 1992년 14대 대선은 김영삼 민자당 42%(당선), 김대중 민주당 33.8%, 정주영 통일국민당 16.3%, 1997년 15대 대선은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40.3%(당선), 이회창 한나라당 38.7%, 이인제 국민신당 19.2%, 2007년 17대 대선은 이명박 한나라당 48.7%(당선),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26.1%, 이회창 무소속 15.1%를 각각 얻었다.

올해 치러질 대선 역시 다자구도가 예상되는데 특히 2007년 당시 여당(노무현 정권) 몰락으로 인해 이명박·박근혜·이회창 등 보수진영의 후보 일색이었던 16대 대선과 비슷하다. 여당인 새누리당(박근혜 정권)의 몰락과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불출마로 야권으로 관심의 추가 기울고 있다.

6일 한겨레와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지난 3~4일 리서치플러스에 의뢰해 실시한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 따르면 문재인 30.2%, 안희정 14.1%, 황교안 12.5%, 이재명 8.2%, 안철수 7.4%, 유승민 4.3%를 얻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보수진영에서 가장 높은 지지를 얻고 있지만 출마를 선언할 경우 권한대행직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다는 비판, 박근혜 정권 실정의 공동책임자라는 비판 등이 나와 본선 경쟁력을 갖추긴 힘들 전망이다.

김윤철 경희대 교수는 6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조기대선을 전제할 때)본선에 들어가면 민주진보 1강(문재인)-1중(안철수)-1약(보수후보) 정도의 3자구도가 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6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이번 대선은 여야나 보수-진보의 대결구도라는 지난 선거의 전선이 모호해진 게 가장 큰 특징”이라며 “굳이 나누자면 중도와 진보진영의 대결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중도후보로 안철수, 진보후보로 문재인이 유력한 가운데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이 후보를 1명 내면 3자구도, 2명 내면 4자구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극심한 세대갈등 완화 가능성

보수-진보진영 양자구도가 완화되면서 세대별 투표도 다소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 2012년 대선에서 다수 여론조사에서 60대 이상에서 박근혜-문재인 후보에 대해 70:30의 지지를 보냈고, 20대와 30대는 박근혜-문재인 후보에 대해 35:65 정도의 지지를 보내며 극명하게 갈렸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보수진영에 투표하던 5060세대의 표가 분산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2일 SBS가 칸타퍼블릭에 의뢰한 설 여론조사에 따르면 보수후보인 황 대행에 대한 5060세대(각각 13%, 22%) 지지가 높긴 하지만 황 대행의 출마가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5060세대의 표심이 표류할 가능성이 높다. 60대 이상에선 지지하는 후보가 없는 유권자가 이미 22.6%나 존재했다.

현재 문재인 후보에 대한 2030세대(각각 37%, 42%)지지가 높긴 하지만 문재인-안희정-이재명 등 야권후보가 선전하는 가운데에도 부동층이 가장 많은 연령대가 20대(24.8%)로 나타났다. 야권 유력후보들이 20대의 마음을 끌어당기지 못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2위 그룹인 안희정 충남지사가 한겨레 여론조사에서 50대에게 20.25%를 받았고, 심지어 60대이상 그룹에서는 10.8%를 얻어 문재인(9.8%)을 앞서는 등 5060세대에 확장성을 보이고 있다.

2012년 경제민주화 vs 2017년은?

2012년 대선 화두는 ‘경제민주화’였다. CEO대통령으로 불렸던 이명박 정권의 친기업정책이 경제 살리는데 실패하자 차기 정권에 양극화 해소가 절실하게 요구됐다. 보수진영 후보였던 박근혜 캠프에서 경제민주화 이슈를 선점하기 위해 김종인(현 민주당 의원)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영입했고, 기초노령연금 등 지지층에 걸맞은 복지정책도 공약으로 내놨다. 문재인 캠프에서도 “사람이 먼저다”라는 구호를 걸고 친서민정책을 내놨다.

▲ 2012년 대선 주요 공약. 포털 다음 화면 갈무리
▲ 2012년 대선 주요 공약. 포털 다음 화면 갈무리

2017년 현재 경제상황은 더 악화됐다. 2012년 963조에 달하던 가계부채는 2017년 1460조를 넘어섰다. 대내적으로 담배값 인상·전기 누진세 등 서민 경제에 악재는 끊이지 않았고, 대외적으로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 당선과 사드 배치로 수출 중소업계에 위험요소가 늘었다.

김윤철 교수는 “2012년에는 경제성장·안정 등 이익관련 정책이 주된 의제였다면 지금은 촛불민심에 의해 적폐청산·대한민국 재설계라고 하는 미래지향적인 부분으로 전환됐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경제민주화’에 대해 “지난 대선만 해도 주로 경제민주화에 대한 긍정적 이야기였는데 지금은 좀 더 구체적이고 실생활에 와 닿을 수 있는 근본적인 재설계를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면이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고 있는 판국이다. 최창렬 교수는 “아직 한국사회의 지향에 대한 논쟁이 안 돼 있고, 정치세력 간 쟁점의 축도 형성되지 않았다”며 “육아문제·워킹맘에 대한 주자들의 공약이 나오는 거 같긴 하지만 경제민주화처럼 큰 틀을 형성하는 수준은 아니”라고 말했다.

소통의 리더십 요구

2012년 대선과 요구되는 리더십의 형태는 비슷하다. 소통의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점은 공통점이다. 이명박 정권에 대해 ‘불도저’, ‘명박산성’ 등 별명이 생길 만큼 해당 정권의 키워드는 ‘불통’이었다. 2012년 대선에서도 소통의 리더십이 요구됐지만 실제 후보들의 모습은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 박근혜 대통령 당선 소식을 알리는 SBS
▲ 박근혜 대통령 당선 소식을 알리는 SBS

박근혜는 18년 독재정권의 퍼스트레이디를 하며 세상과 괴리된 생활을 했고, 이후 18년간 은둔생활을 하며 닫힌 생활을 했다. 그가 대통령이 돼서 나서 이런 성향은 더욱 문제가 됐고, 국민이 아닌 ‘비선실세’에 의해 국정이 운영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2012년 대선의 새 바람은 안철수였다. 청춘콘서트 등으로 소통의 아이콘처럼 등장했지만 안철수 역시 의사, IT개발자 등 혼자 지식을 쌓고 활동이 가능한 업무에 오래 종사했고, 실제 국회에 들어와서도 ‘간철수’라는 별명을 얻는 등 메시지 전달에 실패하는 모습을 보였다.

19대 대선에서 소통의 리더십은 더욱 절실하다. 중도-진보진영의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위해 소외된 보수진영의 국민들을 껴안을 필요가 있고,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이후 권력집중에 대한 거부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박 대통령 사례가 반면교사”라며 “민심과의 밀착성이 중요한 특징”이라고 말했다.

6일 국민일보·한국사회여론연구소 여론조사에서 안희정이 대선 주자 호감도에서 55.4%를 기록해 문재인(51.8%)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안희정의 비호감도는 37.6%로 최하위권이었다. 호감도는 지지도의 선행지수로 향후 지지율 확대 가능성을 추측할 수 있는 지표다. 안희정은 2일 중앙일보 설 민심 여론조사에서도 비호감도 최하위(46.2%)를 기록했다. 유연한 태도를 보이며 협치를 강조하는 안희정의 리더십이 주목을 받는다고 볼 수 있다.

문재인과 호남

문재인의 과제는 호남과의 관계개선이다. 이 역시 2012년 대선과 2017년 대선의 공통점이다. 현재 박근혜 대통령의 비서실장이 된 한광옥은 전북 전주 출신으로 김대중 정부에서 비서실장을 지냈지만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가 아닌 박근혜 캠프로 갔다. 15대 대선 김대중 후보 광주 지지율 97%, 16대 대선 노무현 후보 광주 지지율 95%, 18대 대선 문재인 후보 광주 지지율 92%로 지지율 하락 추세에 있고, 지난해 20대 총선에서 호남이 국민의당을 선택하고 민주당을 철저히 외면한 상황이다.

문재인의 부인 김정숙씨가 6개월째 광주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호남민심잡기에 주력하고 있고, 문재인 캠프는 지난 2일 김대중 정부 기획예산처 장관이었던 전윤철 전 감사원장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영입했다. 여론조사 기관 알앤써치가 지난 1일 공개한 정례조사에 따르면문재인은 전남·광주·전북에서 42.5%의 지지를 받아 독보적인 1위를 지켰다. 김 교수는 “지난 대선과 비교하면 문재인-호남이 우호적 관계를 보이며 호남의 문재인 지지강도가 높아지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여전히 노무현 그림자

문재인이 주변 ‘친노’인사를 줄이며 노무현의 색깔을 빼고 있지만 2017년 대선에서 야권은 여전히 노무현의 후광아래 있다. 문재인은 지난 4일 ‘대한민국이 묻는다’ 북 콘서트에서 가장 보고싶은 사람을 묻는 질문에 “노무현 대통령”이라고 말했고, 좋아하는 색깔은 노무현을 상징하는 노란색을 꼽았다. 인상깊은 영화로도 노무현을 떠올리는 ‘광해’와 ‘변호인’을 꼽았다. 문재인의 지지층 역시 ‘노무현의 친구’로 문재인을 이해했고, 우병우 전 민정수석을 문재인의 민정수석 시절과 비교하기도 했다.

2월 현재로선 본선보다 민주당 경선이 더 관심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1위 문재인 뿐 아니라 2위 안희정 역시 노무현의 사람이다. 노무현 양 날개 ‘좌희정 우광재’의 한축을 맡았던 최측근으로 최근 노무현의 ‘대연정’을 다시 언급하기도 했다. 안희정 캠프의 실무를 총괄하고 있는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은 ‘노무현의 필사’로 불렸던 인물이다.

일각에서는 ‘노무현-문재인-안희정’ 순으로 대통령을 해야한다는 주장까지 있다. 이에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런 식의 승계(?) 구도가 어떻게 비쳐질 일인지는 생각해볼 일”이라며 “한국 야당에서 ‘노무현 대통령 가문’이 대대로 대통령 자리를 이어가자는 것은 과욕”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 가문에는 속하지 않았어도 능력있는 다른 정치인들이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초자치단체장이지만 대선주자가 된 이재명은 노무현의 사람으로 불리진 않지만 노무현과 비슷한 개인서사를 가졌다. 소위 개천에서 용 난 케이스로 인권변호사 출신에 승부사적 기질과 전투적인 발언은 노무현과 이재명의 공통점이다. 이재명은 5일 봉하마을을 방문해 “노 대통령이 꿈꿨던 공평한 기회와 공정한 사회를 위해, 반칙과 특권이 없는 세상, 사람사는 세상을 위해 열심히 싸우겠다”고 말했다.

▲ 노무현 대통령이 2006년 11월28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최근의 정치상황에 대한 입장을 밝힌뒤 잠시 눈을 감고 있다 ⓒ연합뉴스
▲ 노무현 대통령이 2006년 11월28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최근의 정치상황에 대한 입장을 밝힌뒤 잠시 눈을 감고 있다 ⓒ연합뉴스

19대 대선 과제, 다당제와 지역주의

올해 대선이 2012년 대선과 달리 다자구도로 가면 다당제 하에서 어떤 정치가 펼쳐지는 지도 중요해진다. 최창렬 교수는 “연대나 협치를 얘기하는 배경에는 다당제가 있는데 다당제는 사회적 균열이나 시민사회 갈등을 반영할 때 의미가 있다”며 “지금은 선거공학적으로 다당제라 외피는 같다 하더라도 특정 이해관계가 과다 대표될 뿐”이라고 지적했다.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 역시 3일 동아일보와 인터뷰에서 “촛불이 제기했거나 잠재한 이슈와 현 정치권의 발언 사이에 굉장한 거리가 있다”며 “근본적 개혁을 함축하고 있는 촛불의 요구를 읽고 그에 대응하는 모습을 정치권에서 발견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지금 정당과 대권주자들이 제시하는 어젠다가 너무 평범하다”며 “(탄핵 인용 이후)대선 정국이 펼쳐지면 민심이 실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즉 최순실 국정농단 국면으로 보수진영의 위기로 촛불민심이 야권을 향했지만 야권이 민심의 요구를 외면한 채 이미지 경쟁에 집중할 경우 차기 정권 역시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할 수 있다.

지역주의는 2017년 대선에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과제로 남았다. 현실적으로는 지역구도가 전제된 상황에서 계층과 다양한 집단의 이해관계가 어느 정도 반영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반 전 총장이 충청권 주자로 각광을 받았고, 불출마로 인해 빠진 지지율이 안희정 지사에게 가는 현상이 발견된다.

제3지대론도 기존 여야 정당과 다른 지향을 갖는 게 아니라 비주류들이 개헌을 고리로 ‘합종연횡’하는 꼴에 가깝고, 이 과정에서 국민의당이 ‘호남 자민련’으로 전락하는 게 아니냐는 예측까지 나오고 있다. 최장집 교수는 “당장은 ‘중간 지대’가 누구를 대표하는지 정립이 안 돼 있다”고 우려했다.

여론조사 관련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nesdc.go.kr)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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