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가 오는 10일 사장 선거를 앞두고 있다. 유례없는 6파전 직선제다. 정영무 현 대표이사를 포함해 김종구 논설위원, 유강문 디지털미디어사업국장, 이병 주주서비스센터장 등 사내 인사 4명과 양상우 전 대표이사, 이봉수 전 시민편집인 등 사외 인사 2명이 나섰다.

6명이나 선거에 나선 까닭은 한겨레가 직면한 위기와 맞닿아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환경에서 비롯한 종이신문의 위기감이 후보들의 출사표에 묻어있다. 경영실적 악화, 콘텐츠 경쟁력 약화, 경직된 조직문화, 언론사 내 세대 갈등 등 한국 언론사가 안고 있는 고질적 문제들과 그에 대한 해법이 공약집에 담겨 있었다. 미디어오늘은 한겨레 사장 선거를 통해 2017년 신문사가 마주한 절체절명의 위기와 생존 전략이 무엇인지 모색해봤다.

▲ 오는 10일 한겨레 사장 선거가 치러진다. 한겨레 사옥에 6명의 후보 포스터가 부착돼 있다. 사진=김도연
▲ 한겨레 사장 선거가 10일 치러진다. 앞으로 3년 동안 한겨레 미래를 책임질 인사는 누구일까. 사진=김도연
최순실 게이트 ‘솔로홈런’ 한겨레

한겨레는 ‘신뢰도 1위’ 언론이라는 상징성이 있었다. 시사저널이 2014년 9월 공개한 설문조사를 보면, 한겨레는 KBS와 JTBC를 제치고 ‘가장 신뢰하는 언론 매체’ 1위(27.5%)를 차지했다. ‘가장 열독하는 언론 매체’ 부문에서도 1위(22.4%)에 올라 주목받았다.

하지만 최근 그 자리를 JTBC에 내주고 있다. 최순실 국면이 본격화하기 전인 2016년 9월 시사저널 여론조사에선 JTBC가 ‘가장 신뢰하는 언론매체’ 1순위로 꼽혔다. 한겨레는 KBS에 밀려 3위에 그쳤다. 영향력과 열독률 순위에서도 각각 7위와 4위에 불과했다. 미디어미래연구소가 2015년 12월 한국언론학회 회원 5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신뢰성에서 한겨레는 JTBC에 밀려 2위를 기록했다.

경향신문과의 경쟁에서 패배한 것도 뼈아프다. 후보들의 공약집에 따르면, 독자들을 대상으로 한 한국리서치(HRC) 열독률 조사에서 한겨레는 2015년 경향에 역전당했고, 2016년에는 그 격차가 더 벌어졌다. 양상우 후보는 이에 대해 “경향에 뒤지는 상황이 고착화되는 듯한 모습은 매우 충격적”이라고 밝힌 뒤, 최순실 특종에 대해선 “대특종의 에너지는 한겨레의 신문과 잡지, 인터넷, 텔레비전 등 매체들의 혁신과 질적 발전으로 전환되지 못하고 있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솔로 홈런’으로 끝나가고 있지 않은가”라고 평가했다.

유강문 후보는 “한겨레는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독립한 언론이기에, 신뢰도만은 어느 매체에도 뒤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이 있었다. 그것이 흔들리고 있는데, 1위를 되찾아야 한다”면서 타깃 독자를 대상으로 한 심층조사를 통한 독자 커뮤니케이션 전략 지원, 시민편집인을 통한 ‘팩트체킹’ 등을 신뢰도 회복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봉수 후보는 “언론사의 영향력은 사회를 움직이는 힘을 뜻할 뿐 아니라 광고 유치에 힘이 되는 언론사의 생존 조건”이라며 “열독률에서 경향에 뒤진 것은 진보의 가치보다는 정파의 논리를 대변하는 일부 논객에 대한 거부감이 구독 거부로 이어진 결과”라고 분석했다.

“진보 가치 훼손하는 칼럼이 문제”

후보들은 한겨레가 직면한 위기 타개법으로 주로 ‘콘텐츠 혁신’을 꼽았다. 독자를 충분히 만족시킬 수 있는 차별화한 콘텐츠가 확보돼야 신뢰도 회복은 물론, 경영 위기도 극복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SNS 모바일로 재편된 디지털 부문에서 한겨레가 시대에 부응하고 나아가 주도해야 한다는 의지가 여러 공약집에 가득했다.

정영무 후보는 “기자의 평가와 채용에서 디지털 역량을 중시하겠다”며 “디지털 퍼스트 철학을 바탕으로 다양한 디지털 실험을 장려하고, 연수와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디지털 전문 인재를 육성해나가겠다. 일부에게 일이 집중되는 일이 없도록 과감하게 업무를 분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종이신문 디자인에 대한 새로운 시도를 더하며 그래픽과 사진을 강화하겠다”면서 ‘읽는 신문에서 보는 신문으로의 진화’를 강조했다.

허핑턴포스트코리아 이사이기도 한 유강문 후보는 “편집국의 디지털 전환은 피할 수 없다. 디지털이 먼저고, 신문이 다음”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콘텐츠의 출발지와 종착지를 과감하게, 전면적으로 뒤집어야 한다”며 “온라인을 오프라인 앞에 둠으로써 ‘시간의 역전’을 해소하고, 콘텐츠가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진화하도록 추동하는 게 진정한 디지털 퍼스트”라고 설명했다.

한겨레가 지향하는 기치와 창간 정신(민주·민중·민족)을 재정립하고 승화(리포지셔닝)해야 한다는 의견도 흥미롭다. 양 후보는 “뉴스콘텐츠 작성, 에디팅, 게이트키핑, 어젠더 세팅 과정에서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작동하는 한겨레의 기치와 창간 정신이 현시점에서 뉴스 소비자와 우리 사회의 요구를 얼마나 제대로 구현하고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테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제국주의 일본의 조선 강점’이라는 민족주의적 시각에서 바라보는 것을 넘어 ‘보편인권-보편여성인권’ 문제에서 접근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포털과 SNS 등 뉴스 유통 플랫폼이 언론사의 목줄을 쥔 현실에 대해 “포털을 상대로 한 신문매체의 ‘제값받기’ 전면전을 이끄는 등 미디어 환경 변화에 선도적으로 대응하는 사업 전략을 실행할 것”이라고 했다.

한겨레의 기존 콘텐츠에 가장 날선 비판을 가한 인물은 이봉수 후보다. 이 후보는 “한겨레 시민편집인 시절 정치 기사에 정파성과 지역성, 그리고 보수성까지 끼어들어 진보의 가치를 훼손하는 것을 걱정하는 칼럼들을 꽤 썼는데 수용되지 않았다”며 “어떤 기사에는 진보 성향으로 보이는 독자들이 수백 개 악성댓글을 달기도 했는데 그런 기사를 계속 내보낸다면 독자 감소는 필연이다. 한겨레는 팬을 만들기 전에 적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대표적으로 ‘최순실 게이트’로 구속기소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을 ‘경제민주화론자’로 평가한 과거 한겨레 칼럼을 예로 들었다. 이 후보는 “지금 와서 한겨레는 박근혜의 국정농단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사설 제목으로 ‘대통령의 몰락 방조한 안종범 같은 간신들’이라고 비판한다”며 “안종범은 ‘뉴라이트싱크넷’과 ‘바른사회시민회의’ 등 우익단체에서 활동했고 자유기업원의 ‘자유주의 칼럼니스트’로 활동했는데 어떻게 ‘경제민주화론자’로 볼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한 신문에 나타난 상반된 인물 평가가 매체의 정체성을 훼손한다는 지적이다. 

이 후보는 △적절한 선발 절차를 갖춘 내외부 필진 확보와 오피니언면 강화 △미디어비평을 위한 미디어면 확충 △의제설정을 위한 ‘진보의제검토위원회’(가칭) 설치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 한겨레TV의 ‘김어준의 파파이스’ 사진=한겨레TV
▲ 한겨레TV의 ‘김어준의 파파이스’ 사진=한겨레TV

“진보 방송은 시대의 요구”

공약집에서 눈길을 끄는 건 한겨레의 방송사업 진출이었다. 한겨레는 한겨레TV의 ‘김어준의 파파이스’와 ‘더 정치’ 등 기존 콘텐츠가 있지만 전반적으로 오마이뉴스의 오마이TV 콘텐츠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오마이뉴스는 ‘진보종편만들기’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인력을 대거 보강했다.

김종구 후보는 ‘한겨레TV 9시뉴스’ 편성을 공약으로 내걸고, 한겨레TV 구독자 100만 명 달성을 1차 목표로 내걸었다. 현재 한겨레TV 유튜브 구독자는 20만 명 수준으로 오마이TV 구독자 16만6000명보다 앞서 있다. 김 후보는 △한겨레신문 주요 톱기사 데일리(생방송) 편성 △한겨레 전문 기사의 영상 콘텐츠 편성 △1일 30분 시사·정치 생방송 프로그램 편성 등을 계획하고 있다.

유 후보는 “진보 방송은 시대의 요구이고 한겨레의 방송 진출은 필요하다”면서도 “방송 진출을 위해 넘어야 하는 벽이 너무 높지만 포기할 수는 없다. 한겨레의 방송 진출에 용이한 환경이 조성될 가능성도 높다”고 전망했다. 그는 취임 뒤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진보방송 추진위원회를 구성할 것이라고 밝히고 종편과 뉴스전문채널의 지난 5년을 벤치마킹하겠다고 말했다. “동시에 진보 진영의 다양한 방송 역량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는 일에 나서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이병 후보는 ‘한겨레 제2사옥 구축’이라는 제안을 던졌다. 그는 한겨레 제2사옥 안에 미디어 플랫폼을 구축하자고 말했다. 방송정보통신 분야의 중소기업들과 콘텐츠 제작 프로그램 프로바이더(PP) 등을 묶어 한겨레의 미디어 건물 속에 플랫폼을 구축하자는 것이다. 그의 개념은 팟캐스트 플랫폼 ‘팟빵’을 생각해보면 조금 쉽게 이해된다. 

현재 팟빵은 콘텐츠 제작자들에게 방송을 위한 시설과 장비 등 하드웨어를 지원하고 이를 온라인에서 보관·유통시키는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 또 콘텐츠와 광고주를 연결시켜 광고를 제작하고 이를 게시·배포하고 있다. 팟빵을 매개로 콘텐츠가 생산되고 소비·유통되며 부가가치가 창출되고 있다. “한겨레가 제2사옥을 통해 콘텐츠 시장을 형성하고 그속에서 제작·유통·교환·협업이 이루어지도록 정책적인 지원을 끌어들이는 창구 역할을 맡는다면 입주기업과 한겨레 쌍방에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 위치한 한겨레신문 사옥. 사진=차현아 기자
▲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 위치한 한겨레신문 사옥. 사진=차현아 기자
대기업 의존 광고 어떻게 탈피하나

한겨레도 재벌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 민주정책연구원이 2015년 11월 경제개혁연구소에 의뢰해 조사한 ‘4대 재벌의 언론사 광고 지배력 분석’ 보고서를 보면, 유력 일간지 8곳 가운데 4대 재벌(삼성·현대차·LG·SK) 광고 비중이 가장 높은 언론사는 한겨레였다. 한겨레 총매출은 2014년 812억, 2015년 822억에 비춰 2016년 797억에 그쳤다.

후보들은 과거 경험이나 이력을 통한 해법을 내세웠다. 김 후보는 광고영업과 관련해 “대표이사의 명성과 신뢰도, 무게감 등을 어떻게 영업으로 활용해 적극적, 주도적으로 뛰느냐에 성패가 달려 있다”며 “취재에도 고공 취재가 필요하듯이 광고영업에서도 ‘성층권 영업’이 필요하다. 특히 기업 오너와의 직접 면담을 통한 광고영업의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고 밝혔다. “대표이사의 개인기가 요청되는 대목”인 만큼 자신의 기자 자산을 적극 활용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이봉수 후보도 LG와 풍산 등 재벌기업 근무 경력과 경제기자와 경제부장으로서의 전문성을 내세웠다. 정영무 후보는 “보수와 진보를 막론한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한겨레의 존재 가치를 분명하게 보여줬다”고 자평한 뒤 “주요 광고주들에게 매체 영향력과 신뢰도에 상응하는 값을 당당하게 요구하겠다. 이를 통해 광고 매출 500억 원 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자신의 재임 기간 쌓아온 신뢰와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보다 적극적으로 영업을 하겠다는 것이다.

양 후보는 변형광고와 네이티브 광고 도입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양 후보는 “우리는 이제 광고와 관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고민해야 한다”며 “간헐적으로 시험해왔던 다양한 형태의 변형광고나 돌출광고 등에 대해서도 좀 더 솔직한 자세로 검토해야 할 때가 왔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방송에도 PPL이 도입되는데 “신문만 고답적인 준거에 사로잡힐 수는 없다”는 것이다.

▲ 한겨레신문 소유구조 원그래프. 사진=미디어오늘
▲ 한겨레신문 소유구조 원그래프. 사진=미디어오늘
당파성 조장 선거 달라질까

지배구조 논의도 주목할 만하다. 사내 민주주의와 편집권 독립과 직결되는 문제로서 지배구조는 언론계의 화두였다. KBS‧MBC 양대 공영방송 구성원들이 청와대의 낙하산 사장 선임 방지를 위해 방송법 개정안 등에 사활을 거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그러나 기자들이 사장을 직접 뽑는 한겨레에서도 사내 민주주의를 포함한 조직 문화에 적지 않은 문제가 있었다. 후보자들의 공약집을 보면, 후보자간 공약 베끼기, 난무하는 공약,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줄서기, 사내 계파로 갈라진 조직 등이 직선제가 지닌 한계로 꼽힌다. 

김종구 후보는 “직선제를 통한 대표이사 선출 방식은 당파성과 배타성 조장, 승자독식, 패거리 문화, 냉소와 비협조 등 폐해가 이루 말할 수 없이 많다”고 지적했다. 김 후보는 전직 한겨레 사장, 노동조합, 우리사주조합, 주주, 미디어산업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인사들로 ‘CEO 승계위원회’를 구성한 뒤 사장 응모자를 상대로 서류심사와 심층면접을 진행할 것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직선제 전에 한차례 검증 절차를 두겠다는 것이다. 승계위원회가 선정한 후보보다 자신이 더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후보나 승계위원회에서 탈락한 후보도 출마할 수 있도록 하면 직선제와 지명제의 장점을 살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양상우 후보는 선거 2개월 전 예비후보 등록과 정책 발표 중심의 선거 운동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공개적이고 공식적인 활동이 가능해진다면 밥과 술을 위주로 한 낡은 방식의 사전 선거 운동, 상대방을 공격하고 근거 없는 소문을 퍼뜨리는 구태에 새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병 후보는 “따로 공약을 내진 않았지만 사장 선출 방식에 대한 중의를 모을 것”이라며 “거기에서 나온 논의들을 과감하게 수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봉수 후보는 “우리사주조합만의 리그,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라 오픈 프라이머리 등으로 일반 주주도 경영진 선출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는 선출되지 않았으면서도 선출된 권력보다 더 큰 권한을 휘두르는 언론재벌과 대비해 한겨레 위상을 한껏 끌어올려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겨레 젊은 구성원들 “적어도 회계 분석은 할 줄 아는 사람이 사장해야”
한겨레 노조, 10년차 이하 구성원 100명 설문…“정파로 뭉친 몇몇 그룹만의 선거” 지적도

2017년 사장 선거를 목전에 둔 한겨레 젊은 구성원들의 생각은 어떨까.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겨레신문지부(지부장 최성진)가 지난달 25~30일 만 10년차 이하 구성원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복수응답 200개 중 71개 답변에서 한겨레의 가장 큰 문제로 ‘경영 무능’이 지적됐다. 구성원 100명에게 문항마다 두 가지씩 답변을 요구한 결과다.

차기 사장이 갖춰야 할 자질을 묻는 질문에도 ‘경영 능력’이라는 답변(200개 복수응답 가운데 128개)이 가장 많았다. 아울러 다음 사장이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에 대해서도 108개 답변이 비전 제시와 경영 안정 등 ‘지속가능경영 해법 제시’였다.

언론노조 한겨레지부는 7일 “최근 한겨레는 JTBC에 신뢰도가, 경향신문에 열독률이 밀리는 전례 없는 매체 영향력 위기를 맞고 있다”며 “미디어 환경에서 생존할 비전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7년 만에 처음으로 영업적자까지 겹치자, 비전과 경영 능력을 갖춘 사장에 대한 요구가 절박하게 분출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겨레지부가 7일 발행한 노보 한소리.
▲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겨레지부가 7일 발행한 노보 한소리.

한겨레지부에 따르면, 경영직군의 한 구성원은 “지난 3년간 무위의 경영을 타개할 만한 내실있는 경영 전략이 필요하고, 연말 ‘삼성 앵벌이’ 경영 말고 경영 전략을 다각화할 능력이 있는 대표이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영직군 구성원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는 기획력과 추진력이 필요하다”며 “누가 하자니까 하는 돈만 낭비하는 신규 사업 말고 제대로 된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편집국 막내급 기자는 “대표이사의 리더십은 ‘사장’이 아닌 부장·과장·대리·사원의 입장에서 업무를 구체적으로 이해할 때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기자 출신 사장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한 기자는 “기본적인 재무제표 및 회계 분석은 할 줄 아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며 “경영을 아는 건 기자적인 마인드랑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자 중에 사장이 될 필요는 없다”고도 했다.

10년차 이하 기자들은 이번 선거에 대해 ‘깜깜이 선거’라고 평가했다. 언론노조 한겨레지부가 사장 선출제도의 문제점을 주관식으로 물은 결과, ‘깜깜이 선거’(21명), ‘무능한 후보 난립’(18명), ‘파벌 싸움’(9명), ‘짧은 임기’(9명), ‘직원 직선제’(8명), ‘인기투표’(5명), ‘사내갈등 조장’(5명), ‘밥 선거운동’(3명) 등의 의견 순이었다.

한 기자는 “선거제도의 문제라기보다 사람의 문제가 큰 듯하다”며 “대표이사가 될 만한 자질과 능력을 갖춘 이가 더 이상 이 조직에 없다는 게 한겨레의 현주소”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구성원은 “선거를 인기투표처럼 하다보니 아무 능력도 검증되지 않은 사람이 당선될 수 있다. 후보자를 제한하는 최소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후보 자격 기준 강화’, ‘후보 등록 전 사직서 제출’, ‘공탁금’ 등을 대안으로 언급했다.

사장 선거가 파벌을 조장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구성원은 “정책과 비전을 가지고 겨루는 자리가 아니라 정파와 이해관계로 뭉친 몇몇 그룹들이 서로의 세 싸움을 통해 자리 나눠먹기식 선거를 치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언론노조 한겨레지부는 “특정 계파나 라인과 관계없는 후배에겐 대표이사 선거가 3년마다 한번씩 자리를 놓고 쪼개지는 ‘선배들끼리의 파벌 선거’로 비치기도 한다”며 “공식 후보 등록 전 ‘자기들끼리 자리를 놓고 빅딜하는 게 불편하다’는 후배도 많았다”고 지적했다. 

“임기를 늘려야 한다”거나 “국민 주주 기반의 선출제도”와 “사장 후보 추천위원회” “사장의 인사·경영권 독식 개선” 등 다른 선출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주목할 만하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