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성남시장이 자신의 책인 ‘굽은 팔’ 출판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정국 구상과 자신의 소신을 펼쳐놓았다. 민주당 내 대권 주자 2위 자리를 안희정 충남도지사에게 뺏긴 형국에서 잠시 중도적 안정감을 꾀하려는 방향 전환이 눈에 띈다. 다만 향후에도 특유의 사이다 행보를 통해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낼 것으로 분석된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8일 오전 서울 중구 환경재단 레이첼 카슨홀에서 ‘굽은 팔’ 출간기념회를 열었다. 이 책은 이재명 성남시장이 학교에 다니지 못하고 소년공으로 보냈던 시절부터 어려운 환경에서 성장했던 이야기와 함께, △최태욱 한림대 교수 △이해영 한신대 교수 △백일 울산과학대 유통경영과 교수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 등과 함께했던 ‘해와 달’이라는 이름의 공부모임에서의 발제와 토론 내용을 담았다.

이해영 한신대 교수는 이날 출간 기념회에서 “당시 이재명 시장님과 ‘중도 확장’에 대해 중도라는 건 없다는 내용을 중심으로 토론했던 기억이 난다”며 “이재명 시장은 그때 현실 선거에서는 좌와 우가 아니라 아래와 위로 흔들린다고 말했다. 이 말을 듣고 현장을 오래 뛰어본 선거 전문가로서 (이재명 시장의) 현실 감각은 놀랍다”고 술회했다.

이재명 시장은 선거판이 아래와 위로 흔들린다는 내용에 대해 “선거 결과는 지지층이 이동한 것이 아니라 대체로 고정된다. 이 지지층들이 이번에 한번 해보자고 참여의식이 높으면 그 집단이 선거에서 이긴다. 반대로 상대 진영의 정권 교체의지와 열의가 높으면 그쪽 진영이 많이 움직여 이긴다. 보수 진영을 지지하다가 진보 진영으로 이동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 이재명 성남시장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최순실게이트 특검 연장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 이재명 성남시장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최순실게이트 특검 연장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이재명 성남시장은 민주당 내 경선 후보 2위를 다투고 있는 안희정 충남도지사에 비해 중도적인 색채가 약하고 야권 성향이 선명하다. 안 지사는 어르신 등을 위한 선별 복지 전략과 노동유연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재벌 개혁도 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해야 한다는 다소 보수적인 발언을 통해 중도 진영을 노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이에 비해 촛불 정국에서 강하게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주장하고 재벌개혁과 친일기득권 청산 등에 강한 목소리를 내며 ‘사이다’라고 불렸다. 탄핵 국면이 길어지고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이 불출마를 선언한 시점 이후 중도 지지층이 일부 안희정 충남도지사를 지지하는 것으로 분석되면서 안희정 충남도지사에 지지율에서 밀리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이재명 시장 캠프 내에서도 중도 진영으로의 확장을 고심하며 강렬한 단어 사용을 자제할 계획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성남시장 측 한 관계자는 “적폐청산이라는 용어가 국민에게 깊게 잘 안 와닿는다는 얘기가 있어 메시지를 낼 때 강한 단어들은 좀 거르고 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 유승희 의원과 김병욱 의원도 8일 이재명 성남시장 캠프에 합류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두 의원의 영입을 통해 이재명 시장 측은 향후 행보에서 중도개혁 이미지와 안정감을 꾀할 것으로 풀이된다. 아직 영입 인사가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당내 뿐만아니라 여러 전문가 집단 영입을 통해 캠프 기반을 탄탄히 다지는 작업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당내 손학규계로 분류됐던 김병욱 의원 측 한 관계자는 "이재명 성남시장 측에서 요청이 왔고, 성남시장 선거 당시 선거본부장으로 활동했던 친분이 있어 캠프에 합류하게 됐다"며 "국회 내 교문위 활동을 바탕으로 한 교육과 문화 분야 정책을 자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재명 성남시장이 정치에 발을 담그게 된 계기나 인생 역정, 성향 등을 고려해볼 때 결국은 자신만의 선명성을 내건 대권 행보를 버리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성남시장이 이 책에 담긴 공부모임을 전문가들과 진행했던 것은 2015년이다. 지금의 이재명 성남시장의 공약은 이러한 공부모임과 성남시정 경험 등을 통해 갈고 닦아진 것으로 봐야 한다. 당장 지지율 답보를 극복하기 위해 이재명 특유의 선명함을 꺾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이재명 시장은 자신의 책에서도 진보와 보수로 프레임을 나누기보다 자신만의 일관된 가치를 내세우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8일 오후 국회 기자회견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저에 대한) 국민들의 열기나 지지는 별로 큰 변화를 못 느끼고 있다”며 “여론조사는 소극적 응답층의 반응에 불과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현재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이 늦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특검 수사 기간 연장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국민의 분노가 또 한번 폭발하는 국면이 돌아오면 다시 선명한 야권 주자인 이재명 성남시장에 기회가 돌아올 수 있다. 이 시장이 7일에는 헌재 앞에서, 8일에는 국회에서 헌재의 빠른 심리와 특검 수사기간 연장을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연 것도 이 시장의 발빠른 이슈 대응으로 풀이된다.

이 시장은 8일 “촛불집회에는 저번주에도 참석했고 이번주에도 당연히 갈 것”이라며 “국민들 사이에 촛불혁명이 실패로 돌아갈지 모르고 탄핵 기각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고 답했다. 만약 헌법재판소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기각될 경우에 대한 질문에는 “박근혜 대통령 퇴진 투쟁으로 총력을 모아야 한다. 제가 촛불집회에 나설 당시 가장 처음, 모든걸 버리고 나선 것처럼 (그때에도) 모든걸 버리고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이재명 시장캠프의 선거본부에는 세월호 유가족과 청소노동자 등도 참여한다. 이재명 시장 측 정성호 의원은 “우리 사회의 적폐로 피해봤던 분들과 약자들, 양극화 피해자들이 참여해 그 분들을 중심으로 선거본부를 꾸리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재명 시장의 대변인을 맡고 있는 제윤경 의원도 “스타성에 의존하거나 중도 진영의 표심을 너무 의식해 인재 영입하다 삐걱거리는 얘기들이 (타 캠프에서) 나온다. 이재명 캠프에는 ‘무수저’와 ‘흙수저’ 등이 몸소 겪었던 것을 문제제기 하는 내용을 담아서 진짜 이 나라의 숨은 영웅이라는 마음으로 인재를 영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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