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마감된 공영방송 MBC 차기 사장 공모에 권재홍 MBC 부사장을 비롯해 백종문 미래전략본부장과 김장겸 보도본부장 등 MBC 본사 임원들과 관계사 사장 등 최종 14명이 지원했다.

이 중 상당수는 지난 2010년 김재철 전 MBC 사장 시절부터 소위 ‘김재철 라인’으로 분류돼 승진과 자리 보전을 거듭하며 노동조합 탄압에 앞장섰다는 비판을 받은 인사들이어서 MBC 구성원들의 반발은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 3일부터 13일까지 MBC 차기 사장에 공모에 지원한 이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먼저 MBC 본사에선 권재홍 부사장과 백종문·김장겸 본부장, 김동효 매체전략국 부국장(급)이 사장 후보에 지원했다.

이중 백종문 본부장은 지난해 1월 최민희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MBC 녹취록’의 장본인으로 13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지난해 국정감사 증인 출석 요구에 불응한 그를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고발하기도 했다.

환노위는 백 본부장을 오는 24일 열리는 ‘MBC 노조탄압 청문회’ 증인으로도 채택하면서 “‘증거 없이 해고’, ‘지역 차별 채용’ 등 사용자의 불법 행위를 스스로 실토한 ‘백종문 녹취록’의 당사자이자 MBC 인사노무관리 담당 임원으로 안광한 사장의 지시를 받아 부당노동행위를 기획, 실행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월25일자 뉴스타파 보도 “MBC 고위간부의 밀담, ‘그 둘은 증거없이 잘랐다’” 갈무리.
지난해 1월25일자 뉴스타파 보도 “MBC 고위간부의 밀담, ‘그 둘은 증거없이 잘랐다’” 갈무리.
권재홍 부사장은 지난 2012년 전국언론노동조합 MBC 본부의 ‘공정방송’ 파업 당시 보도본부장으로서 이른바 ‘허리우드 액션’으로 유명하다.

MBC 뉴스데스크는 2012년 5월17일 권재홍 앵커가 노조원들의 퇴근 저지를 받는 과정에서 허리 등 신체 일부에 충격을 받았다고 보도했는데, 실제 노조원들과 권 부사장 사이에 직접적인 신체적 접촉이 없었음이 법원에서 인정돼 반론보도를 하게 됐다.

권 부사장과 함께 170일 MBC 파업 이후 노조가 발표한 ‘공정말살 7인’ 명단에 오른 간부들은 황헌 논설위원(전 보도국장), 김장겸 보도본부장, 김상철 감사(전 논설위원), 최기화 보도국장 박용찬 시사제작국장, 문호철 정치부장 등이다.

지난 2012년 5월16일 MBC 뉴스데스크 갈무리.
지난 2012년 5월16일 MBC 뉴스데스크 갈무리.
이번에 사장 공모에 지원한 김장겸 본부장은 김재철 전 사장 취임 이후 2년4개월 동안 정치부장을 맡았다. 김재철의 후임 김종국 전 사장 때는 보도국장으로, 안광한 사장 때 보도본부장으로 승진을 거듭했다.

김 본부장은 MBC 170일 파업의 도화선이 된 MBC 기자협회 제작거부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당시 노조는 성명에서 김 본부장에 대해 “170일 파업을 야기한 장본인이지만 편파 보도의 공로를 인정받아 김재철 체제에서 정치부장만 벌써 2년 가까이 하고 있다”며 “그 사이 MBC의 명예는 끝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본부장은 또 세월호 참사 이후 MBC 보도국 편집회의에서 세월호 유족들에 대해 “완전 깡패네”라는 등 비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져 비난을 받았다. 당시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김장겸 당시 보도국장은 구조를 재촉하는 유가족을 겨냥해 “(정부 관계자의) 무전기를 빼앗아 물에 뛰어들라고 할 수준이면 국가가 아프리카 수준”이라고도 했다.

▲ 지난 2012년 12월4일 서울 여의도 MBC 방송센터 입구에서 김장겸 당시 정치부장이 대선TV토론 참석을 위해 방문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맞이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지난 2012년 12월4일 서울 여의도 MBC 방송센터 입구에서 김장겸 당시 정치부장이 대선TV토론 참석을 위해 방문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맞이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MBC 관계사 임원중엔 △전영배 MBC C&I 사장 △윤길용 울산MBC 사장 △정경수 MBCNET 사장 △문철호 부산MBC 사장 △심원택 MBC 아카데미 사장 △황용구 경남MBC 사장 △이용석 충북 MBC 사장이 응모했다.

이중 전영배·문철호 사장도 MBC 파업 당시 각각 보도본부장과 보도국장을 지냈던 인물이다. MBC 기자협회는 제작거부에 들어가기 전 이들에 대한 불신임 투표 돌입을 선언하고 뉴스 파행의 책임을 지고 사퇴할 것을 요구했다. 이후 박성호 기자협회장은 해고됐다.

MBC ‘PD수첩’ 탄압에 앞장섰던 윤길용 사장은 시사교양국장 시절 ‘검사와 스폰서’, ‘4대강 수심 6m의 비밀’ 등을 연출한 최승호 PD 등을 ‘PD수첩’ 밖으로 몰아냈다. 최근엔 지역 사장으로 있으면서 업무추진비 외 법인카드를 수시로 부적절하게 사용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권재홍 부사장의 ‘허리우드’ 왜곡 보도 당시 보도국장이었던 황용구 사장도 지난해 12월 지역MBC 사장 인사권을 가진 안광한 사장과 본사 임원, 방문진 이사들에게 사과 상자를 보냈다가 청탁금지법 관련 문제가 제기되자 반환 조치하고 사과까지 한 것으로 밝혀졌다. 황 사장은 지난달 ‘경위서 동영상’에 참여한 경남MBC 기자들에게 경위서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정경수 사장은 김재철 전 사장의 비서실장으로 글로벌사업본부장을 거쳐 일방적인 통폐합으로 논란이 됐던 경남MBC 사장을 지냈다. 이용석 사장도 김재철 사장 때 글로벌사업본부장이 됐다.

▲ MBC를국민의품으로!공동대책위원회와 언론단체비상시국회의는 지난 7일 방송문화진흥회가 위치한 서울 여의도 율촌빌딩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과 여당 추천 이사들은 공영방송 MBC를 박근혜 정권의 대변자로 전락시킨 방송 농단의 주범”이라며 차기 MBC 사장 선출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MBC를국민의품으로!공동대책위원회와 언론단체비상시국회의는 지난 7일 방송문화진흥회가 위치한 서울 여의도 율촌빌딩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과 여당 추천 이사들은 공영방송 MBC를 박근혜 정권의 대변자로 전락시킨 방송 농단의 주범”이라며 차기 MBC 사장 선출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MBC 외부 인사 중에는 △정준 전 제주MBC 사장 △이상로 전 MBC 편성부국장 △윤정식 전 OBS 사장이 차기 사장 공모에 지원서를 냈다.

특히 이번 MBC 사장 공모 지원자들 상당수는 국회 환노위 청문회에 증인으로 채택된 사람들이어서 이들의 ‘후안무치’와 사장 선임을 강행하는 방송문화진흥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언론노조 MBC본부 관계자는 14일 “사장에 지원한 사람들이 모두 MBC 몰락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할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구성원들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 사람들 가운데 사장이 나온다면 MBC는 더 추락할 게 불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MBC를국민의품으로!공동대책위원회도 이날 논평을 통해 “이번 사장 공모에 응한 자들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MBC 사장 후보자들인지, MBC의 언론장악 부역자 명단인지 구분조차 하기 어렵다”며 이들을 가리켜 “이명박부터 박근혜 정권에 이르기까지 MBC의 공정성을 파괴하고 단체협약과 노조법을 위반, 파업을 유발한 장본인들이자 후배 언론인들을 해고하고 부당 전보한 가해자들”이라고 질타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