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광고대행사 선정과정에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기획조정 수석의 선정 압력 전화가 있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안종범 전 수석의 힘으로 KT 특혜 채용이 있었다는 것도 당사자가 시인했다.  KT에 입사한 첫날 안 전 수석에게 폐를 끼치는 일이 없게 하겠다는 문자메시지까지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안 전 수석이 황창규 KT 회장 뿐 아니라 KT 담당 전무에까지 직접 전화를 걸었다는 증언이 나온 것도 처음이다.

이동수 전 KT IMC본부장(전무)는 8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김세윤 부장판사) 주재로 열린 차은택(구속기소) 전 민관합동 창조경제추진단장의 직권남용 혐의 등 사건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증언했다.

이 전 전무는 2015년 1월경 KT 구현모 부사장과 두차례 만나 인사 제의를 받고 입사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자신의 KT 전무 입사 첫 날인 2015년 2월16일 10시26분에 안종범 전 수석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첫 출근입니다…폐끼치지 않겠습니다”라는 내용을 보낸 증거자료를 검찰이 제시했다. 이를 두고 이 전 전무는 “내 출근이 결정됐고, 차(은택) 감독이 우리 회장(황창규)을 알아서가 아니라 누구 도움일까 했을 때 ‘안종범 전 수석이 힘 써줬다’고 해서 안 전 수석에게 감사하다고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그랬더니 안 전 수석이 답신 문자를 보냈다는 것. 감사 문자 답신으로 안 전 수석이 ‘창조경제 KT가 성공하도록 도와주세요’라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게 맞느냐는 검사 신문에 이 전 전무는 “예 그렇다”고 답했다.

▲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16차 변론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16차 변론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또한 이 전 전무는 자신이 입사할 당시 KT에 정기인사가 마무리된 상태여서 인사수요 없었다는 사실을 입사한 뒤에 알았다고 말했다. KT가 정기인사도 아닌 상태에서 영입할 필요 없지 않았느냐는 검사 신문에 이 전 전무는 “지나놓고 보면 그렇다. 저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인정했다.

최순실씨와 차은택씨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플레이그라운드라는 광고회사를 KT의 광고대행사로 선정하는 과정에 대해 이 전 전무는 당시 KT 회장 비서실장과 안종범 전 수석의 압력 전화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검사 : “김인회 KT 비서실장으로부터 ‘BH 지시인데 플레이그라운드를 광고대행사로 선정하라’고 들었느냐”

=증인(이동수 전 KT 전무) : “예”

-검사 : “안종범 수석도 전화해서 선정하라고 했다고 하는데 맞느냐”

=증인(이동수) : “예”

-검사 : “증인이 ‘위에서 얘기 있는데 반드시 선정하라고 하는데 절차에 문제 없도록 하라’고 지시했나요”

=증인(이동수) : “예”

-검사 : “5회이상 광고 제작을 해야하는데도 신설법인이기 때문에 이 같은 조건 충족 못해 2016년 선정기준에서 수행 기준을 삭제한 것도 맞나요”

=증인(이동수) : “예”

-검사 : “안종범 수석의 압력으로 선정기준까지 바꿨다는 말인가요”

=증인(이동수) : “예”

-검사 : “지원 회사로부터 크리덴셜을 제출받는데, 플레이그라운드에 문제가 있었나요”

=증인(이동수) : “나중에 알았는데 김홍탁 대표가 전에 다른 회사에 냈던 것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검사 : “하자가 있는 ‘플레이그라운드’를 선정했는데, 당시 기준과 제출서류를 근거로 다시 심사한다면 플레이그라운드가 탈락되는 게 명확하다고 하는데 맞나요”

=증인(이동수) : “예”

-검사 : “(그런데도 선정한 것은) 안종범 수석의 압력 때문이라는 것인가요”

=증인(이동수) : “예”

이와 관련해 이 전 전무는 KT 비서실장, 안종범으로부터 인터피지(플레이그라운드의 개명 후 상호)를 넣어야 한다고 듣고 난뒤 신혜성이나 부하직원에 광고대행사로 넣어야 한다고 전파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전파한 사람은 신혜성 상무와 홍재상 광고팀장이었다고 이 전 전무는 설명했다. “인터피지를 넣으라는 오더 받은 무렵에 두명에게 광고대행사로 인터피지(플레이그라운드) 넣어야 한다고 얘기했다는 것이냐”는 신문에 그는 “그렇다”고 답했다.

이 같은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자 이 전 전무는 2016년 7~8월 플레이그라운드에 대한 광고발주 일체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그러자 플레이그라운드의 김성현 팀장과 차은택씨가 찾아와 항의했다고 증언했다.

최순실씨와 차은택씨가 자신을 KT에 채용해 광고담당자에까지 기용하기 위해 안종범 청와대 수석까지 전화한 이유에 대해 이 전 전무는 “채용 당시엔 제가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고 봤지만 지금 지나서 보니 제가 모르는 그림 들이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자신도 모르는 그림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는 말이 뭐냐는 변호인 신문에 이 전 전무는 “처음에는 차은택씨 추천으로 입사해 열심히 일했고, (조사받으러) 검찰에 갈 때까지 부지런히 일했는데, 사건이 언론이 터지니 ‘이러려고 내가 여기 온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결론적으로 플레이그라운드를 KT 광고대행사로 선정하도록 요청한 이는 누구냐는 검사 신문에 “최순실이나 대통령이죠”라고 말했다.

▲ 이동수 전 KT 전무가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광고감독 차은택 씨 속행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이동수 전 KT 전무가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광고감독 차은택 씨 속행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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