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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부터 불꽃 튄 김기춘 재판, 실황은 이랬다

[현장] 공소장 전면 부인·사사건건 어깃장… ‘사자후’ 터트린 특검보… 김기춘 측 “특검이 정치적 주장”

2017년 03월 15일(수)
손가영 기자 ya@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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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춘 재판'에서 또 한 차례 불꽃이 튀었다. 변호인단은 공소장 단어 하나까지 잡아내면서 특검의 공소가 오류라고 주장했고 특검은 사자후를 토하는 기세로 변호인단의 맹점을 공격했다. 재판부가 "변론은 변론기일에 가서 하자"고 제지할 정도로 날이 선 공방전이 펼쳐졌다.

15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황병헌 부장판사)의 심리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 피고인 4인의 제2회 공판준비기일이 진행됐다.

이날 공판준비기일은 범죄 여부가 본격적으로 다퉈지는 '공판기일'을 방불케 했다. 특검과 김 전 실장 변호인단이 1시간 30여 분 동안 의견 다툼을 이어갔다. 공판준비기일은 쟁점사항을 정리하고 증거조사방법에 관해 논의하는 자리로 통상적으로 검사와 피고인 측 간 치열한 다툼은 벌어지지 않는다.

검사석엔 이용복 특검보, 양석조·문지석 파견검사가 자리했고 이들 뒤편에 특별수사관 3명이 착석했다. 피고인 중엔 김상률 전 청와대 교문수석 및 김소영 전 청와대 교육문화체육 비서관이 법정에 출석했다.

▲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지난 1월22일 특검 사무실에 소환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지난 1월22일 특검 사무실에 소환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ROUND 1 : "파견검사·특별수사관 나가라"

양 측은 '파견검사 공소유지' 논쟁부터 시작했다. 김 전 실장 변호인단의 이상원 변호사는 "상당히 많은 과거 특검 사례가 있는데 파견검사가 심리 참여한 예는 없었다. 이 사건 특검법만 유독 파견검사에게 공소유지 줬다고 볼 수밖에 없다"면서 "파견검사가 특검보보다 우월한 지위라는 건데, 지휘를 받는 입장에서 특검과 동등한 권한을 가지는 게 어불성설"이라 밝혔다. 파견검사의 권한을 확대해석하면 파견검사가 특검법상 특검보다 제한된 권한을 갖는 특검보보다 우월해진다는 논리다.

검사석에서 오른손으로 입을 가린 채 불편한 기색이 엿보였던 이용복 특검보는 "특검법을 검토 안한 결과 아니냐"고 반론의 운을 뗐다. 특검법상 수사 및 공소제기 여부, 공소유지는 특검의 직무·권한이고 특검은 직무수행에 필요한 경우 대검찰청 등 관계기관에 공무원 파견을 포함한 각종 지원을 요청할 수 있다.

이 특검보는 국가공무원법 등 관련 규정에도 국가기관의 장은 공적 업무 관련 필요 시 소속 공무원을 일정 기간 파견할 수 있게 돼 있다며 "특검은 공소기간 중 공소 유지를 하는 국가기관으로 파견 검사가 공소유지를 할 수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김 전 실장 측 변호인은 곧장 일어나 "그렇다면 외무부에 파견된 공무원은 대사·영사 등과 권한을 똑같이 가지니 여러 가지 외교 활동을 할 수 있다는 논리로 비약된다"며 "(이 특검보 주장은) 오히려 파견검사의 공판 관여 배제 사유가 아니냐"고 반박했다.

재판부가 논란을 정리했다. 황병헌 부장판사는 "특검법에 이견의 여지가 있다는 건 인정되지만 법 해석상 파견검사 공판 유지가 가능한 것으로 해석하고 허용한다"고 밝혔다.

곧바로 '특별수사관의 검사석 배석' 다툼이 이어졌다. 변호인단이 검사석 뒤편에 앉은 특별수사관 3명이 '파견변호사'인 점을 들며 재판부가 검사석 착석을 허용하면 안 된다고 지적한 것이다.

김 전 실장 변호인이 '예규'를 강조하자마자 양석조 검사가 벌떡 일어나 "그럼 사법부 예규를 적시하고 말씀하시죠"라고 반박했다.

이 과정에서 김 전 실장 변호인단이 김소영 전 비서관 변호인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김 전 비서관 변호인은 김 전 실장 및 조 전 장관, 김 전 교문수석 변호인단이 재판부 쪽 변호사석을 모두 차지하고 있어 불가피하게 방청석 쪽 간이 책상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

김 전 비서관 측 변호인은 "현재 진행 논의가 실체적 진실과 무관한 아주 지루한 논의가 되는 것에 유감을 표한다"면서 "(수사기록이) 즉시 제시되고 법관 면전에서 실체적 진실이 발견되는 조사가 공판 중심주의에 맞게 진행되길 바란다"며 반박했다. 특별수사관의 착석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취지다.

오히려 그는 김 전 실장 측을 향해 "공판에서 주력할 분을 제외한 변호사는 뒤에 나와야 하지 않느냐. 다른 변호인에 피해를 주는 등 예의 문제가 있다"면서 "질서유지권 이야기하느니 오히려 예의를 갖추는 법정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ROUND 2 : "블랙리스트는 이념 균형 정책 집행, 사직강요는 인사권 행사"

김 전 실장 측은 특검의 공소장 내용부터 정당성을 모두 부인하고 있다. 크게 △공소장에 '범죄사실'이 특정되지 않은 점 △블랙리스트는 범죄가 아니라 이념·권한에 따른 정책 집행인 점 △사직강요는 직권남용이 아니라 인사권 행사라는 점 등이다.

▲ SBS가 단독보도한 '문화계 블랙리스트' 명단 확인 뉴스 캡쳐.
▲ SBS가 단독보도한 '문화계 블랙리스트' 명단 확인 뉴스 캡쳐.

특히 김 전 실장 측은 특검이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지 못하고 의견에 기초에 공소제기를 했다"면서 "오히려 특검이 정파적 편가르기를 하고 있다"고 특검 측을 공격했다.

김 전 실장 측 변호인은 "비서실장은 대통령을 보좌하는 정무직 공무원이다. 수석비서관은 대통령의 수석비서관이고 비서실장 비서관이 아니며, 엄밀히 말하면 비서실장의 지시를 받는 관계가 아니"라며 "참고인을 조사해도 피고인(김기춘)의 직접 지시가 안 드러나니 참고인의 의견을 몰아 순차공모라는 성립하기 어려운 법리를 적용했다"고 비판했다.

또한 양석조 검사가 블랙리스트는 '이념에 따른 정책 집행'이 아니라 '정파적 편가르기'에 불과했다고 지적한 데 대해 변호인은 "(김 전 실장은) 진보를 완전 배제한 적 없고 진보와 보수의 균형을 유지하라 지시한 것"이라며 "'편가르기 주장'은 지원배제 명단에 있는 개인·단체가 특정 정파 속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기에, 특검의 주장이 오히려 정치적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양 검사는 앞서 "피고인이 주장하는 좌우이념은 명목에 불과하고 실제로는 정파적 편가르기에 불과하다“면서 특검의 공소사실은 "자유민주국가에서 상상할 수 없는 편가르기·검열 지시가 있었는지, 검열이 국가 최고권력기관에 의해 자행됐는지, 검열이 사전에 행해졌는지" 등에 관한 것이라 밝혔다. 양 검사는 공소사실에 포함된 블랙리스트 사유로 '세월호 시국선언', '특정 정치인 지지 선언', '5·18 관련 창작물', '특정 정치인 풍자 공연', '세월호 소재 공연', '세월호 다큐 제작', 'CJ 투자 영화 제작', 'CJ 투자 영화 출연', 특정 언론사 추진 사항 및 활동, '대운하반대', '시민학교 강사', '세월호 참사를 다룬 출판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 '역사교과서 반대' 등을 열거했다.

김 전 실장 측 변호인은 "역대 정권에서 범죄가 안 된 것을 박근혜 정권에서만 문제된다고 하는 것"이라며 "특검이 범죄가 안 되는 동종 사실을 두고 불이익을 받았다는 사람 편에 서 그들의 의견으로 주장하는 것이다. 오히려 특검이 편가르기를 하고 있고 중립성 의무를 위반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같은 피고인이지만 이들과 정반대의 주장을 하는 측도 있다. 김소영 전 비서관은 특검이 특정한 공소사실에 이의가 없다는 입장이다.

ROUND 3 : 이용복 특검보의 사자후

김 전 실장 측 변호인단의 집요한 문제제기 끝에 이용복 특검보는 '사자후'를 토했다. 양석조 검사가 "변호인 주장은 본건 소송 심리를 지연시키기 위한 주장에 불과하다"고 재판부에 밝힌 직후였다.

▲ 이용복 특검보가 특검 마지막날인 지난 2월28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특검 사무실에 출근을 하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 이용복 특검보가 특검 마지막날인 지난 2월28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 출근을 하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이 사건은 시스템의 문제다. 국가 최고 지도자가 '이렇게 생각하는데 어떠세요'라고 말하면 밑에서 어떻게 실천하지 않을 수 있나. 구체적으로 '이거, 이거 배제해라' '이거 하지 마라' 이렇게 말하는 최고지도자는 없다. '문화계가 좌편향돼있다. 이것 좀 잘못된 거 아니에요? 시정해보세요'라고 말하면 시정할 방법을 찾는 게 공무원이다. 장관, 차관, 일선 공무원, 쭉 내려가면서 구체화된다. 안 따라오면 어떻게 될까? 안 따라오면 이 사람에게 불이익, 나가야 한다. 공무원, 행정부처 공무원의 업무 수행 1차 목표는 대통령 지시사항이다. 그 다음이 비서실장 지시사항이다. 청와대 지시사항이 제일 우선사항이다. 비서실장이 '누구, 누구, 걔 괜찮아 안 괜찮아' 이렇게 지시 안 한다. '원로들이 문화계 너무 좌편향돼있다 하는데 시정하세요. 지원이 안 가게 하세요' 이게 다다. 그걸 (혐의가) 특정이 안됐다고 하면 (말 끊김)"

이 특검보는 구어체와 손짓을 써가며 긴 반론을 제기했다. 김 전 실장 변호인 측이 김 전 실장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관계 공무원을 협박했는지를 반문한 뒤였다.

김 전 실장 측의 주요 변론 전략 중 하나가 '구체성'이다. 변호인단은 김 전 실장이 직권을 남용하고 관계 공무원을 협박했다면 특검이 구체적 행위를 낱낱이 적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구체적 협박 행위가 드러나지 않는다면 범죄로 성립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김 전 실장 측은 박근혜씨, 최순실씨, 김 전 실장 간 '블랙리스트 순차 공모'에 대해서도 언제, 어디서, 어떻게 공모했는지가 드러나지 않으면 공모로 볼 수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ROUND 4 : 빈곤층 복지 제도와 '블랙리스트'가 같다?

한편 '정치적 편가르기'를 둘러싼 궤변도 나왔다. 김 전 실장 변호인은 블랙리스트를 '정치적 편가르기'로 볼 수 있다면 빈곤층을 위한 정책 집행 또한 '정치적 편가르기'의 일환이라고 주장했다.

예를 들면 국립대학 성적 우수자 장학금 기준을 가정형편이 어려운 사람 우선 지급으로 변경했을 경우, 이를 정치적으로 해석하면 생계 영위가 어려운 빈곤층이 그 당시 정부의 주요 지지층이기에 그들을 위한 장학금 정책을 펼쳤다는 논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상원 변호사는 이에 더해 "공공임대주택 분양 기준을 소득이 아니라 결혼, 자녀수로 바꾸는 것도 생각할 수 있는 정책"이라며 "정치적으로 해석하면 빈곤층은 (정부를) 지지 안했으니 배제하고, 생산력을 늘릴 수 있는, 기업·보수진영에 유리한 정책을 편다는 논리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전 실장 변호인단은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훼손한 블랙리스트를 사회적 재분배 정책과 동일하게 취급하는 오류를 저질렀다. 블랙리스트는 정부 비판적 견해를 가진 집단에게 손해를 주고 그렇지 않은 집단에게 이익을 줌으로써 예술계의 사상·양심의 자유까지 침해한 행위다.

공공임대주택 제도의 경우는 경제적 불평등 완화가 우선이라면 빈곤층에게 더 많은 분양권을 할당하게 되고 육아·청년정책 강화 등이 우선이라면 가구 수나 결혼을 분양 우선 기준에 놓을 수 있다. 사회 문제 해결, 분배정의 개선 등을 위한 주택 정책 설계다.

변호인단은 '일부 집단에게 경제적 이익을 더 준다'는 형식 논리에 갇혀 블랙리스트와 공공임대주택 제도를 같은 선상에 놓았다. 블랙리스트가 범죄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하는 데 집중해 오류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재판부는 공판준비기일을 1회 더 열기로 했다. 김기춘 전 실장 등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 피고인 4인의 제3회 공판준비기일은 오는 21일 오전 11시 서울중앙지법 중법정 311호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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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의 의견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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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주 2017-03-15 23:34:00    
도대체 넌 매번 기사 쓸때 좌편향 시각으로만 쓰는지 물어 보고 싶다.
공정성을 요구하지 않겠으나
최소한 기자 양반 ...
기자 때려치우고 전라도 당에 들어가서 비서 자리 하나 하면 딱 맞을 수준이네...불상한 인가....
6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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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우거샌슨 2017-03-15 17:55:20    
저 더러운 넘들은 시간 질질 끌면서 증거될만 한 건 다 없애놓고
법대로 하잔다...
정말 더럽다 못해 추악하기까지 하다
사람이 얼마나 추악해질 수 있는지 보려면
우리나라 정치인들 보면 된다...염병...
175.***.***.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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