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을 기다리며 지켜봤다. 지난 10일 대통령 탄핵이 인용된 날 태극기 집회에서 발생한 한 70대 노인의 죽음,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과 그 당 ‘태극기 의원’ 들이 책임 있는 성명을 하나라도 내길 말이다. 자유한국당은 “고인의 명복을 빈다” “경찰은 사망원인 철저히 조사하라”고 말했을 뿐이다. 태극기 집회 선동가 김진태·조원진 의원도 마찬가지였다.

사고는 태극기 집회의 흥분이 끝을 모르고 가열되던 도중인 오후 12시25분 경 발생했다. 30여 분 전 헌법재판소 행진을 시작한 집회 참가자들이 경찰버스를 몰아 경찰차벽을 부수고 각종 철제기구로 경찰버스 문을 때려 부순 후였다. “계엄령 선포해” “경찰 꺼져” “나가자” 등의 구호가 난무하는 가운데 ‘쿵’ 소리가 울려퍼졌다. 소리가 난 곳으로 순식간에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널브러진 철제 스피커 옆에 노인이 쓰러져 있었다. 그의 머리에서 피가 멈추지 않고 계속 흘러나와 주변 차도까지 피가 흘렀다.

목격자는 “나는 재빨리 피했지만 이 분이 못 피해서 맞아서 쓰러졌다”고 말했다. 행진 공간엔 흥분에 찬 사람들이 빼곡히 들어 차 있었고 신분을 숨긴 기자들도 많았다. 굳이 희생된 노인이 아니라 누구라도 간발의 차이로 다칠 수 있었다는 말이다.

이날 집회에서는 순식간에 경찰력이 빠져버렸기 때문에 공권력과 집회 참여자 간의 충돌도, 강경진압도 없었다. 순전히 ‘흥분의 도가니가 된 집회’에서 벌어진 사고일 수밖에 없었다는 뜻이다.

▲ 친박탄핵반대시민들이 차벽을 넘어 헌재방향으로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친박탄핵반대시민들이 차벽을 넘어 헌재방향으로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책임은 경찰버스를 ‘탈취’해 차벽을 들이 받은 ‘용의자’ 정모씨(65)가 질 것으로 보인다. 그가 차벽을 들이받을 때 차벽 뒤에 있던 소음관리차량에 충격이 전해져 스피커 나사가 풀렸기 때문이다. 정씨는 사고가 난지 5시간 만에 체포됐다. 경찰은 이와 함께 정광용 박사모 회장도 ‘선동’ 혐의로 내사 중이다.

그러나 책임이 이들에게만 있을까. 자유한국당은 사법적 책임과 별개로 도의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자유한국당은 태극기 집회를 확산시키기 위해 선동을 주도해왔을 뿐더러 집회 당일에도 조직적으로 무대에 올랐다.

“청와대 쳐들어갑니다. 청와대 갈 사람은 조원진 의원을 따라가세요” 집회 당일 경찰 차벽을 넘는 시도가 시작된 후 집회 주최측이 소리 친 내용이다. 조원진 의원은 이날 오전 탄기국 집회 무대에 올라 “깨끗한 대통령을 탄핵시키고자 하는 악의 무리는 쫓아내야 한다”면서 “탄핵 각하” “박 대통령님 힘내십시오” “국회 해산” 등을 선창하며 흥분을 독려하기도 했다.

자유한국당 의원을 포함해 완주·무진지역 자유한국당 위원장 등 당 관계자들은 오전부터 ‘탄핵 불복’ 선동 구호를 외쳐 놓고 탄핵 인용 후엔 모습을 감췄다. 집회가 소요사태 수준으로 번지는 동안 “찌라시 방송 죽여” “돌격! 돌격!” “헌재 우리 손으로 없앤다” “차벽을 넘자” “차벽을 안 열면 피를 볼 것이다” 등 위협적인 발언이 무대에서 끊임없이 나왔으나 이를 제대로 제지하는 지도자는 없었다.

이들이 탄기국에 적극적으로 결합한 이유는 ‘머릿 수의 정치적 힘’을 이용하기 위해서였다. 탄핵 반대 집회 규모가 커지면 커질 수록 탄핵 반대 주장에 힘을 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김진태 의원 또한 탄기국 집회에 대부분 참석하는 등 자유한국당의 태극기 집회 선동가 역할을 맡아왔다. 같은 당 친박의원 윤상현·박대출·이인제 의원 등도 집회에 참여해 탄핵 반대시민들을 독려했다.

▲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3월6일 국회 정론관에서 특검의 수사결과 발표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민중의소리
▲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3월6일 국회 정론관에서 특검의 수사결과 발표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민중의소리

이런 이들이 탄핵 반대를 외친 한 노인의 사망에 ‘경찰의 책임’이라는 답만 내놓고 있다. 친박 세력의 계획과 선동, 지시에 따라 노인이 행진 대열에 뛰어든 것임에도 이들은 어떤 책임있는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보수성향의 유투브 방송채널 ‘애국채널snsTV’ 영상에는 조 의원이 당일 사회를 본 정미홍 전 KBS아나운서에게 ‘잠재우라’는 손동작으로 메세지만 전달하고 무대 뒤로 빠지는 모습이 포착됐다. 집회에서 찍힌 그의 마지막 모습이다. 지지자의 사망에도 비겁한 태도만 취할 뿐인 친박 지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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