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인양 후 수색 작업을 위해 선체를 절단하기로 한 해양수산부의 결정에 대해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 절단해서는 안된다는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는 23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선체가 좌측으로 눕혀진 채로 인양돼 수습과 수색에 어려움이 있다해도 절단을 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조사 원인 규명 차원에서 본체를 훼손해서는 안된다”며 “어떤 류의 인위적인 해체가 있어서는 안된다. 사고원인과 관련해 뭔가 껄끄럽거나 숨기려는 것이 없다면 있는 그대로 보존해서 조사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수의 구멍을 뚫은 것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140개의 구멍을 뚫은 것으로 알려진 데 대해 이 대표는 “그렇게나 많은 구멍을 뚫을 이유가 있었는지 의문”이라며 “잔존유를 뽑을 목적이라고 해도 연료 탱크 하나당 많아야 4개 정도 뚫으면 되는데, 140개이면 연료탱크가 대체 몇 개라는 것인가. 말이 안된다”라고 날했다. 이 대표는 “지금 인양 방법으로 들어올릴 때엔 화물을 가볍게 하는 것 역시 의미가 없다”며 “화물칸에서 뭔가를 꺼내야 할 목적이 아니라면 구멍을 뚫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인양이 3년이나 걸린 문제와 관련해 이 대표는 “인양 방식부터 힘든 방식을 택했기 때문인 것 같다”며 “보통 배를 이렇게 건지진 않는다. (이렇게 세월호 좌현 아래에) 스탠드를 넣어서 올리는 방식은 목선과 같은 고대 유물을 건질 때 혹시 부서질 까봐 스탠드를 넣어 올리는 것인데, 왜 이를 선택했는지 모르겠다. 돈과 시간이 많이 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통상 와이어(체인)를 선체 밑에 넣고 배를 바로 세운 뒤 들어올리면서 수면에 올라왔을 때 물을 퍼내면서 무게를 줄이는 것이 면서 하는 것이 일반적인 방식이라는 것이다.

이 대표는 “그러나 이번처럼 측면상태로 올리면 물을 빼기가 어렵다”며 “유실을 막겠다는 목적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이미 구조 초기부터 유리창을 깨고 시신을 수습하려 하는등 유실확률이 컸다. 유실을 막는다는 것 자체가 큰 실익이 없다”고 말했다. ‘미수습 가족들 입장에서 시간이나 비용을 더 들여서라도 안전하게 선체를 보존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반론에 대해 이 대표는 “선체가 저렇게 누워있는 상태에서는 수색하기도 더 어렵다”며 “기어가서 바닥의 문을 들어올리거나 위쪽의 문을 내리거나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신도 더 안전할지 여부에 대해 별 차이가 없다”며 “방식 면에서도 지금 하는 것이 결코 더 낫다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런 방식이어도 3년이나 걸릴 이유가 있었는지에 대해 이 대표는 “해상 날씨가 협조하지 않았다고 공식적으로 얘기할 수 있을 지는 모르겠다”며 “하지만 3년이나 인양하지 못할 정도로 해상 날씨가 악조건은 아니었다. 상식적으로 3년 동안 매일같이 바람이 불고 계속 파도가 쳤다는 것이냐.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아마도 이 인양 방식을 택했을 때 장비 제작 부터 시간이 소요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색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이 대표는 “매달리거나 사다리를 놓고 해야 할 것”이라며 “장애물이 많아 수색 작업도 쉽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 사진=조현호기자
▲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 사진=조현호기자
구조 작업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이 대표는 강조했다. 이 대표는 “초기 구조는 전혀 하지 않았다”며 “못해서 안한건지 하지 못하게 해서 안한 것인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비판했다. 그는 “정상적인 사고방식 하에서 사고상황을 맞았다면 누구든지 배가 전복돼 침몰하는 과정에 누구든지 바로 들어가려 했을 것”이라며 “그러나 사흘간 뭘했나. 해경이 자신도 안들어갔으면서 민간잠수사도 못들어가게 했다. 배가 떠있을 때 사람이 살아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면 당연히 들어가야 한다. 옆에 해상크레인도 있었지만 줄이라도 걸 수 있었는데 아무것도 안했다”고 지적했다.

탈출 지시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이 대표는 “배가 5도만 기울어져도 심각하다고 느낄 정도이기 때문에 10도와 15도 기울어지는 것은 엄청나다”며 “이 때 이미 사람들을 선실 바깥으로 내몰았어야 한다. 이를 안했다는 것은 뭔가 통제하려했다는 것 아니냐”라고 반문했다.

구조 실패 책임과 관련해 이 대표는 “구조실패를 넘어 구조부재, 나아게 민간잠수사 구조를 막은 구조방해에 대한 책임 소재도 확실히 밝혀야 한다”며 “구조지휘체계에 있는 사람들은 전혀 책임을 묻지 않았는데,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침몰원인과 관련해 이 대표는 “나는 기본적으로 침몰원인을 침수라고 본다”며 “침수가 처음엔 제어할 수 있을 정도의 규모라고 판단했으나 이를 막을 수 없을 정도로 들어와 침몰에 이르렀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는 “침수의 원인은 외부 충격으로 인한 선저 파공 가능성을 보려면 선저 좌현을 확인해야 하며, 이밖에도 씨체스트(Sea Chest:메인엔진 냉각을 위해 물이 들고 나는 구멍)에서 메인엔진으로 연결되는 파이프(주기냉각수인입파이프)의 배관이 손상 또는 부식으로 파공이 발생했을 경우 급격히 물이 기관실로 유입했을 수 있으므로 이 가능성도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무엇보다 급변침에 의한 침몰설은 말이 안된다”며 “이건 천안함 사건이 어뢰라고 주장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급변침한다고 배가 넘어가지 않는다. 다만 침수상태에서는 더 많이 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지영 감독의 앵커설에 대해 이 대표는 “앵커를 실제로 사용했는지에 대해 조사하면 된다”며 “끌린 앵커와 사용하지 않은 앵커는 틀리다. 특히 세월호의 경우 앵커를 내려 놓는 배가 아니기 때문이다. 앵커의 플루크(갈고리처럼 휘어진 부분) 앞에 녹이 슬어있는지를 확인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오는 26일 천안함 7주기를 맞아 이 대표는 “희생자들이 아직도 용사로서 억울한 죽음을 원통해하고 있을 것”이라며 “사건원인을 밝혀서 희생자들의 진짜 명예를 찾아줘야 한다. 세월호 희생자 만큼이나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천안함 정부 발표내용은 믿을 것이 하나도 없다”며 “반드시 재조사를 해야 한다. 다만 다음 정부에서 재조사할지 확신도 들지 않아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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