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편성채널 재승인 심사 결과 ‘탈락점수’를 받은 TV조선이 ‘조건부 재승인’을 받아 생명이 연장됐다. 재승인 조건이 까다롭게 부과됐지만 ‘봐주기 심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4일 오전 과천정부청사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TV조선·채널A·JTBC 재승인 심사 결과 TV조선이 재승인 합격선인 650점을 넘지 못한 625점을 받았지만 3년 ‘조건부 재승인’을 의결했다. 앞서 미디어오늘이 TV조선이 합격 점수를 받지 못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채널A는 턱걸이 점수인 661점을 받았고, JTBC는 731점을 받아 다른 사업자와 격차가 컸다. 종편4사 중 보도채널에서 전환된 MBN은 승인 시점이 달라 오는 11월 재승인 심사를 받게 된다.

방통위는 총평으로 “TV조선은 오보막말편파 방송으로 인한 심의제재 건수가 월등히 많음에도 원인을 찾고 개선방안 마련하려는 의지 부족하다”면서 “보도 편중이 심해 프로그램 다양성이 보장되지 못한다. 2015년 이후 흑자로 전환됐으나 콘텐츠 투자 실적이 타사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며 향후 5년간 계획도 매우 소극적으로 제시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방통위는 “TV조선이 청문회 때 ‘추가개선계획’을 제출하고 이행의지를 보인 점과 청문주재자 의견, 시청권 보호 측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면서 “재승인을 바로 거부하기보다는 한차례 기회를 주되, 사업계획 및 추가개선계획의 이행을 담보하기 위한 재승인 조건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 디자인=이우림 기자.
▲ 디자인=이우림 기자.

방통위에 따르면 TV조선은 22일 청문회에서 △시사프로그램 축소 △조화로운 편성 △진행자-출연자 관리 및 제재 강화 △콘텐츠 투자 확대 등을 제시하며 “올해 새롭게 태어나는 원년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이 점을 ‘의지’가 있다고 본 것이다.

턱걸이로 합격점수를 받은 채널A에 관해 방통위는 “오보막말편파 심의조치 건수가 비교적으로 많고 관련 이행 실적도 저조하나 향후 실행계획은 평가할 만하다”면서 “편성 편중이 심하므로 관련 장르 프로그램을 전체 방송시간의 33.3% 이내로 제한할 필요 있다”고 밝혔다.

반면 방통위는 JTBC 총평으로 “공적책임과 공정성 확보를 위한 실적과 계획이 우수하며 보도 프로그램 품질 제고에 노력하는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보도, 교양, 오락 프로그램의 편성이 타사에 비해 균형이 있다고 판단된다. 콘텐츠 투자 실적 및 향후 계획을 볼 때 과감하고 적극적인 콘텐츠 개발 의지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며 대조적인 평가를 내놨다.

TV조선은 재승인 조건으로 △TV조선이 제출한 ‘방송 품격제고 계획’(생방송 시사프로 축소, 1개 프로그램이 1년 이내에 법정 제재를 3회 이상 받으면 프로그램 폐지, 타 종편에서 제재를 받은 진행자 및 출연자 출연 배제)을 준수할 것 △법정제재를 매년 4건 이하로 줄일 것 △객관적이고 투명한 검증기구를 구성해 운영할 것

△법정제재가 진행자 및 출연자로 인해 이뤄진 경우 해당 진행자 및 출연자의 모든 프로그램 출연정치 조치를 취할 것 △보도, 교양, 오락 등 다양한 방송분야가 조화를 이루도록 편성하고 뉴스, 탐사보도, 시사논평, 토론대담장르 프로그램을 합산해 계획한 비율(32.6%) 이내로 편성할 것 △연도별 콘텐츠 투자계획을 준수할 것 등이다.

이 중 품격제고 계획 이행과 법정제재, 진행자 및 출연자 교체 조치, 장르별 비율 준수 등 조건에서 위반행위가 발생하면 방통위가 시정명령을 내리게 된다. 통상적으로 이행실적은 1년에 한번 점검하지만 TV조선의 경우 시정명령을 받은 항목은 1년이 아닌 6개월 단위로 점검을 받는다. 재점검 때도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업무정지’를 내리고, 또 위반하면 ‘청문 절차 거쳐 승인 취소’가 된다.

방통위는 그동안 편성비율을 관리할 때 ‘시사보도 프로그램’이라고 구분했는데, 이번에는 ‘뉴스, 탐사보도, 시사논평, 토론대담장르’로 분류했다. 장르의 경계가 모호한 상황에서 시사프로그램을 오락이나 예능, 교양 프로그램으로 분류해 편성 비율 제재를 피하려는 ‘꼼수’에 대한 대응조치다.

방통위는 이 같은 ‘재승인 조건안’을 합의로 통과시켰다. 야당 추천 김재홍 부위원장은 “많은 토론과 논의 있었다”면서 “이번 결과가 합의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야당 추천 고삼석 상임위원은 “TV조선의 재승인을 불허해야 한다고 생각해왔다”면서 “그러나 방통위는 5인이 논의하는 합의제 기구다. 과정을 존중하고 결과를 받아들이겠다. 찬성하는 게 아니라 합의된 내용이라 반대하지 않는다는 소극적인 입장”이라고 말했다.

제목 없음-1.jpg

고삼석 상임위원은 “TV조선은 650점에 훨씬 못 미치는 625점으로 심사위원 평가결과 이 점수를 준 것은 ‘사업자 자격 박탈’의사를 명백히 밝힌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재승인 불허를 받아도 한 번 더 기회를 줘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데 지난 심사에서 한차례 기회를 줬지만 오보·막말·편파방송이 늘고 보도프로그램이 늘었다”고 지적했다.

여당 추천(구 여권) 김석진 상임위원은 “공통적으로 종편은 방송의 품격이 떨어진다. 특히 오보, 막말, 편파방송에 대한 시청자 의견이 3만2000여건 접수됐다. 종편 모두가 겸허하게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어느 방송은 시사대담토론 프로그램이 많지는 않지만 메인뉴스에서 한쪽으로 편중된 입장을 계속 내보냈다”면서 JTBC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방통위가 합의제 기구이기 때문에 재승인 조건에 대한 평가의 ‘관건’은 점검을 하는 방송통신위원회와 심의제재를 내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구성에 달려 있다. 올해 상반기 방통위원(정부여당3: 야당2), 방통심의위원(정부여당6: 야당3)을 새로 선임하게 되는데 민주당 집권 가능성이 높아 종편 입장에서는 위기를 넘겼다고 해서 안심하기 힘들다.

시민사회에서는 ‘봐주기 재승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24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부정 재승인”이라고 평가하며 “이전에 비해 조건이 까다로워졌고, 야당 위원이 퇴장해도 여당 단독으로 의결할 수 있다보니 합의를 한 건 알겠지만 결과가 최선인지는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1년 후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그 다음 6개월 후에 영업정지 등의 절차를 거치게 되면 아무리 못해도 최소한 1년 반 이상 버틸 수 있어 실효성이 있다고 보기 힘들다”면서 “앞으로 잘하라는 건 지금까지의 문제들을 눈 감아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채널A와 TV조선은 3년 재승인을 받았고, JTBC는 오는 11월까지 재승인을 받아 3년8개월 동안 방송을 할 수 있다. 이는 11월 재승인을 받는 MBN이 단독심사를 받지 않고 다른 종편과 함께 심사를 받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종편 재승인은 3~5년 기간으로 할 수 있다. 김재홍 부위원장은 “JTBC는 TV조선보다 100점 이상 높고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 인센티브를 주는 차원”이라고 밝혔다.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브리핑에서 ‘봐주기’라는 지적에 관해 “OBS도 1년 재허가가 아니라 3년 재허가를 받고, 1년 이후 실적을 점검해 위반되면 박탈하는 절차를 거치게 했다”면서 “이전에는 없던 재승인 조건을 최초로 부과했다. 이행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