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 쓴 자는 필패한다. 안철수 후보가 얼마 전에 대선후보 중에 유일하게 안경 안 쓴 사람이 자신이라고 했다.”

“학벌 징크스도 있다. 흙수저 학벌이 보통 금수저 학벌을 쭉 이겨왔다. 목포상고 출신 김대중, 부산상고 출신 노무현, 동지상고 출신 이명박. 이번엔 검정고시 출신이 두 명(안희정‧이재명) 있어 민주당 경선이 위험하다.”

차명진 전 새누리당 의원이 MBN ‘판도라’(3월30일 방송분)에 출연해 한 말이다. ‘안경 징크스’, ‘학벌 징크스’ 등 근거 없는 주장을 내세웠다. 근거없는 주장들의 공통점은 ‘특정 후보 깎아내리기’였다.

MBN ‘판도라’는 JTBC의 ‘썰전’, 채널A의 ‘외부자들’처럼 요즘 대세로 평가받고 있는 '정치예능'을 표방한 프로그램이다. 포맷은 토크쇼 형태의 예능이지만 정치나 시사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썰전’에서의 유시민 작가 역할을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이, 전원책 변호사의 역할을 차명진 전 의원이 하는 식이다. 그러나 JTBC ‘썰전’과는 달리 이들의 대화는 ‘감정 싸움’으로 번지는 경우가 많다.

▲ MBN '판도라' 예고편.
▲ MBN '판도라' 출연진.
지난달 30일 ‘판도라’에서 차 전 의원은 ‘문재인 대세론은 위험하다’는 주장을 펼쳤고 이에 패널인 정청래 전 의원과 감정싸움을 벌였다. 이들의 싸움은 다음과 같은 식이다.

정청래 의원: “반문정서는 정치공학, 언론공학의 결과”
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 (정청래 씨를 향해) “친문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어”
차명진 전 새누리당 의원: “원래부터 친문인데, 저게 바로 패권주의다”
정청래 전 의원: “패권의 의미를 아세요?”
사회자 배철수: “싸우지 마시라.”

이외에도 차명진 전 의원은 정두언 전 의원에게 “평론가는 사람의 마음속에 들어가지 않고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지만 그게 맞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데 정두언 의원도 어느 순간 평론가가 되어 버렸다. 정치인인데”라고 말했다. 이에 또 정청래 전 의원이 “그럼 지금 차명진 의원은 평론 안 하고 뭐하고 있어요? 요새 정치하나?”라고 말하자 차 전 의원은 “그렇지. 나 지금 정치하고 있어. 마지막 남은 그 어떤 가능성. 문재인 대통령이 되면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해 볼 수 있는 마지막 남은 가능성. 그것을 위해 어떤 수를 둘 것인가”라는 말을 했다. 

유머와 촌철살인의 풍자보다는 감정싸움만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식의 '감정싸움'이 반복되자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은 ‘대선미디어감시연대 주간 브리핑’을 통해 ’“MBN ‘판도라’에서는 상대방 출연자를 기분 상할 수 있는 발언이 난무했고 시청자가 불편할 정도로 출연자끼리 감정싸움을 벌였다”며 “MBN은 ‘정치‧시사 예능’을 표방하며 ‘판도라’를 기획했으나 이런 식의 방송은 예능도 시사도 아닌 ‘막장 방송’, ‘막말 방송’에 불과하다”고 혹평했다.

이어 민언련은 “채널A ‘외부자들’ 김군래 담당 PD는 ‘PD저널’과의 인터뷰(4/5)에서 ‘어떤 시청자들은 출연자들이 너무 같은 목소리를 내는 것이 아니냐고 하시는데 일부러 싸움을 붙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격론이 재밌긴 하겠지만 우리 프로그램은 성향이 강한 출연자들이 싸우는 모습을 보여줘서 정치 혐오가 되는 것을 경계한다’라고 말했다”라며 “경쟁 프로그램인 MBN ‘판도라’가 경청해야 할 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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