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 후보들의 복지 공약에 대한 공격이 시작됐다. 주요 주자 5인이 일부 차이는 있지만 모두 노인 기초연금 월 30만원 공약을 내걸자 ‘천문학적인 예산’ 등의 표현을 쓰며 재원 마련을 이유로 비판했다. 반면 한겨레는 지난 대선에 비해 복지공약이 한 단계 나아진 부분에 방점을 찍었다.

경향신문은 그간 꾸준히 문제제기 해 오던 사법부 블랙리스트 관련 보도를 1~3면에 걸쳐 전했다. 대법원이 판사들의 사법개혁 관련 학술대회를 저지하기 위해 법관들의 동향과 성향을 뒷조사한 대책문건을 작성한 사실이 진상조사위원회 조사결과 확인됐지만 양승태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원 고위관계자들의 책임문제는 거론되지 않은 것과 관련된 내용이다.

다음은 19일자 아침종합신문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판사 성향·동향 뒷조사 문건 있었다”
국민일보 “용산 미군기지 지하수 벤젠 최대 162배 검출”
동아일보 “‘한미FTA 손볼 것’ 펜스, 숙제 꺼냈다”
서울신문 “문재인 37.7% 안철수 34.6% ‘접전’”
세계일보 “기초연금 月30만원 文安, 노인표심 구애”
조선일보 “2030vs5060…文安의 투표율 셈법”
중앙일보 “어디로 튈지 모를 ‘4차원’ 20대 표심”
한겨레 “대선후보들, 한 발 진전된 ‘복지 경쟁’”
한국일보 “文 서울·安 경인 우세 ‘수도권 대혼전’”

조선, 기초노령연금은 박근혜가 써먹은 공약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현재 소득 하위 70% 이하에게 월2만~20만원 주는 기초연금을 내년부터 25만원, 2021년부터 월 30만원으로 올리겠다고 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소득 하위 50%에 해당하는 노인에 대해 월 30만원, 하위 50~70%에 대해 월 20만원으로 올리겠다고 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도 소득기준 없이 모든 노인에게 월 30만원 기초연금 지급을 공약했고,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소득 50% 이하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확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 19일자 조선일보 사설
▲ 19일자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는 이날 사설 “복지 경쟁 대선 몇 번 더 하면 나라 거덜나지 않겠나”에서 “대선 후보들이 연간 10조원도 더 드는 현금 주는 복지를 하겠다며 경쟁적으로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며 “이 돈을 어떻게 마련할지는 아무도 현실적인 답을 내놓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 신문은 “기초연금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2년 대선 때 써먹은 복지 공약”이라고 덧붙였다.

조선일보는 복지 공약을 표 매수에 비유하기도 했다. 이 신문은 “안 후보는 0~11세가 있는 가정 중 소득 하위 80%까지 10만원씩, 문 후보는 0~5세에 월 10만원씩을 약속했고, 아동수당도 공약에 따라 연 2조6000억원에서 6조9000억원이 든다”며 “가장 시급하고 효율적인 복지인가를 따진 것이 아니라 표 많고 표 매수 효과가 큰 곳을 겨냥했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복지비 지출은 GDP의 9.7%(2014년)로 OECD 국가 평균(21.1%)에 크게 못 미치는 건 맞다”면서도 “그런데 저출산 고령화로 복지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복지 예산 늘어나는 속도가 가파르다”고 우려했다. 이어 “국민들에게 공짜로 준 돈을 도로 줄이기는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여전히 복지를 국민이 낸 세금으로 시행한다는 사실을 외면한 채 시혜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

조선일보는 복지공약을 도박에 비유했다. 이 신문은 “대한민국을 어떻게 끌고 갈 것인지에 대한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고민이 없는 대선 주자들이 ‘이 한 판만 먹고보자’는 노름판 심리의 포로가 돼 있다”며 “누가 ‘100준다’고 공약하면 다른 후보는 ‘나는 100 받고 100 더’라고 나온다”고 했다.

세계일보도 비슷한 논조를 보였다. 사설 “‘노인복지 공약’ 듣기엔 좋지만 재원 대책은 있나”에서 역시 “우리나라 노인의 복지 수준은 최악”이고 “노인빈곤율만 따져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압도적 1위”라서 “노인계층의 삶의 질 향상은 국가적으로 화급한 과제”로 인정하면서도 “재원문제를 고려하지 않으면 노인 표를 의식한 ‘사탕발림’ 소리를 듣게 된다”고 지적했다.

증세없는 복지가 불가능하다는 것은 이미 합의가 이뤄졌다. 그럼에도 세계일보는 “급격한 고령화로 노인은 갈수록 늘고 예산도 눈덩이처럼 불어난다”며 “공약을 지키려면 세금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어 “홍준표 후보는 증세를 반대하지만 나머지 후보 4명은 법인세 인상과 부자 증세 방안을 내놓은 것이 고작이고 그나마 ‘국민적 합의’라는 꼬리표를 붙인다”고 했다.

그 외에도 “복지 타령을 늘어놓는 것은 무책임하다”, “천문학적인 예산이 들어가는 공약을 선거때마다 인심 쓰듯 불쑥 꺼내드는 것 자체가 문제다”, “벼락치기 공약이 춤을 추면 나라살림은 결국 거덜난다” 등 비판을 쏟아냈다.

한국일보는 사설 “대선공약 ‘성장’ 청사진 없이 ‘분배’만 앞세워서야”에서 비슷한 비판을 했다. 이 신문은 “대선 후보들은 나랏돈을 풀어 일자리를 주고 복지를 늘리겠다는 선심성 분배 공약에만 열을 올릴 뿐, 우리 경제의 경쟁령 향상과 도약을 위한 성장공약엔 무관심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한국일보 역시 “분배 개선을 통한 양극화 해소가 ‘시대정신’인 건 사실”이라고 인정한다. 하지만 역시나 성장을 강조했다. 이 신문은 “성장이 전제되지 않은 분배 개선은 자칫 ‘망하는 집안 형제 싸움’식이 되기 십상이어서 위태롭다”고 주장했다.

재벌이 주로 하던 주장도 보였다. 한국일보는 “서비스업 등 고용 친화적 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완하도 중요하다”며 “하지만 어떤 대선 후보도 이런 문제에 대해 속 시원한 해결책을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다”고 했다.

복지 공약을 내놓은 다음날 이를 부실한 공약으로 규정짓는 표현도 사용했다. 한국일보는 “조기 대선임을 감안하면 공약도 아직은 대강의 방향 천명에 그칠 수밖에 없을지 모른다”고 주장했다.

향후 공약의 방향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 한국일보는 “대선토론 등을 통해 각 후보는 성장 전략에 대한 자신의 통찰과 구체적 정책의지 등을 국민 앞에 보다 확실히 보여줄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색적인 표현은 문제가 있고 사실상 복지정책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문제지만 조선일보와 세계일보의 문제의식은 유효하다. 경향신문은 좀 더 합리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 19일자 경향신문 만평
▲ 19일자 경향신문 만평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는 ‘증세없는 복지’를 약속했고, 필요한 재원 135조원을 세출 구조조정과 비과세 감면, 지하경제 양성화로 마련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증세없는 복지는 실현이 불가능했고, 박근혜 정부는 담뱃세를 인상하거나 대규모 국채를 발행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고 이마저도 역부족이었다.

경향신문은 박근혜 정부의 실패를 교훈삼아 ‘증세없는 복지’를 더는 주장하지 말자는 입장이다.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오건호 공동운영위원장은 경향신문에 “중앙정부 연간 지출이 400조원인데 대부분 법령에 따라 집행되고 재량으로 쓸 수 있는 돈은 135조원에 불과하다”며 “후보들이 제출한 복지공약은 세출 조정만으로는 실현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경향신문은 “문재인, 홍준표, 안철수 후보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10대 공약을 제출하면서 재원조달 방안으로 증세를 포함시키지 않았다”며 “증세없이 세출 구조조정 등으로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다만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증세를 염두에 둔 ‘중부담·중복지’를 제안했고,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일찌감치 사회복지세신설, 법인세 인상을 약속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오건호 위원장은 경향신문에 “증세가 필요한 것을 다 알면서도 정무적 판단으로 조세개혁을 얘기하지 않고 있다”며 “공약을 실행할 재정수단이 보이지 않으니 유권자들이 후보자들의 공약을 신뢰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정책에 대한 한겨레는 조선일보·세계일보와 평가가 다르다. 복지정책의 필요성을 모든 후보들이 공감하고 있다는 측면에 집중했다. 한겨레는 1면 “대선후보들, 한 발 진전된 ‘복지경쟁’” 기사에서 “19대 대선을 앞두고 기초연금 인상, 아동수당 지급 등 대선 후보들의 ‘복지 확대’ 움직임이 뚜렷하고 노동시간 단축과 ‘시간당 최저임금 1만원’ 등 경제적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한 공약도 잇따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과거 대선·총선에선 ‘무상복지’, ‘포퓰리즘’ 논란으로 치달았던 주제들을 놓고 5·9대선에선 후보들이 대부분 경쟁적으로 관련 공약을 내놓고 있”는 이유는 “경기침체와 양극화·고령화·저출산 등 사회적 난제를 풀기 위해서는 이런 처방들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라 이뤄진 것”이라는 게 한겨레의 분석이다.

아동수당도 모든 후보가 공약하고 있다. 문 후보는 0~5세, 심 후보는 0~11세, 유 후보는 초중고교생이 있는 모든 가정에 월 10만원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안 후보는 0~11세 어린이가 있는 가정 중 소득 하위 80%이하 가정에 월 10만원 지급을 공약했고, 홍 후보는 초중고교생을 둔 가정 중 소득 하위 50% 이하 가정에 15만원을 차등 지급하겠다고 했다.

출산·육아 분야에서도 문 후보는 고용보험 미가입 여성에게 3개월간 월 50만원씩 출산수당을 공약했고, 안 후보와 유 후보는 육아휴직 급여를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홍 후보는 둘째 출산 때 100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했다.

대법원 판사 뒷조사 확인

대법원 사법개혁 저지 의혹 진상조사위는 18일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지난달 25일 법원 내 판사들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가 법원의 인사제도와 대법원장의 과도한 권한 집중 등을 다루는 학술대회를 열려고 하자 행정처 소속 이규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이 관련자들에게 학술대회를 연기·축소하라는 압박을 가했다는 내용이다. 다만 조사위는 전체 판사들 동향을 조사한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가 존재할 가능성은 없다고 결론내렸다.

▲ 19일자 경향신문 1면 기사
▲ 19일자 경향신문 1면 기사

경향신문은 “조사위는 임종헌 행정처 차장과 고영한 행정처장 등이 학술대회 연기·축소를 직접 지시했는지, 양승태 대법원장은 이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등에 대해서 밝히지 않았다”며 “법원 안팎에서는 조사위가 행정처의 조직적 개입 의혹을 확인했음에도 책임 소재를 명확히 밝히지 않고 사태를 무마하는 데 치우쳤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특히 조사위는 양 대법원장에 대해 서면조사를 실시했다고 밝혔지만 이를 통해 어떤 결론이 나왔는지에 대해서는 보고서에 아무런 적시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경향신문에 “행정처는 차장부터 대법원장까지는 단선 보고체계여서 임 전 차장이나 고 처장의 책임이 밝혀지면 곧바로 양 대법원장에게도 책임이 돌아간다”며 “조사위가 양 대법원장을 보호하는데 급급해 어설픈 결론으로 부실한 보고서를 만든 것 같다”고 말했다.

부실한 보고서는 의혹을 더 키울 수밖에 없다. 이 상임위원이 제출한 대책문건에는 ‘참여도가 낮아진 참여자’ 명단 등 판사들의 동향을 꾸준히 사찰했음을 알 수 있는 표현이 등장한다.

조사위의 조사가 적극적이지 않은 정황은 더 있다. 경향신문이 지난 7일 판사들의 동향과 성향을 파악한 문건이 있다고 보도할 때까지 조사위는 대법원의 조직적 개입·블랙리스트 관련 부분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고 경향신문이 전했다. 심지어 조사위는 경향신문 보도 훨씬 전에 “판사들 뒷조사한 파일이 행정처에 있다”는 한 판사의 진술을 확보해놓고도 경향신문이 보도하기 전까지 이를 조사하지 않았다.

경향신문은 “조사위가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남용을 일부만 인정하는 선에서 이번 사태를 봉합하자 법원 안팎에서 ‘제3의 기관’의 재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며 “국회 국정조사와 검찰수사 필요성이 제기된다”고 전했다. 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정치권은 국정조사를 예고한 상태다.

경향신문은 “향후 판사들이나 법원노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참여연대 등이 검찰에 이번 사안을 고발할 가능성도 점쳐진다”며 “조사위 조사를 통해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대법원 상부의 직권남용과 공무집행방해, 명예훼손 소지가 있다는 의견이 우세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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