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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삼성, 전경련 통해 우호적 여론 조성 작업했다”

삼성물산 임시주총 일주일 전 여론몰이, 전경련 나서서 맡아… ‘합병 캐스팅보트’ 쥔 국민연금 우회 압박

2017년 04월 19일(수)
손가영 기자 ya@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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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경제인연합회가 삼성그룹 측에 우호적 여론을 조성하는 언론작업을 도맡아 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문지석 검사(박영수 특별검사팀)는 19일 오전 ‘삼성그룹 뇌물공여 국정농단 사건’ 제4회 공판에서 “피고인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미전실) 차장 휴대전화 복구 과정에서, 오늘은 두 개 (문자메시지)만 공개되지만, 상당히 여론을 조성하는 등 우리 사회의 모든 부분에 영향 미치고 있지 않냐는 증거를 확인했다”며 “삼성이 직접 삼성물산 합병과 관련해 여론 조성을 하는게 아니라 전경련을 통해 속칭 ‘쿠션 치는 방식’으로 하는 내용이 암시돼있다”고 지적했다.

특검은 손병두 호암재단 이사장(전 전경련 부회장)과 이승철 당시 전경련 부회장이 2015년 6~7월 경 장 전 차장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두 개를 공개했다.

▲ 2016년 6월1일 오후 서울 중구 호암아트홀에서 열린 제26회 호암상 시상식에 황교안 국무총리(왼쪽부터), 손병두 호암재단 이사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입장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 2016년 6월1일 오후 서울 중구 호암아트홀에서 열린 제26회 호암상 시상식에 황교안 국무총리(왼쪽부터), 손병두 호암재단 이사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입장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손 이사장은 “엘리엇 때문에 얼마나 노고가 크냐. 한국선진화포럼과 바른사회시민회의가 공동으로 다음주 화요일에 간단한 세미나와 기자회견 가질 것”이라며 “바른사회시민회의 윤창현 정책위원장이 주도적으로 진행한다. 전경련 이승철 부회장한테도 이럴 때 전경련이 목소리내고 삼성을 도와야 할 게 아니냐고 행동을 촉구했다”는 문자를 장 전 사장에게 보냈다. 손 이사장은 2012년 말부터 한국선진화포럼 이사회 회장을 맡았고 2015년 말 상임고문으로 선임됐다.

두 보수단체는 2015년 7월14일 오전 9시30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매화홀에서 '경영권 방어와 기업지배구조 논란,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특별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날은 7월17일 삼성물산 합병안 찬반을 최종결정짓는 삼성물산 주주총회가 열리기 불과 3일 전이었다. 손 이사장은 한국선진화포럼 회장으로 개회사를 열었고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가 발제를 맡았다. 연강흠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윤창현 정책위원장이 토론을 맡았다.

이승철 전 부회장은 지난 1월 특검 조사에서 ‘당시 손병두 이사장이 나에게 삼성을 도울 방법을 생각해 보라고 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진술했다.

이 전 부회장은 장 전 차장에게 ‘엘리엇 상황과 관련해 경영권 방어 제도 도입 필요를 6월 초 언론을 통해 처음 밝혔다. 그 이후 언론과 기획기사를 통해 저희 의견을 전달했다’ ‘오늘도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포이즌 필’ 등 방어권 제도 도입을 강조했다. 국민연금의 현명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했다’ 등의 내용이 적힌 문자를 보냈다.

전경련은 2015년 7월9일 30대 그룹 사장단을 모아 '경제위기극복을 위한 긴급 간담회'를 열었다. 당시 이승철 상근부회장은 간담회에서 “한국은 경영권 방어장치가 취약해 외국 투기자본의 천국 같은 나라가 됐다” “소액주주의 이익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도입된 수단들이 소액주주가 아닌 투기자본의 공격 방법으로 이용되고 있다” 등의 발언을 내놨다. 30대 그룹 사장단은 성명서에서 “지난해 30대 그룹 매출이 사상 최초로 감소하는 심각한 위기 속에서 경제민주화의 표적이 되거나, 반기업 정서를 등에 업은 해외자본의 공격을 받거나, 장기간 수사나 경영자 부재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엘리엇 매니저먼트’ 등 삼성물산 합병안을 반대하는 외국인 투자자를 겨냥한 발언으로,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연금에게 우회적으로 찬성을 종용한 신호를 준 것과 다름없다.

당일 간담회 발언은 한국경제, 매일경제, 비즈니스포스트, 한겨레 등 다수 종합지, 일간지를 통해 보도됐다.

이 전 부회장은 같은 문자에서 ‘기획기사, 동아를 출발로 본격적으로 방어권 제도 개선 얘기를 해 나갈 예정이다‘ 라고 적었다.

▲ 지난 4월13일 ‘삼성 뇌물공여 사건’ 공판에서 삼성그룹 임직원 간 주고받은 문자 내역이 공개됐다. 문자에 등장한 언론사들은 모두 ‘삼성물산 합병안’ 찬성에 우호적인 논조를 보였다.
▲ 지난 4월13일 ‘삼성 뇌물공여 사건’ 공판에서 삼성그룹 임직원 간 주고받은 문자 내역이 공개됐다. 문자에 등장한 언론사들은 모두 ‘삼성물산 합병안’ 찬성에 우호적인 논조를 보였다.
실제로 동아일보는 이 전 부회장이 문자를 보냈을 때와 유사한 시점인 7월8~9일 이틀 간 ‘경영권 방패 없는 한국기업’ 기획기사를 실었다. 동아는 8일자 1면에 “투기자본이 國富 빼간다” 기사를 배치했고 3면에선 “‘경영참여’ 내세워 빈틈 공격… ‘수천억 차익’ 치고 빠지기”, “삼성 ‘합병 정당성’ 엘리엇에 완승” 등 기사를 실었다.

동아는 다음날엔 8면에 “대기업 특혜 논란에… 포이즌필-차등의결권 번번이 무산” 기사를 톱으로 싣고 “국민연금 의결권, 외부에 맡기지 말고 스스로 결정해야”, “이재용, 합병관련 외국인 투자자 첫 면담” 기사를 게재해 기획보도를 마무리했다.

문 검사는 이와 관련 “경제개혁연대 김상조 소장이 낸 논평이 있다”며 “삼성은 우리 사회 모든 사람을 회유할 수 있는 유일한 주체다. 그 힘을 오남용하는 삼성의 후진적 지배구조를 개혁하는 게 우리 사회의 과제”라고 지적했다.

삼성 측 변호인단은 이에 “피고인 장충기는 문자를 수신했을 뿐이다. 누구를 회유하는 내용이 전혀 아니”라며 “특검 논리가 성립하려면 손병두나 이승철이 삼성의 회유를 받아서 보고하는 내용이 돼야 하는데 문자 자체나 진술 내용 중엔 그런 게 없다”고 반박했다.

변호인단은 “승계 작업만 살펴보더라도, 삼성엔지니어링 합병은 국민연금의 반대로 실패했고 금융지주회사(삼성생명 금융지주회사 전환) 역시 금융위원회 반대로 안됐다”며 “중간금융지주회사 법안도 삼성은 요청하거나 입장을 표명한 사실도 없다. 이러한 객관적 사실은 어떻게 설명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재용 등 5인의 삼성 뇌물공여 국정농단 사건’ 4회 공판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의 심리로 19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 대법정 417호에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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