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TV토론에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개그’ 보는 맛도 쏠쏠하다는 일부의 평가가 있었지만 이것보다 더 놀라운 내용이 공개됐다. 홍 후보가 과거 자신의 저서에 밝혔던 “'하숙집 룸메이트와 돼지 흥분제로 성범죄를 모의, 실행했다'는 취지의 내용이 뒤늦게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홍 후보가 2005년 펴낸 자전적 에세이 ‘나 돌아가고 싶다’의 ‘돼지 흥분제 이야기’라는 대목에는 대학교 1학년 시절 하숙집 친구들과 함께 흥분제를 구해 친구에게 줬고, 그 친구는 여학생에게 흥분제를 먹였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내용이 소셜미디어로 퍼지면서 논란이 됐고 주요 언론에서 앞다퉈 기사화 하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공보단장은 논평에서 “헌법가치 존중, 여성가치 존중이라는 기본 자질 면에서 결격 사유”라며 “이 부분은 홍 후보가 직접 답해야 한다. 젊은 시절의 치기로 치부하기엔 내용이 너무나도 천박하고 경악스럽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가 4월18일 오후 경남 창원 마산역 광장에서 열린 집중유세에 참석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가 4월18일 오후 경남 창원 마산역 광장에서 열린 집중유세에 참석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국민의당 김경록 중앙선대위 대변인은 “선거법 위반 전과자, 정치자금법 위반 피의자에 성폭력 자백범은 보수라는 단어를 입에 담을 자격이 없다. 홍 후보는 보수 정치인을 더 이상 참칭하지 마라“면서 “대학교 1학년 학생을 상대로 약물을 몰래 먹인 성폭력의 공범임이 드러난 이상 우리는 그를 대선 후보로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커지자 홍 후보는 “사람들이 옆에서 한 얘기를 들은 것이지, 내가 관여한 것은 아니다”고 했다. 자신은 관여하지 않았다는 해명은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을까. 내용을 검토해본 결과 그의 해명은 거짓에 가깝고 이는 대통령 후보의 정직성, 신뢰성과도 직결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 세가지 이유 때문이다.

먼저 자전적 에세이의 성격과 내용은 자신과 관련없는 남의 이야기를 정리하지는 않는다는 특성 때문이다. 이 특성을 뒷받침하는 에세이의 서술방식을 보면 행위주체를 “우리는”이라고 정리하고 있다. “우리는 흥분제를 구해온 하숙집 동료로부터 그 흥분제는 돼지 수컷에만 해당되는 것이지 암퇘지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말을 나중에 듣게 되었다...”


홍 후보 에세이의 “우리는”이라는 공동주격에는 “나”를 포함시키고 있다. 그의 주장처럼 나와 무관한 이야기라면 “그들은”이라는 주어를 선택해야 한다. 언어의 문법을 배반하는 해명은 거짓말이거나 억지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두 번째. 이 사건에 홍 후보가 직접 가담했다는 사실을 뒤에 가면 고백하는 부분이 나오기 때문이다. 홍 후보는 해당 부분 마지막 단락에 “다시 돌아가면 절대 그런 일에 가담하지 않을 것이다. 장난삼아 한 일이지만 그것이 얼마나 큰 잘못인지 검사가 된 후에 비로소 알았다”고 정리했다. “그런 일에 가담하지 않을 것” “장난삼아 한 일” 등은 홍 후보 본인이 직접 가담했다는 명쾌한 서술이다. 이렇게 정리해놓고 이제와서 자신은 관여하지 않은 것처럼 해명한다는 것은 스스로 자신의 책임을 부정하는 유체이탈 화법이나 거짓말이 된다.

마지막으로, 자유한국당은 인정하는데 유독 본인만 인정하지 않는 해명 내용 때문이다.

정준길 한국당 선대위 대변인은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홍 후보가 사과를 했다. 20살 혈기왕성한 나이에 있었던 일인 만큼 국민들께서 이 부분을 감안해 너그럽게 이해해주길 바란다. 거듭 죄송하다”고 말했다. 당 대변인은 잘못을 인정하고 국민에게 이해를 구하며 ‘죄송하다’고 사과하는데 홍 후보의 해명은 그렇지않다. 이런 경우, 이해당사자의 말을 믿기 보다는 공당의 대변인의 사과가 더 설득력이 있다는 판단을 하게 된다.

▲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가 4월21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가 4월21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홍 후보의 막말과 기행은 상식을 초월하고 있다. 대선후보의 검증은 그가 대학시절에 범행에 가담한 공범인지 여부가 아니라 그가 지금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그의 정직성과 도덕성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막말과 사과, 거짓 해명 의혹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홍 후보가 대선판을 희화화 하는 것은 아닌지. 한국당이 후보의 자질여부를 제대로 검증했는지 공당이 먼저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대선 후보 5명의 TV토론은 너무 많다. 철지난 색깔론이나 기본 자질여부가 문제되는 후보부터 배제시켜야 하지않을까. ‘몰염치와 저질의 끝판왕’을 보여주는 홍 후보를 내세운 정당이 먼저 계속 유세를 해야할지 냉정하게 되돌아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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