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자 조간 1면을 장식한 것은 기습적인 ‘사드 배치’였다. 

지난 26일 새벽 주한미군이 경북 성주골프장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핵심 장비인 레이더, 교전통제소, 발사대 등을 기습 배치했다. 먼저 1면 머리기사 제목부터 보자.

경향신문 “사드, 심야에 기습 배치… 국민 뒤통수친 국방부”
국민일보 “사드 핵심장비 전격 배치… ‘절차’ 논란”
동아일보 “사드 전격배치… 대선前 시험가동한다”
서울신문 “사드 성주 전격 배치… 대선 전 시험가동”
세계일보 “대선 前 ‘사드 굳히기’… 총대 멘 韓국방”
조선일보 “사드배치… ‘北미사일 요격’ 곧 가동한다”
중앙일보 “대선 전, 사드 매듭짓기”
한겨레 “13일 남은 정부의 ‘사드 덫’… ‘주권 폭거다’”
한국일보 “대선 코앞 사드 배치, 조만간 가동”

▲ 조선일보 27일자 1면.
▲ 조선일보 27일자 1면.
1면 머리기사에서 각 신문 논조를 가늠해볼 수 있다. 경향신문은 “한·미 주둔군지위협정에 따른 사드 부지 공여 절차를 완료한 직후에는 환경영향평가 등 후속 작업이 남아있다”던 국방부를 비판하며 ‘뒤통수 친 국방부’라고 강한 제목을 뽑았다. 

한겨레의 경우 1면에 ‘뉴스분석’을 실었다. 한겨레는 “13일 뒤면 결정될 한국의 새 대통령이 미국·중국과 추가 협의할 여지를 차단하려는 한국과 미국 정부의 ‘알박기’로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이자 대한민국 주권에 대한 폭거라는 비판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두 신문과 다르게 ‘北미사일 요격’을 강조했다. 조선일보는 “이 장비들을 케이블로 연결만 하면 곧바로 시험 가동을 거쳐 북한 미사일에 대한 요격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무슨 엄청난 시설도 아닌데….”

신문들의 진짜 생각은 사설에서 드러나기 마련. 조선일보는 사드를 ‘북핵·미사일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 장비’로 규정하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무슨 엄청난 시설도 아니다. 버스 크기의 레이더에 발사대가 딸려 있고 운용 병력도 100여명에 불과하다. 지휘관은 대위다. 이 정도 장비 배치를 놓고 온 나라가 이렇게 시끄럽고 당선이 유력하다는 후보가 ‘주권'까지 말할 정도에 이른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조선일보는 “야권은 환경영향평가에 앞서 사드를 먼저 배치한 것을 문제 삼고 있다. 물론 절차를 차례대로 밟는 것이 정상”이라면서도 “안보가 위기 상황이다. 또 사드 배치가 늦어져 다음 정권이 원점에서 재검토하게 되면 한·미 동맹이 어떻게 되겠는가”라고 주장했다. 한·미 동맹을 위해 사드 배치가 불가피하다는 논리다.

중앙일보는 “이번 조치는 북한의 6차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가능성에 따른 한반도 안보위기 속에서 한·미 동맹이 취할 수 있는 불가피한 선택으로 이해한다”면서 “나날이 고도화하고 있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려면 사드를 조속히 배치해 작전운용 능력을 확보할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 한겨레 27일자 사설.
▲ 한겨레 27일자 사설.
경향신문은 사드 배치 저의를 의심했다. “미묘한 배치 시점을 감안하면 알박기 차원을 넘어 대선판을 흔들어 보려는 의도를 의심하게 된다”는 것이다. 경향신문은 “사드에 미온적인 문 후보를 견제하고, 사드를 찬성하는 다른 후보들을 지원하려는 것은 아니었는지 군은 해명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겨레는 사설 제목을 “정권이양기에 ‘사드 알박기’한 미국의 횡포”라고 뽑으며 미국을 비판했다. 이 신문은 “동맹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모습”, “지역주민은 물론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한국민의 반감도 더욱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지금이라도 사드 배치를 중단하고 5·9 대선 이후 출범할 새 정부와 추가 협의를 해나가야 한다”고 충고했다.

대선 후보 반응은?

26일 원내 5개 정당 대선 후보 반응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현 정부에서 무리하게 강행할 일은 아니다. 마지막 결정은 다음 정부로 넘겨 외교적 카드로 활용하도록 해야 한다.”(경기 포천에서 기자들과 만나)

-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사드 배치는 한·미간 합의에 의해 이행돼야 한다. 환경영향평가 등 절차를 생략한 문제가 있다.”(강원 춘천 명동거리 유세 후)

-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그거 잘됐다. 이제 전술핵도 들어오면 우리 안보는 튼튼해지겠다.”(주한미국상공회의소 초청 특별 간담회 마친 뒤)

-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사드가 배치되는 게 오히려 국론 분열을 막는 길이라고 주장해왔다. 참 잘된 결정이라고 환영한다.”(서울 동작구 보라매공원 유세 후)

- 심상정 정의당 후보
“오늘 사드 기습 배치는 우리 국민들의 자결권을 원천봉쇄하고 주권을 짓밟은 폭거다.”(26일 페이스북을 통해)

▲ 세계일보 27일자 3면.
▲ 세계일보 27일자 3면.
이 가운데서도 보수 언론은 문 후보 발언을 도마 위에 올렸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사드 배치를 대중(對中) 협상카드로 쓰겠다는 것”이라며 “자위용 방어무기 배치를 협상용으로 쓰는 나라가 어디에 있나. 이런 인식이라면 문 후보가 집권할 경우 한미동맹은 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시험대에 들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세계일보 역시 문 후보를 포함해 사드 기습 배치에 반발한 후보들을 겨냥해 “대선 공약집에는 물론 TV토론에서도 북핵을 어찌 해결할지 실질적인 방안 하나 내놓지 못한 채 ‘사드 철회’만 요란하게 외치니 무엇으로 나라를 지키겠다는 것인가”라며 “한반도 전쟁 위기는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자격 있는 대선 후보라면 더 이상 사드 논란을 키워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대선판 달군 ‘성소수자 이슈’

성소수자 인권 문제가 뜨거운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25일 TV토론회에서 ‘동성애에 반대하냐’는 질문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그렇게 생각한다”고 대답하고 토론 말미에 “(동성애를) 좋아하지 않는다. 동성혼 합법화에 반대한다”고 답변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동아일보는 “미국 대선에서는 동성혼, 낙태 등에 대한 찬반이 뜨거운 논쟁거리가 된 지 오래됐지만 한국에서는 동성애에 관해 대선 후보가 ‘찬반’ 입장을 명확히 드러내는 것이 사실상 금기시돼 왔다”며 “성 소수자들의 권리 보호도 중요하지만 보수 개신교 진영에서 동성애를 죄악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선 후보 입장에서 개신교 측의 ‘뭉치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해설했다.

▲ 한겨레 27일자 1면.
▲ 한겨레 27일자 1면.
27일자 조간에서는 한겨레가 성소수자 차별 발언에 가장 비판적이었다. 1면 “대선후보들, 성소수자 차별·혐오 부추겨”, 5면 “후보들 성소수자 차별 발언, ‘혐오의 가이드라인’ 될 우려”, “미국선 대선 때마다 ‘동성애’ 뜨거운 이슈”, “‘보수 기독교계 포화에 데었나’ 뭉치표 의식한 듯 태도 바뀌어” 등의 기사다.

그 가운데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는 한겨레 시론(“소수자를 반대하는 국민통합?”)을 통해 “무엇보다 최소한 소수자가 우리 사회의 정상적인 구성원으로 존중받고 있다는 점을 의심하게 해서는 안 된다”며 “이 수준을 넘어서는 순간 ‘선거’는 변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특히 사회 유력 인사나 정치인에게는 강한 윤리적 책임이 요청된다”면서 “그들의 발언은 사회의 차별적 환경을 악화시키거나 개선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중략) 진심으로 후보를 사랑하고 지지한다면, 청자에게 ‘그렇게 듣지 말라’고 강요할 게 아니라, 화자에게 ‘그렇게 말하지 말라’고 조언하는 게 맞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경향신문도 사설을 통해 문 후보에 대해 “인권변호사 출신이라는 점이 무색할 정도로 성소수자 문제에 대한 감수성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드러냈다”며 “인권 선진국가라면 문 후보의 동성애 반대 발언은 혐오 표현으로 처벌 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비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