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발정제를 먹어봤다는 누리꾼이 언론중재위원회에 온라인 큐레이팅 사이트 위키트리에 대해 중재를 신청했다. 위키트리가 당사자 동의 없이 돼지발정제 내용과 당사자 얼굴이 드러난 동영상을 게재했기 때문이다. 

배아무개씨는 28일 언론중재위에 위키트리에 대한 중재신청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배씨에 따르면 위키트리는 당사자 동의를 구하지 않은 채 배씨의 페이스북 글을 기사화했고 배씨가 페이스북에 올린 35분 분량의 동영상을 삽입했다. 

해당 내용은 지난 25일 위키트리에 “‘돼지발정제 먹어봤습니다’ 여성이 밝힌 뒷이야기”라는 제목으로 기사화됐다. 해당 기사는 페이스북 조회가 27만이 넘었고 트위터 노출은 32만을 상회한다. 당사자의 항의로 현재 해당 기사는 삭제된 상태다. 

▲ 위키트리 홈페이지
▲ 위키트리 홈페이지
배씨는 28일 미디어오늘에 “기사를 내려달라고 요구하고 한참 있다가 기사가 삭제됐다”면서 “기사를 작성한 기자에게 ‘명백한 2차 가해’라고 이야기 했더니 그제서야 사과를 했다. 회사차원의 사과를 요구했지만 사과를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배씨는 “돼지발정제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피해사실을 쓰고 말한 것”이라며 “언론사들은 그걸 성적대상화 했고 클릭질만 유도했다. 언론사가 그렇게 소비하는 동안 저는 다쳤다”고 비판했다. 실제 배씨는 이후 불특성 다수로부터 적절하지 않은 메시지 등을 받았다. 

이에 대해 위키트리 관계자는 “당사자가 온라인 공간에서 라이브 방송을 한 것은 적극적으로 알리겠다는 것”이라면서 “기사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 기사화했고, 당사자가 항의를 한 이후에 동영상을 내림은 물론 가장 적극적인 조치인 기사 삭제까지 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두 가지 문제점을 지적했다. 먼저 저작권이다. 심영섭 언론인권센터 정책위원은 “당사자가 사적 공간에 올린 건 적극적으로 알리겠다는 의도가 있지만, 이를 언론사가 기사화한 것은 다른 차원”이라며 “저작권을 가져간 것”이라고 말했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도 “공개돼 있는 것이라고 해도 언론사가 이를 기사화할 때는 동의를 받아야 한다”면서 “개개인이 (해당 페이스북에) 찾아 들어가 보는 것과 언론사가 이를 기사화해서 공개하는 것은 다르다. 저작권 문제”라고 지적했다. 

두 번째는 배씨가 주장하는 2차 가해다. 일반적으로 2차 가해는 1차 가해가 일어난 이후, 언론사가 이를 공개하면서 피해자가 입게 되는 피해를 일컫는다. 하지만 이 경우 배씨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직접 게시물과 동영상을 게재했다는 차이점이 있다.

이에 대해 심 위원은 “2차 피해는 원하지 않은 상황에서 피해를 받은 것을 일컫는데, 이 경우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공연’ 행위를 한 다음에 피해가 발생했기 때문에 일반적인 2차 피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다퉈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언론인권센터 언론피해자구제본부장을 맡고 있는 이진아 변호사는 “당사자가 동의하지 않았다면 공개된 내용이라고 해도 사생활 침해나 2차 피해에 해당할 여지는 있다”면서 “보도가 공익적이었는지 악의적이었는지를 더 검토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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