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정치예능 JTBC ‘썰전’은 최근 한국갤럽의 ‘한국인이 좋아하는 TV 프로’에서 MBC ‘무한도전’과 함께 1위로 꼽혔다. ‘정치 예능’이 ‘국민 예능’이라고 불리는 ‘무한도전’만큼 인기를 얻고 있는 셈이다.

28일 서울 한국 외국어대학교에서 열린 한국방송학회 주관 ‘정치예능 프로그램과 새로운 시민사회의 출현’에서는 정치예능이 이렇게 인기를 얻는 이유를 두고 ‘B급정서의 메인스트림화’라고 분석했다.

▲ 28일 서울 한국 외국어대학교에서 한국방송학회가 주관한 '정치예능 프로그램과 새로운 시민사회의 출현' 토론회가 진행됐다. 사진=정민경 기자
▲ 28일 서울 한국 외국어대학교에서 한국방송학회가 주관한 '정치예능 프로그램과 새로운 시민사회의 출현' 토론회가 진행됐다. 사진=정민경 기자
송현주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MBC의 ‘마이리틀 텔레비전’이 인터넷 B급 문화였던 ‘아프리카VJ’를 주류로 이끌어낸 것처럼, ‘정치예능’은 정치 팟캐스트 등에서 이미 인기를 끌었던 포맷이나 진행방식들을 차용했다”며 “JTBC ‘썰전’이 가장 먼저 시도한 것을 이제는 모든 종편채널에서 시도하고 있고, 이제 지상파들도 비슷한 프로그램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 교수는 “‘나는 꼼수다’의 패널이었던 정봉주씨가 채널A의 ‘외부자들’에 출연하고 SBS 라디오로 진출하고, 김어준씨가 tbs 라디오에 진출하는 것만 봐도 정치 팟캐스트의 ‘B급 정서’가 점점 메인스트림으로 나오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송 교수는 “또 하나 ‘정치예능’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기존의 뉴스에서는 정치판의 당사자가 아닌 기자들이 소식을 전해줬지만 정치예능에서는 직접 정치인들이 나와 ‘인사이더’로서 내부 정보를 공개해주기 때문”이라며 “정치예능이 전형적인 저널리즘의 역할도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송 교수는 “정치예능을 통해 B급 문화가 메인스트림으로 나오면서 가장 경계해야 할 점은 역시 정파성 문제”라며 “그러나 현재 방영되고 있는 정치예능들에서는 기계적으로 좌우진영의 패널들 숫자를 맞추며 균형을 맞추고 있기는 하다”고 말했다.

▲ 채널A의 '외부자들' 패널들.
▲ 채널A의 '외부자들' 패널들.
이날 토론회에서는 지금까지 정치예능이 시청자들의 정치지식을 늘리고 나아가 정치참여를 이끈다는 의견도 나왔다.

정치예능이 정치의 깊이감을 추구하기보다는 예능적 요소를 부각시키면서 ‘이미지 정치’를 퍼뜨리는 부작용도 있기는 하지만 시청자들은 정치예능을 보면서 스마트폰으로 바로 사안을 검색하는 등 자체적인 ‘팩트체크’가 가능하기 때문에 오히려 정치지식을 습득한다는 것이다.

이훈 경희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정치예능을 보면서 스마트폰, 태블릿 등으로 관련 뉴스를 검색할 수 있기 때문에 정치예능은 정치지식 습득의 ‘관문’이 된다”고 강조했다.

정치풍자에 담긴 정치에 대한 부정적 시각  때문에 정치적 냉소주의와 불신이 증폭한다는 우려에 대해선 시청자가 느끼는 불안과 분노 감정이 오히려 정치참여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훈 교수는 “정치예능을 보고 부정적 감정을 느낀 이들이 정치에 대한 토론을 하게 되거나 투표참여, 정당 가입 등 정치 참여를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다만 이 교수는 “연구결과 교육수준이 높은 사람일수록 정치예능을 본 후 정치참여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민영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정치예능이 정치의 타블로이드화인가, 정치의 대중화인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데 이러한 상황에서 정치예능이 ‘정치참여’에 기여한다는 효과를 분석하는 것은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치예능’이라는 개념이 아직은 모호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민영 교수는 “정치예능의 개념이 정치인이 나오는 미국식 토크쇼가 될 수도 있고 인터넷에서의 풍자뉴스, 정치 팟캐스트, 예능 프로그램 등 여러 가지 유형이 있을 수 있다”면서 “정치예능에 대한 개념을 좀 더 명확하게 구분지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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