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해양수산부가 세월호 인양 시점을 두고 거래를 한 것처럼 다룬 SBS 보도가 논란이 된 가운데 SBS 내부에서 취재원 신뢰도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이하 SBS본부)는 3일 오후 입장문을 내고 “노동조합이 해당 기사의 취재 경위와 교정 이력 등을 확인한 결과, 게이트키핑 과정에 총체적인 문제가 있었음이 파악됐다”고 밝혔다.

SBS본부는 “문제의 기사는 박근혜 정권 내내 시간을 끌던 해수부가 탄핵 국면이 전개되면서 갑자기 인양 작업에 속도를 내는 등 정치권 눈치보기로 일관하는 행태를 비판하기 위해 발제된 것”이라고 밝혔다. SBS본부는 “기사를 작성한 기자는 세월호 참사 발생 시점부터 부서 배치에 관계없이 진상 규명과 조속한 선체 인양을 위해 가장 앞장서 노력해 온 조합원”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 세월호 인양 고의지연 의혹을 다룬 지난 2일 SBS 8뉴스 보도.
▲ 세월호 인양 고의지연 의혹을 다룬 지난 2일 SBS 8뉴스 보도.

SBS 본부에 따르면 리포트 초안 제목은 “‘인양 고의 지연 의혹’.. 다음달 본격조사”였으나 “차기 정권과 거래? 인양 지연 의혹 조사”로 바뀌었다.

윤창현 언론노조 SBS본부장은 “초고 때 박근혜 정권 시절 인양 지연과 눈치 보기를 지적하는 내용이 있었지만 빠졌다”고 말했다. 기사 초안이 바뀌는 건 일상적인 일이지만 결과적으로 문제적 보도가 데스킹 과정에서 나왔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SBS와 인터뷰한 해수부 공무원의 ‘신뢰도’에 대한 이의제기가 내부에서 나왔지만 보도에 반영되지 않기도 했다. SBS본부는 “해당 취재원은 해수부 소속은 맞으나 세월호 인양 일정수립에 아무런 권한과 책임이 없는 사람이었다”면서 “이 취재원이 제공한 정보 신뢰도에 대한 다른 기자들의 문제제기가 있었으나 게이트키핑 과정에서 반영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SBS본부는 “신뢰도에 문제가 있는 음성 녹취 말고는 어떤 근거도 기사에 제시되지 않았으며, 문 후보 측의 반론도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SBS본부는 이번 보도를 “취재와 기사작성, 교정, 방송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충분한 검증과 균형이 무너지면서 본래의 발제 의도와 상관없이 왜곡된 문제적 기사가 태어나고 만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SBS본부는 “정치적 외압이나 부적절한 개입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SBS본부는 “그렇다 해도 사회적 공기인 지상파 방송에서 당연히 지켜져야 할 기본적 원칙들을 소홀히 하면서 어렵게 재건하고 있는 신뢰를 스스로 무너뜨린 책임을 면할 길이 없다”고 덧붙였다.

SBS본부는 편성규약에 따라 긴급 편성 위원회를 소집할 계획이며 시청자 대표까지 참여하는 진상 조사도 시작할 예정이다. SBS본부는 “어떤 경위로 이렇게 검증 없고 균형이 무너진 기사가 나가게 됐는지 사태의 전말을 파악하고 만에 하나라도 제기될 수 있는 모든 의혹을 검증해 결과를 국민에게 가감 없이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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