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해양수산부가 세월호 인양시점을 두고 거래를 한 것처럼 보도한 SBS 뉴스가 논란이 된 가운데 박정훈 SBS 사장이 입장을 밝혔다.

박정훈 사장은 4일 직원들을 대상으로 담화문을 내고 “세월호 인양과 관련하여 확인되지 않은 자극적 제목을 달고 함량 미달의 보도가 전파를 타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박 사장은 “확인 결과 기사내용의 부실함 뿐 아니라, 이를 방송 전에 확인하고 검증해야 하는 게이트키핑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은 채 기사 작성의 기본인 당사자들의 사실 확인도 지켜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 세월호 인양 고의지연 의혹을 다룬 지난 2일 SBS 8뉴스 보도.
▲ 세월호 인양 고의지연 의혹을 다룬 지난 2일 SBS 8뉴스 보도.
2일 SBS는 8뉴스에서 해양수산부가 세월호 인양을 고의적으로 미뤄오다 차기정부 눈치를 보고 인양작업을 시작했다는 정황을 보도했다. 이 과정에서 문 후보를 거론한 해수부 관계자의 인터뷰를 내보내고 SBS가 '거래'라는 표현을 쓰면서 문재인 후보가 해수부와 인양시점을 두고 거래를 한 것처럼 다뤄졌다.

지난해 SBS는 보도와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통해 최순실 게이트, 백남기 농민 사건, 세월호 참사 등을 적극적으로 조명했지만 이번 보도로 신뢰성에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박 사장은 이와 관련 “그동안 우리 조직원들이 피땀 흘려 오랜 기간 쌓아온 신뢰가 한순간에 무너진 5월 2일의 세월호 보도”라며 “어려운 환경에서도 굴하지 않고 많은 노력을 해온 보도, 시사교양 프로그램 제작진들의 노력을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드는 불행한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다시는 이번 일과 유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한 진상 조사 뿐 아니라 내부시스템을 혁신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약속했다.

앞서 3일 언론노조 SBS본부가 긴급 편성위원회 소집과 진상조사를 예고한 바 있으며 메인뉴스 앵커인 김성준 SBS 보도본부장은 3일 오프닝에서 ‘게이트키핑’의 미비로 문제적 보도가 나왔음을 시인하고 사과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기사가 초고와 달리 자극적인 제목으로 바뀌었고 박근혜 정부를 비판하는 멘트가 빠진 점 그리고 내부 반발에도 해수부 공무원의 멘트를 기사에 반영한 점 등을 두고 특정한 의도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다음은 박정훈 SBS 대표이사 사장 담화문 전문.


 SBS 가족 여러분,

우리는 지난 6개월 동안 헌정사상 처음 벌어진 대통령 탄핵이라는 낯선 경험을 하였고, 이제 그 힘들고 어두운 터널을 지나 새 정부의 탄생을 불과 며칠 앞두고 있습니다.

이런 시대적 대 전환은, 불의에 맞서 촛불 시민혁명을 이끌며 정의가 바로선 나라를 꿈꾸어온 수많은 우리 이웃들의 피와 눈물 그리고 성숙한 민주시민의식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이 과정에 SBS 보도, 시사교양 본부가 보여준 용기와 시대정신은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SBS가 최고의 언론사라는 찬사를 아끼지 않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5월2일, 8뉴스에서는 믿기 어려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세월호 인양과 관련하여 확인되지 않은 자극적 제목을 달고 함량 미달의 보도가 전파를 타고 말았습니다. 확인 결과 기사내용의 부실함뿐 아니라, 이를 방송 전에 확인하고 검증해야 하는 게이트키핑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은 채 기사 작성의 기본인 당사자들의 사실 확인도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우리 조직원들이 피땀 흘려 오랜 기간 쌓아온 신뢰가 한순간에 무너진 5월 2일의 세월호 보도는, 직접적으로는 세월호 유가족과 특정 대선후보 뿐 아니라,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해 그동안 어려운 환경에서도 굴하지 않고 많은 노력을 해온 보도, 시사교양 프로그램 제작진들의 노력을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드는 불행한 사건이었습니다.

저는 기회 있을 때마다 저널리즘의 기본은 첫째가 팩트요, 둘째는 균형잡힌 절제라고 얘기해왔습니다. 저널리스트의 손에는 늘 양날의 칼이 쥐어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칼은 사실에 입각해 아주 조심해서 사용해야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고 자신도 다치지 않습니다. 절제되지 않은 권력과 언론은 그 자체로 폭력이라는 사실을 최근 우리 현대사를 통해 절감하고 있지 않습니까.

오늘 저는 이 보도를 취재한 부서나 특정 개인을 비난하려는 것이 아니라, 이 보도가 바로 우리의 현재이고 우리의 자화상이라는 사실을 직시하자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자기 자신을 정확히 돌아볼 줄 알아야 미래에 발전이 있습니다.

SBS는 5월3일 새벽부터 보도와 홍보 TV, 라디오와 각종 언론매체, SNS를 통해 반복해서 보도의 진의를 설명하고 정정, 사과하였습니다만, 이미 SBS를 지지했던 많은 시청자들이 등을 돌린 뒤였고 앞으로도 우리에게는 각계각층으로부터 거대한 후폭풍이 몰려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잃어버린 시청자 신뢰를 회복하는데 앞으로 긴 시간이 필요할 지도 모릅니다.

사랑하는 SBS 가족 여러분, 취임 이후 지난 6개월 동안, SBS호를 이끌고 여러분들을 격랑이 이는 파도 속으로 가야한다고 외쳐온 선장으로서 감히 말씀드립니다. 우리가 추구해온 공정한 방송 그리고 시청자가 열광하는 프로그램 제작을 향한 우리의 열정은, 이번 일로 결코 식힐 수 없는 거대한 활화산 같은 것이며, 이 땅에 정의를 구현하고 권력을 감시하는 언론 본연의 사명은 중단할 수 없다고 말입니다.

저는 다시는 이번 일과 유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한 진상 조사 뿐 아니라 내부시스템을 혁신하는 계기로 삼겠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 스스로가 변하고 매순간 겸손하게 성찰하지 않으면 우리가 구축한 공고한 시스템도 한순간에 사상누각이 되고 만다는 사실을 다시 강조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이럴 때일수록 우리를 나약하게 만드는 반목과 분열 대신 이번 사건에서 절절한 교훈을 얻어야 합니다. 살을 도려내는 아픔을 감수하고라도 시청자 신뢰를 회복하는 데 다시 매진합시다. 저를 포함한 SBS 가족 모두가 다시 한 번 스스로를 냉정하게 성찰하고 공동체 의식으로 이 위기를 돌파해 나갑시다.

여러분은 그동안 그 누구보다 잘해왔고, 또 이번 일을 계기로 앞으로 더 잘 할 수 있다고 저는 믿습니다.

2017년 5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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