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노조 SBS본부(본부장 윤창현, SBS본부)가 SBS의 기사 삭제를 '언론자유 침해'라고 규정하며 SBS 항의방문에 나선 자유한국당 의원들을 비판하고 나섰다.

4일 자유한국당이 SBS 보도국장실에 항의방문을 온 자리에서 윤창현 본부장이 들어와 “자유한국당 의원들 나가달라”고 밝혔다. 그러자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홍준표 캠프 미디어본부장)이 “민주당 의원들에게도 이러셨냐”고 물었고 윤창현 본부장은 “(자유한국당은) 당사자가 아니다. 언론계 선배로서 부끄럽지 않나. 저희가 아무리 잘못을 했어도 방송국에 와서 이러시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해양수산부가 세월호 인양시점을 두고 거래를 한 것처럼 다룬 보도의 문제점이 드러나자 SBS는 해당 기사를 3일 새벽 삭제하고 보도와 사과문을 통해 배경을 설명했다. 그럼에도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은 ‘언론자유 침해’라며 연일 공세를 펴고 있고, 자유한국당은 3일과 4일 이틀에 걸쳐 SBS를 항의방문 했다. 

민경욱 의원은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이 SBS와 합작해 가짜뉴스를 만든다는 얘기가 있어 우리도 당사자”라며 “이성적으로 얘기하셔야지”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윤창현 본부장은 “집권기간 동안 언론을 이 모양으로 만들어놓은 당사자분들이 망발을 일삼는 후보를 앞세우면서 방송국에 와서 이렇게 항의하시는 게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행동입니까”라고 비판했다.

▲ 윤창현 언론노조 SBS본부장(왼쪽)이 당사자가 아님에도 SBS에 항의방문을 온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항의하고 있다.
▲ 윤창현 언론노조 SBS본부장(왼쪽)이 SBS에 항의방문을 온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항의하고 있다.

윤창현 본부장과 SBS 조합원들은 홍준표 후보의 “SBS 8시뉴스 없애겠다”는 발언에 대한 입장을 물었지만, 민경욱 의원은 “홍준표 후보한테 얘기하라”, “공식적으로 답을 드릴 위치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는 지난 3일 부산유세 도중 “(민주당이) SBS에 겁을 줬는지 SBS가 잘못된 뉴스라고 발표했다”면서 “해수부 공무원 목소리까지 녹음해서 방송하지 않았는가. 내가 집권하면 SBS 8시뉴스 싹 없애겠다”고 발언해 비판을 받았다.

윤창현 본부장은 “우리가 범하지 말아야 할 실수를 저질러서 노조의 책임을 다하지 못한 부분은 비판받아 마땅하다”면서 “하지만 지난 9년간 한국사회의 민주주의와 언론자유를 후퇴시킨 장본인들이 그것을 빌미로 언론을 다시 겁박하고 SBS를 없애겠다느니, 반헙법적인 막말을 늘어놓는 작태를 용납할 수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날 항의방문을 한 신상진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장과 박대출 미방위 자유한국당 간사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 논의를 가로막고 있는 장본인이다. KBS 출신인 민경욱 의원 역시 미방위 소속으로 세월호 참사 당시 청와대 대변인이기도 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4일 성명을 내고 이번 논란이 정치적으로 악용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언론노조는 “SBS본부의 성명에도 불구하고 문제의 보도에 대한 진실을 외면한 채, 모든 대선후보가 이를 아전인수식으로 홍보에 이용하는 행위는 당장 멈출 것을 경고한다”고 밝혔다.

김성준 SBS 보도본부장은 3일 메인뉴스에서 “거듭 말씀드리지만 외압도 없었고 (더불어민주당이 제기한) 공동기획도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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