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직접 부르고 광주민주화 운동의 정신과 뜻을 계승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과거 대통령들의 5·18 기념식 참석 모습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명박·박근혜 대통령은 각각 임기 중 한 번씩 참석했지만 임기 마지막 시기에는 직접 기념사를 쓰지 않아 논란이 불거졌다.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은 두 대통령 임기 중 이명박 대통령 부임 첫 해에만 있었다.

파면된 전 대통령 박근혜씨는 어떻게 했을까.  2013년 33회 5·18 광주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반주가 흘러나오자 가장 먼저 일어난 것은 김한길 당시 민주당 대표, 강운태 당시 광주시장, 노회찬 진보정의당 대표였다. 강 시장은 태극기를 흔들었고 김한길 대표는 차렷자세로, 노회찬 대표는 주먹 쥔 오른팔을 흔들며 노래를 불렀다.

박근혜씨는 좌우를 살피면서 일어날 듯한 자세를 취했고 강 시장이 자신이 들고 있던 태극기를 박씨에게 건넸다. 당시 광주MBC 뉴스에 따르면 강 시장은 국민 통합 차원에서 함께 불러달라고 박씨에게 말했다. 박근혜씨가 일어나자 뒤에 앉아 있던 당시 이정현 청와대 정무수석이 뒤따라 빠르게 일어났다. 박승춘 보훈처장도 뒤늦게 일어났다. 박근혜씨는 뒤늦게 일어서긴 했으나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지는 않았다.

▲ 2013년 5.18 기념식에 참석했던 박근혜 당시 대통령. 광주MBC 보도 영상 갈무리.
▲ 2013년 5.18 기념식에 참석했던 박근혜 당시 대통령. 당시 광주MBC 보도 영상 갈무리.
반쪽짜리 참석이었지만 이런 모습도 박근혜씨의 대통령 임기 중 첫 해 뿐이었다. 박근혜정부 내내 5·18 광주 민주화 운동 기념식에서 대통령이 직접 참석하는 모습은 볼 수 없었고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도 하지 않았다. 2014년에는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거부에 반발해 5·18 기념재단과 관련단체들이 불참하고, 야당 대표들도 반발 의미로 전날 5·18 묘지 참배로 기념식 참석을 대신했다.

심지어 2015년에는 박근혜씨가 아닌 당시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총리대행 자격으로 5·18 기념사를 쓰고 낭독해 5·18 기념식을 ‘부총리급’ 행사로 격하시켰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 이명박 대통령이 2008년 5월18일 광주광역시 북구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28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각당 대표들과 함께 자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명박 대통령이 2008년 5월18일 광주광역시 북구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28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각당 대표들과 함께 자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명박 대통령도 대통령 임기 동안 단 한 차례만 참석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참석했던 2008년에는 ‘임을 위한 행진곡’이 제창됐지만 이후 원하는 사람만 따라부르는 합창 방식으로 바뀌었다. 2008년 당시 이명박 대통령도 노래를 따라 불러 화제가 되기도 했다.

첫 해인 2008년 기념식 참석 이후 이명박 대통령은 기념식에 참석하지 않고 기념사를 국무총리가 대독하게 했다. 임기 마지막 해인 2012년에는 대통령 기념사 없이 국무총리 기념사로 대체되기도 했다.

이명박 대통령과  5·18 광주민주화 운동 기념식은 ‘악연’이 많다. 이 전 대통령은 2005년 서울시장 당시 서울시 25개 구청장·부구청장들과 함께 국립 5·18묘지를 참배하다가 ‘유영봉안소’안에서 목을 뒤로 젖히고 크게 웃는 모습이 보도되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두 전직 대통령의 모습은 노무현 대통령이 임기 5년 동안 모두 기념식에 참석해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던 것과 대비된다.

▲ 노무현 전 대통령이 5.18 광주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다. 광주MBC 보도 화면 갈무리.
▲ 노무현 전 대통령이 5.18 광주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다. 광주MBC 보도 화면 갈무리.
기념사에서 드러나는 역대 대통령의 5·18 광주 민주화운동의 정신과 해석도 맥락이 다소 달랐다.

2013년 박근혜 당시 대통령은 기념사를 통해 유가족들에게 위로의 뜻을 전하면서도 “5·18 민주화운동의 의미를 되새기면서 우리나라를 더욱 자랑스러운 국가로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이날 박근혜 대통령의 기념사에는 ‘국민행복’이라는 단어가 6번 반복적으로 등장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8년 기념사를 통해 “5·18 민주화운동은 크나큰 아픔으로 남았지만 우리가 지금과 같은 민주화 사회를 이루는 데 큰 초석이 되었다”고 평가했다. 이 대통령은 “5·18 민주화운동 정신을 국민통합의 에너지로 승화시키는 일에 동참해주실 것을 당부드린다”며 ‘국민 통합’과 선진화를 강조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27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사에서 5·18이 갖는 역사적 의미를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정의는 반드시 승리한다”며 “5·18 그날의 광주는 목숨이 오가는 극한상황에서도 놀라운 용기와 절제력으로 민주주의 시민상을 보여주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불의한 권력이 국민의 자유와 인권을 짓밟는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군사정권에 대해 노 대통령은 “군사정권의 업적은 부당하게 남의 기회를 박탈하여 이룬 것”이라며 “독재정권을 퇴장시키고 민주주의 시대를 활짝 열었다”며 국민주권시대임을 명확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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