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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주의 도시화를 넘어 공유기반 도시 공동체 형성으로

[2017 새 민주공화국 제안] 9. 문화·사회

2017년 05월 19일(금)
박배균 서울대 교수 media@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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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나라 서민들의 도시적 삶은 부동산 가격의 앙등, 주거 위기의 심화, 도시공간의 상품화로 인한 쫓김과 내몰림 등과 같은 문제로 인해 매우 피폐하고 불안정하다. 이는 1960년대 이래로 지속된 발전주의적 도시화로 인해 투기지향적인 도시개발 메커니즘과 자산가치 중심적인 중산층 이데올로기가 한국의 도시화 과정을 지배하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90년대 말의 경제위기 이후로 본격화된 신자유주의적 구조개혁의 결과로 개발에 대한 국가의 규제가 더욱 완화되어, 투기적 도시개발은 더욱 심화되었다.

도시문제는 단순히 ‘도시’라는 특수한 부문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인들의 보편적 일상적 삶이 펼쳐지고 재생산되는 공간의 문제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도시적 삶과 공동체가 획기적으로 개선되지 않고는 새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한 정치사회적 개혁은 완수되기 힘들다. 따라서 새로운 도시화 패러다임의 정립이 필요하다. 새로운 도시화 패러다임은 기존의 발전주의 도시화 패러다임을 넘어서 공유에 기반한 도시 공동체의 건설을 지향하는 방향으로 설정되어야 한다. 특히 최근 활발하게 제기되고 있는 “도시권(right to the city)” 개념을 바탕으로 도시의 공간이 정치・경제 엘리트나 부동산 개발업자, 소유권자들에 의해 배타적으로 지배되는 것을 거부하고, 모든 도시민들이 도시 공간에 대한 공유적 참여를 바탕으로 공동체적 삶을 구축할 것을 지향해야 한다. 도시는 도시의 공간을 이용하고 전유하는 모든 사람들이 참여하여 만든 작품이어서, 도시 공간은 특정 누군가에 의해 배타적으로 소유되고 지배될 수 없는 공유재적 성격을 지닌다. 따라서 공유기반의 도시 공동체 건설을 위해서는 사람들이 그들이 거주하고, 전유하고, 활동하는 도시 공간의 생산에서 배제되지 않고 참여할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

발전주의적 도시화의 문제들과 시급한 단기적 처방들

우리 도시가 당면하고 있는 첫 번째 문제는 주택・부동산 가격의 급등이다. 투기적 성격의 부동산은 한국의 도시문제를 근본적으로 촉발했을 뿐만 아니라 현재에도 지속시키고 있는 핵심 기둥이다. 한국의 토지가격은 GDP의 4.2배(2015년)로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히 높다. 게다가 이명박, 박근혜 정부는 부동산 가계대출의 장려를 통해 주택 매입을 유도하고, 경기부양을 촉진하려는 정책을 펼쳐 1,300조원대의 심각한 가계부채가 형성되었다.

▲ 2016년 7월4일 서울 서초구에 아파트 단지가 보이고 있다. 이날 KB국민은행은 서울 주택 평균 매매가가 6월말 기준 5억 6000만원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또, 서울 주택 평균 매매가가 5억원을 넘긴것은 2008년 조사 이후 이번이 처음이며, 강남권은 재건축의 영향으로 하반기 6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사진=포커스뉴스
▲ 2016년 7월4일 서울 서초구에 아파트 단지가 보이고 있다. 이날 KB국민은행은 서울 주택 평균 매매가가 6월말 기준 5억 6000만원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또, 서울 주택 평균 매매가가 5억원을 넘긴것은 2008년 조사 이후 이번이 처음이며, 강남권은 재건축의 영향으로 하반기 6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사진=포커스뉴스
다음으로 주거비 상승에 의한 주거 위기의 심화 문제이다. 박근혜 정부 기간 가구의 소득 증가는 거의 정체 상태를 유지한 반면 전월세 가격은 상승하여 임차 가구의 가구소득대비임대료비율(RIR)은 2010년 19.9%에서 2015년 22.5%로 상승하여, OECD의 권장 비율인 20%를 초과한 상태이다. 특히 전세가격의 증가로 인한 임차가구의 주거비 부담이 폭등하고 있다. 전세제도는 그간 한국 사회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양호한 수준의 주거에 거주하는 것을 가능하게 해 주는 주거복지의 기능을 담당해 왔는데, 금리 인하에 따른 집주인들의 전세기피로 인해 전세제도가 흔들리면서, 주거복지의 한 축이 무너지고 있는 매우 위급한 상황이다.

셋째, 구도심 지역의 쇠퇴도 심각한 문제다. 2014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저소득층의 63.7%가 구도심 지역의 단독, 다세대 밀집지역에 거주하고 있다. 하지만 신도시 건설과 아파트 대규모 공급 위주의 주택 정책이 지속되다 보니 구도심 지역은 쇠퇴한 채 방치되고 있다. 그런데 구도심 쇠퇴문제는 수도권보다는 지방의 중소규모 도시에서 더욱 심각하다. 특히 지방 도시의 경우 중산층을 위한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신도시가 기존의 도심을 벗어난 외곽 지역에 건설되면서 중산층 인구가 외곽의 신도시 아파트로 이주해 도심의 공동화가 발생하고 있다. 그 결과로 구도심 상권이 몰락하고 부동산 가치도 하락하면서 지방의 많은 구도심 지역이 슬럼화될 위기에 처해 있다.

마지막으로 투기적 재개발과 젠트리피케이션 문제이다. 상권의 쇠퇴와 인구의 감소로 고통을 겪고 있는 곳이 있는 반면, 투기적 이윤창출의 가능성이 높은 수도권과 일부 대도시 지역에서는 구도심 지역에서 재개발, 재건축 등이 추진되면서 원주민이나 상인들이 원래 거주하거나 장사를 하던 곳에서 퇴출되는 젠트리피케이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임대차 권리에 대한 법적 보호가 취약한 임차 상인들의 퇴거문제가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단기적으로는 첫째, 현재 무력화된 상태에 있는 개발이익환수제도를 즉각 실시해야 한다. 특히 그간 개발업자들과 부동산 소유주들의 저항으로 인해 시행이 연기되고 있던 강남 재건축단지를 대상으로 하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 조속히 시행돼야 한다. 둘째로 임차가구의 보호를 위해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제도를 즉각 도입해야 할 것이다. 공공임대주택의 확대 보급도 절실하다. 이를 위한 한 방편으로 현재 비어있는 채로 방치된 주택을 공공이 매입하여 공공임대주택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활용할 수 있다. 넷째로 공적자금이 투입되었으나, 건설사 부양정책으로 전락한 ‘뉴스테이 정책’은 폐기해야 한다. 정부의 공적자금 지원에 부합되도록 임대료, 임차기간, 이윤 등에 대한 규제가 이루어져야 하고, 이를 통해 사회주택으로의 전환되어야 한다. 끝으로 젠트리피케이션의 위협에서 임차상인을 보호하기 위한 법적 개혁조치를 당장 시행해야 할 것이다. 특히 상가임대차보호법 적용범위 확대, 임대료 인상 억제, 최소임대차기간 연장, 계약갱신요구권 행사기간 연장 등의 개선이 시급히 요구된다.

공유기반 도시공동체 형성을 위한 중장기 대책들

그러나 단기적 처방만으로 우리 도시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으며, 공유에 기반한 도시공동체 형성을 중장기적 목표로 삼아야 한다. 이를 위한 구체적 방안은 공공성 가치에 기반해 부동산 소유권제도를 개혁하는데서 시작된다. 특히 부동산 보유세를 강화해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고, 이를 통해 확보된 재원으로 복지를 확대해야 한다.

둘째로 토지가치 공유형 도시개발 및 재생 방식을 추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공유자원인 토지, 공유재인 기반시설을 바탕으로 국가, 지역공동체, 다양한 시민 및 경제 주체들이 개발로 인한 토지가치의 상승을 공유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성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또한 이러한 공유적 과정을 활성화하기 위해서 개인 또는 정부 소유의 부동산을 커뮤니티의 자산으로 전환하는 시민자산화(또는 지역자산화, community asset)가 추진돼야 한다. 이를 위해 미래의 토지 수요에 대비하기 위해 사전에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공적으로 토지를 비축했다가 공익사업에 토지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토지은행’ 제도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공공토지임대제, 토지협동조합, 마을협약 등을 통해 개인이나 정부 소유의 부동산의 재산권을 공유적 형태로 변동하고, 공유재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 2015년 1월13일 정부가 ‘기업형 주택임대사업 육성 방안’을 발표했다. 건설사나 리츠(부동산 투자회사) 등에 세제·금융·택지 공급 등에서 다양한 ‘당근’을 제시해 이들이 민간임대주택 시장에 적극 뛰어들게 한다는 게 핵심이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우면동 서초보금자리지구 공공임대아파트. ⓒ 연합뉴스
▲ 2015년 1월13일 정부가 ‘기업형 주택임대사업 육성 방안’을 발표했다. 건설사나 리츠(부동산 투자회사) 등에 세제·금융·택지 공급 등에서 다양한 ‘당근’을 제시해 이들이 민간임대주택 시장에 적극 뛰어들게 한다는 게 핵심이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우면동 서초보금자리지구 공공임대아파트. ⓒ 연합뉴스
셋째, 서민주거 안정을 최우선에 두는 주택정책이 실시돼야 한다. 주택정책의 기조가 건설경기 부양과 주택소유 위주 정책에서 서민 주거안정으로 전면적으로 개편될 필요가 있다. 장기적 관점에서 민간임대주택에 대한 공적 규제를 강화하고 공공임대주택을 비롯한 사회주택을 지속적으로 확보해 나가야 한다. 투기적 도시화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배타적 소유권보다는 공유적 소유권에 기반한 주거 형태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특히 주택협동조합, 셰어하우징과 같은 공동체적 주거가 보다 확산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적 지원이 요구된다.

넷째로 ‘도시권(right to the city)’ 개념에 입각하여 임차인들의 법적 권리를 강화하는 것이 절실하다. 상가세입자 문제를 재산권 측면에서만 보지 말고, 인권과 기본권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특히 임차상인들의 ‘도시에서 장사할 권리’를 기본적 생존권이자 인권으로 인정해야 한다. 따라서 임차상인들의 ‘도시에서 장사할 권리’를 부동산 관련 권리의 문제로 축소하는 ‘상가임대차 보호법’을 장기적으로는 ‘임차상인 보호법’으로 변경할 필요가 있다. 또한 도시 공간의 생산과 이용에 관한 의사결정에서 임차인들의 참여권한이 강화되어야 한다. 현재 재개발 관련 의사결정이나 아파트 주민자치회 등은 기본적으로 부동산 소유권자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어, 임차인들의 참여는 구조적으로 제약되는 상황이다. 임차인들이 이러한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법적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

끝으로, 쇠퇴하는 지방도시를 위해, 복지 중심의 지역균형정책이 실시돼야만 한다. 지방도시 구도심의 쇠퇴를 막기 위한 근본적 해결책은 수도권-지방의 불균형 구조를 개선하는 것이다. 저성장의 탈산업화 시대에 수도권-지방의 격차를 줄이는 데 있어 산업과 생산시설의 지방 분산에 초점을 두는 전통적인 생산주의적이고 토건적 접근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대신 지방 도시에서는 더 적은 생활비로 더 나은 복지를 누릴 수 있음을 강조하여 인구의 지방 분산을 유도하는 복지중심적 접근이 더 유효할 수 있다. 특히 수도권과 지방 사이의 격차 중 가장 많이 지적되는 교육, 문화・복지 인프라 등을 지방도시에 우선적으로 배치하여 지방 도시의 삶의 질을 수도권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 이는 교육, 문화, 복지 관련 분야의 일자리 증대로도 이어져 인구의 지방 분산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투기적 도시화를 넘어 사람 중심의 도시공동체로

도시는 사람들의 장소적 뿌리내림에 기반하여 정주적 공동체가 형성되는 곳이자, 이동과 흐름의 망들이 중첩되고 결절되어 다양한 사람들의 만남, 교류, 소통이 이루어지는 사회적 공간이다. 하지만 발전주의적 도시개발과 투기적 도시화의 결과로 한국의 도시는 정주적 공동체이자 만남과 소통의 사회적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투기적 욕망에 기댄 도시개발 과정은 장소적 공동체를 파괴하고, 이윤 추구를 위한 공간의 상품화, 영토화, 구획화를 초래하여 도시를 자유로운 소통과 만남의 공간으로 자리잡지 못하게 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투기적 도시화를 넘어 사람 중심의 도시공동체가 한국 사람들의 일상적 삶의 터전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도시권’과 공유의 가치에 기반한 새로운 도시 패러다임의 정립이 필요하다. 새로운 도시 패러다임을 구축하는 일은 박정희 체제 이래로 투기적 욕망에 의해 식민화된 한국인들의 일상공간을 새롭게 해방시키는 과정이고, 더 나아가 발전주의 도시화와 강남 이데올로기에 기댄 박정희 체제의 신화를 깨고 새로운 민주공화국 건설의 초석을 닦는 일이 될 것이다.

※ 조성찬(토지+자유연구소), 심한별·황진태(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신수임(서울대 지리교육과 박사과정)의 도움에 감사드린다.


# 연재

1. 총론 :

촛불 시민혁명과 주권자 시민의 탄생, 그리고 민주·평등·공공성의 민주공화국

2. 정치 개혁 :

촛불 광장이 요구하는 정부와 의회의 민주적 개혁

권력기구 분권화 없이 민주주의 회복은 불가능

지방자치 혁신 없이 참 민주주의 실현 없다

민주주의의 기반 언론: 공공성 강화하고 시민의 공론장 참여 확대해야

3. 외교·안보:

한반도와 동아시아 평화를 위한 정책적 제언

4. 시민교육

신자유주의 지배구조에서 공공적 자치구조로

신자유주의를 넘어서는 새로운 유초중등 교육 패러다임으로 교육복지를 실현해야

대학과 나라를 살리는 새로운 대학체제

100만 명의 학교 노동자 문제, 이렇게 해결하자

5. 차별철폐와 인권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이유

성(性)소수자 차별 금지를 위한 첫걸음

복지정책을 넘어 인권보장으로

6. 공공적 민주경제

광장민주주의가 요구하는 재벌체제 개혁과 통제

공공부문의 적폐와 개혁과제

복지실태 진단과 새 정부의 개혁 과제

7. 생태안전사회

2017년을 탈핵 원년으로

우리의 삶을 오염시킨 환경적폐, 이렇게 해결하자

무한경쟁 시대의 농업, 계약과 협동을 통해 살만한 농촌 건설로

사회재난 및 산업재해의 적폐 청산과 상시 관리체계 구축

8. 노동존중사회

2017 새 노동체제를 건설하자

② 비정규직 문제는 비정규직 권리입법부터

9. 문화·사회

① 발전주의 도시화를 넘어 공유기반 도시 공동체 형성으로

② 시민혁명과 문화민주주의를 위한 문화정체성

③ 자유로운 개인과 독립적 시민의 연대 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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